초보 자영업자의 실수

어제는 졸면서 일하다가 실수를 저질러서 반나절 분량의 일을 날렸다. 워드로 작업을 하다가 다음 부분으로 넘어갈 때에 전에 쓰던 파일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서 그 전 부분을 지워버려서 새 파일을 만들게 되는데, 쓰던 파일에 다른 내용을 쓰고 다 해 놓은 부분을 깡그리 지워버렸다. 반나절 분이길래 망정이지, 일한 걸 다 합쳐놓았던 파일이거나 했으면 어쩔 뻔 했을까? 부랴부랴 지난 열흘 동안 일한 분량의 복사본을 만들어 놓았다.

아무래도 자영업자로서는 초보이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의 요령을 모른 채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 옷 입고 밥 먹고 밖에 나가는 일 없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는 만족스럽고, 또 내가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즐겁다. 나는 책임을 지고 싶었으니까 일단 그것만으로도 지금은 그럭저럭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그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역시 자영업자로 일하는 데에 가장 필요한 덕목은 self-discipline이다. 오늘 안 하면 내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오늘 해야될 일을 안 하면 내일 더 괴로워진다. 회사에서도 하루에 여덟시간 일을 했으니, 혼자서도 최소한 여덟 시간은 일해야만 한다. 그래서 회사다닐때 했던 것처럼 time sheet을 만들어 대강의 시간을 기록한다. 요즘은 약간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어서 아마 그보다 더 일하는 시간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나로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 요즘은.

 by bluexmas | 2009/10/10 00:39 | Life | 트랙백 | 덧글(13)

 Commented by Gony at 2009/10/10 01:54 

ㅎㅎㅎ 블로그 대충보고 자영업이라고 한 걸 보면 반찬장수로 오해할 수도 있겠어요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10 21:33

아, 그건 부업인데요? 베란다 장독대에 직접 메주쒀서 담근 고추장에 박아둔 무장아찌에 맛이 좀 들었던데, 사시겠어요? 크크.

 Commented by Gony at 2009/10/11 22:21

얼레 ㅎㅎ 울리 오마니는 오이, 양파, 마늘의 짱아치와 간장초절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녀석이 아주 제대로인데 물물교환 어때요 ㅋㅋ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10/10 14:48 

자기관리가 원래 제일 힘든법이죠..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10 21:34

남 관리는 쉬운데 자기 관리가 더 어려운게 인생의 크나큰 모순 가운데 하나지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0/10 15:42 

무엇이든 잘 해내실 거라 생각해요 화이팅!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10 21:34

아이구 별말씀을요T_T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10 16:54 

회사에서 일하시는만큼 집에서 일한다니 대단하시네요. 그거 정말 힘들것 같은데.. ;ㅁ;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10 21:34

물론 그런데, 아 이렇게 안 하면 못 먹고 살거야, 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힘이 나요 ;ㅁ;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0/10 22:39 

어디선가 그에 대한 조언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이 “정장을 하고 넥타이를 매라”, “생활하는 방과 일하는 방을 분리하라” 등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과 맞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아주 약간 짐작이 갑니다만 역시 개인으로 보았을 때는 ‘분량’인가 ‘시간’인가가 문제겠군요. 그나저나 요식업계 진출은 언제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12 00:12

정장메고 넥타이 하는 건 좀 무리한 요구네요. 집에서 일어나자 마자 바로 일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어서요^^

뭐 쉽게 추측하실 수 있는 일을 합니다. 분량과 시간 모두를 쫓는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구요. 요식업계진출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11 03:26 

저는 비슷하지만 다르게 공감하는데

제가 집에서 할머니 음식을 먹기만 할 당시엔 귀찮음에 절어서 살았는데

타지에 나와서 집관리 혼자서 해야되니까

청소도 굉장히 열심히하고 남들이 결벽증인줄 아네요 거참…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더 힘들어질게 뻔해서 그런것 뿐인데 말이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12 00:13

그 말씀 엄청나게 공감해요. 저도 역시 그렇게 깨끗하게 해놓고 살지는 않지만, 어차피 제가 해야 되니까 그래도 최소한 하거든요. 더 힘들어지기 싫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