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야상

백화점을 돌아다녀보니, 나는 사파리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하는 야전상의, 그러니까 야상이 유행인듯, 많은 가게들이 마네킹에 하나씩 입혀놓았더라.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서 하나 샀다.

군대를 생각하면 싫어질 것도 같지만, 야상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초등학교때에 뱅뱅인가에서 처음 샀던 것 같은데, 꽤 오랫동안 허리가 없어서 허리끈이 달린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뭐 옷의 생김새야 다 거기에서 거기겠지만, 이 옷은 소매의 디테일이 좋고, 어깨 장식(epaulet)이 없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장식이 없는 것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닌데, 늘 있는 것들만 보다보니, 없는 게 어째 더 좋아보였다.

사실 가격이 싼 편은 아니어서, 인터넷 쇼핑몰 같은데에서 비슷하게 생긴 걸 좀 사고 싶었으나, 내가 나이가 훨씬 많은 걸 감안하고서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이나 체형과는 전혀 다른 어린이들이 모델로 나온 쇼핑몰들의 옷은 좋은지 나쁜지 도저히 판가름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시쳇말로 ‘쩌는’ 옷의 선전문구는 그야말로 밥맛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냥 돈을 쓰고 말았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이 없기도 했고.

어쩌다가 지마켓인지 인터파크에서 샀는데, 가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광주의 어느 쇼핑몰에서 파는 물건이었다. 사실은 백화점에서 미리 입어보았는데, 그때 95가 맞는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주문을 넣었더니, 이틀만에 몸이 불었는지 너무 꽉 꼈다. 교환이나 환불을 위해서는 내가 택배비를 부담해야 된다고 명시되어 있었는데, 그쪽 담당직원은 치수별로 입어보고 결정하라고 자기가 택배비를 부담해서 100을 보내주었고, ‘신상’ 이라서 할인이 안 되니 다른 티셔츠라도 껴 주겠다고 해서 한참을 골라 그나마 입을만한 반팔티를 알려줬더니, 새로 나온 긴팔 티셔츠를 보내준다는 걸 내 취향이 맞는 게 너무 없어서 만류를 하자, 그냥 내가 고른 티셔츠를 서로 다른 색으로 두 벌 보내주었다. 인터넷 쇼핑몰 소문이 하도 흉흉하던데, 이 정도면 다음에도 또 거래하고 싶겠다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급작스레 날씨가 추워져서, 입고 나가도 될 것 같다. 옷걸이를 걸어놓을만한 벽이 제대로 없어서, 문에 걸어놓고 찍었더니 사진이 어째 좀 그냥 그렇다.

 by bluexmas | 2009/10/08 22:31 | Style | 트랙백 | 덧글(26)

 Commented by 아이하라 at 2009/10/08 22:55 

아 저는 이걸 도대체 왜 야상이라고 부르는지 넘 궁금했는데

줄임말이었군요 ㅋㅋㅋㅋㅋ난 왜이리 뒤떨어지지 ㅠㅠ

저도 사파리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합니다

옷 이쁘네요^^ 근데 착장샷은여? ㅋㅋㅋㅋ

 Commented by Gony at 2009/10/08 23:06

야상이라고 부르는 건 군대에서 그렇게 부르거든요. 그러므로 뒤떨어진 게 아니랍니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사파리와 야상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구분이 되지요. 야상(야전상의)는 전적으로 군인들이 야전에서 입던 진짜 야상과 그것을 모티브로 만든 제품들을 야상이라 불러야 할테고 사파리는 말 그대로 아프리카 밀림같은 곳에서 사냥하거나 탐험할 때나 입었던 카키색의 재킷이 원조이니 그런 느낌이 나는 옷을 사파리라 불러야 겠죠? 뭐 실은 ‘사파리’라 함은 흔히 궁디 넘어서 까지 내려오는 재킷을 이야기 하긴 합니다만…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10/09 04:27

정확히는 ‘야전 전투복 상의’랍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19:59

사실은 저도 야상이라는 명칭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게 대세인 것처럼 보여 썼답니다.

왠지 사파리라고 하면 입고서 아프리카라도 가야 될 것 같아서 더 좋던데요?^^

착샷은 글쎄요….

 Commented by Gony at 2009/10/08 23:07 

소매랑 카라 디테일이 좋네요. 허리끈이랑 밑단 끝이 노출된 것도 마음에 들고요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0

그래서 샀지, 아니면 사실 비싸서 안 샀을 것 같아요. 백화점에서 파는 옷은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에서 파는 것도 별 차이는 없지 않나요?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10/08 23:45 

아 저도 이번에 야상이란 용어를 처음 알았는데 야전상의의 준말이었군요.

근데 왜 야상자켓이라고 부르는걸까…..역전앞 같은 건가 ㅎ

쇼핑몰의 문구들은 자칫 손발이 오그라기 쉽죠.

근데 전 업무상 그런 말들을 써야만 해요….ㅠㅠ 엣지있는 언니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죠 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1

피자파이나 후지산하고도 비슷한걸까요? 흐흐…

저도 필요에 의해서 그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문구를 써야 할 데가 있기는 하지요-_-;;;;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10/09 01:21 

소리소문 없이 잃어버린 제 진짜 ‘야상’이 그립네요. 부대 내에 전설처럼 내려오던 진짜 미군용을 입고 나왔었는데… 그 사파리는 안은 흰 색, 밖은 카키색으로 보통 ‘스키 점퍼'(라고 쓰고 잠바라고 읽는)라고 불렀는데 말입니다. 보통 매복을 나갈 때 야상 위에 덧 입곤 했습니다.

요즘에 야전상의 스타일을 입기도 하는군요. 혹시 젊은분들에게 아저씨 문화라고 따돌림 당하지 않나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2

어머님께서 몰래 버리지 않으셨을까요? 겨울용으로 나오는 더 긴 야전상의는 바깥은 위장무늬고 안은흰색이라고 그랬죠.

저런 스타일은 여자들에게도 유행인 것 같더라구요. 어쩌면 남자들보다 더 많이 입는지도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09 03:40 

아 자켓 멋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2

몬스터님이 더 멋있으신데요…

 Commented by 아이 at 2009/10/09 04:31 

저에겐 깔깔이가 필요해요 ㅠㅠ 요즘은 왜 이리 추운건지 ㅠ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4

갑자기 추워졌더라구요. 깔깔이는 윗도리보다 바지가 제맛이죠… 남대문가면 살 수 있을거에요. 미군이 쓰던 오리지날로…^^

 Commented by 레일린 at 2009/10/09 04:35 

야상 처음에 야상이 뭐지 야채상인이 입는 옷 줄임말인가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뻐요 칼라부분이랑 전 가슴께의 비스듬한 플랩포켓이 마음에 드는군요

칼라 끝에 후드도 붙어있는가봐요? 와 마음에 든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5

은근히 디테일이 괜찮더라구요.

생선상인이 입으면 생상이고 고기상인이 입으면 고상…-_-;;;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SF_GIRL at 2009/10/09 09:26 

아아 옷은 이쁜데..

블루클쓰마쓰님도 위에 말씀하셨지만 전 밀리터리룩 자체에 반감이 있어가지고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5

어제 천변을 달리는데 또 무슨 해병대 전우회 같은 아저씨들이 군복 잘 차려입고 나오셨더라구요. 얼룩무늬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죠, 얼룩무늬는 진짜…

 Commented by Joanne at 2009/10/09 09:41 

야상 ㅋㅋㅋㅋㅋㅋㅋ 여자라 그런지 처음에 어라? 뭐지? 했다는. 풉. 왠지 안감이 있으면 더 따땃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ㅋㅋㅋㅋ 이뻐요!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7

안감을 따로 맞춰도 되는데, 문제는 옷이 그렇게 크지 않아더라구요. 요즘은 여자들이 정말 더 많이 입는 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09 10:00 

사파리 이쁘네요! 전 야상이라는 말이 왠지.. -_-; 저도 착샷을 요청합니다. ㅋ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8

사실 저도 사파리라는 말이 더 좋긴 해요… 착샷은 자신이 없는데요? @_@

 Commented by 요우메이 at 2009/10/09 15:00 

아아 이쁘네요. 울 신랑 입혀놔도 멋지겠다… 음. 신랑을 보니 이런 거라도 보세 막 입히면 확실히.. 너무 빈..해보이더라구요. 특히나 외투는 좋은거 입어야한다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08

신랑되시는 분이 더 멋지실 것 같은데요^^;;;; 사실 뭐 잘 만든 옷이면 다 괜찮다고 생각해요.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죠.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0/09 16:03 

지마켓에서 프리사이즈 66이라고 써 있어서 엄마에게 맞겠거니 하고 샀는데

뭐 이런 맞지도 않는 걸 샀냐면서 사주고도 잔소리 크리로 먹었어요..ㅜ.ㅜ

결국 반품하기도 그래서 옷장 속에 일단 보관 중.ㅠ_ㅠ

전 허리라인이 살며시 들어가주는 옷을 좋아하는데 야상도 허리라인 강조가 되네요

저도 한 벌 사다 올 겨울 나야 겠어요-v-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09 20:10

요즘 여자옷은 갈수록 작게 나오는터라 66이 실제로는 55고 뭐 그렇지 않던가요… 허리 들어가는 옷이좋기는 한데 참 입기가 어렵죠. 부단한 체형관리의 애로사항이…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