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실수
지난 주였나, 무슨 스타벅스 캔커피를 공짜로 준다는 미끼글을 밸리에서 보고 평소와는 다르게 덥석 물었다. 왜 그랬을까? 캔커피는 정말 지난 십 년 동안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게다가 쿠폰을 받기 위한 정보입력을 마치자마자 그게 보험회사가 개인정보를 뜯어내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정말 수요일에 먹은 인라면만큼 진하게 후회했다. 평소라면 캔커피나 개인정보의 부주의한 노출 모두 꺼리는 것인데 대체 이날 밤에는 무슨 귀신에라도 홀렸던 것일까?
어쨌든, 그렇게 개인정보를 팔고 며칠 있다가 ‘하트콘’ 이라는 핸드폰에 담는 쿠폰을 받았는데, 문제는 이 오산의 편의점 세계는 ‘바이 더 웨이’ 와 ‘패밀리 마트’ 가 양분하고 있어서 GS25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 이왕 개인정보를 팔고 받은 쿠폰이니 꼭 공짜캔커피는 마셔야 되겠다는 오기가 발동하여 오늘 일정에 없던 서울행을 감행…까지는 아니었고, 아무래도 추석 연휴 전에 방산시장에서 이것저것 좀 사와야 할 것 같아서 겸사겸사 서울에 올라가게 된 것이었다. 이런 쿠폰이 없을 때에는 길거리 모든 편의점이 GS25로 보였는데, 막상 개인정보 팔아 얻게 된 공짜캔커피라도 얻어먹으려드니까 을지로 4가에서부터 명동까지 걸어오는 동안 찾은 편의점이 모두 GS25가 아니었다. 결국 목적지인 명동에 이르러 명동성당 앞에서 하나를 발견하고 커피를 거내려는 찰나, 이왕이면 점심을 먹고 디저트 겸 먹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지극히 나다운,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 다시 캔커피를 냉장고에 넣고 명동칼국수로 향했다. 뭐 그 근처에서 다음 목적지인 롯데백화점까지 가는 길에 또 하나쯤 GS25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정말 의외로 GS25는 눈에 띄지 않았고, 사보텐 맞은 편에 있던 유일한 GS25에는 내가 얻어먹을 수 있는 스타벅스 더블샷 아메리카노는 없었다. 나는 슬슬 개인정보를 팔기 시작해서 눈에 띈 첫 편의점에서 커피를 집어들었다가 놓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머릿속으로 복기하며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공짠데 얻어먹어야지… 라는 생각에 다시 처음 커피를 집어들었던 명동성당 앞의 GS25로 향하다가, 아웃백 스테이크가 무려 둘이나 있는 그 골목에서 단칸방처럼 작은 지점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 공짜캔커피를 받아들었다.
물론, 캔커피는 정말 더럽게 맛 없었다(즐겨 드시는 분들께는 죄송…). 이런 걸 마시느니 차라리 우유나 크림을 넣은 무엇인가를 사서 그 맛으로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천 오백원이라니,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에 테이크 아웃으로 천 오백원에 커피 살 수 있는 곳도 많은 현실에 이걸 누가 먹을까 싶었다(그러나 뭐 많이들 먹겠지).
하여간 개실수는 정작 캔커피 하나 받아 먹겠다고 명동을 헤매고 다닌 게 아닌, 바로 그 다음 상황이었다. 맛없는 캔커피를 공짜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시고 두어시간 지나 백화점에서 무엇인가를 사고 있었는데,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웬만하면 이런 전화는 여차저차한 이유로 받는터라 낼름 응답을 했더니, 바로 그 공짜캔커피 이벤트를 벌여 개인정보를 수집한 아무개 보험회사의 직원이었다. ‘네 박철수(가명)님, 쿠폰이 시월 몇 일에 나갈테니까 커피 맛있게 드시구요(벌써 먹었구만… 자기들이 벌인 이벤튼데 언제 쿠폰 나오는지도 모르는건가?-_-;;;;), 다음 달이면 병원비를 전액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데(그 뒤로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정에 아직도 좀 어둡다보니-_-;;;)…’ 잽싸지는 못했지만 이게 내가 커피와 맞바꾼 개인정보를 이용해 벌어지는 보험영업이라는 걸 알아차린 나는 지금 급한 일을 하고 있으니 곧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응대했고, 그 영업사원은 자기 개인번호로 전화하라며 친절하게 문자마저 보내주었다.
그리고 나는 물론, 그 번호를 바로 스팸처리했다. 맛없는 캔커피 하나에 혹해 개인정보를 팔다니, 이건 정말 나의 치명적인 개실수였다. 반성이 필요하다.
# by bluexmas | 2009/09/26 00:24 | Life | 트랙백 | 덧글(20)
저는 어제 스타벅스 디스커버리 커피곽음료 ‘브뤼셀’ (초콜릿모카)이 나왔다해서 ‘이건 좀 다를까’하고 수퍼에서 정가가 넘는 2천원주고 사마셨는데..맛대가리 없더군요^^;;
가끔 쓸데없는 이름붙이기에 웃기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굳이 커피 음료가 ‘브뤼셀’ 일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벨기에 사람들이 커피를 더 마시는지는 알 수가 없죠^^;;;
저도 가끔씩 공짜 뭐뭐의 유혹에 시달릴 때가 있지만 잘 참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팸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ㅠㅠ
고생하셨어요~ =_= 뜬금없이 방산시장에서 뭐사오셨는지 궁금한 1인.. ㅋㅋㅋㅋ
방산시장에서 두 번에 걸쳐 이것저것 샀는데, 곧 모아서 한 번 올려볼께요.
그나저나 잘 드셔놓고 왜 개실수에요.
전 전화가 먼저 왔었는데 안한다고 대충 끊었는데 모바일쿠폰이 안 오더라능…슈ㅣ발 ㅠㅠ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그런 번호로 그 전에 전화가 한 번 왔던 것도 같은데 그때 안 받아서 아마 쿠폰이왔나봐요.
아 그나저나 왜 업데이트 안 하세요, 살맛떨어지게 -_-;;;;
저도 이런거 진짜 짜증나요 ㅠㅠㅠㅠ 정말 제일 싫음
아예 처음부터 솔직하게 정보를 주던지 무슨 미끼로 사람 낚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ㅠㅠ
전 그래서 아예 모르는 번호는 안받는데
전 귀차니즘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특히나 먹는 걸 준다고 유혹하는 건 일부러 안받는 편인데(살찔까봐;)
몇번 낚였던 생각을 하니 또 급짜증이 나네요 ㅎㅎ
암튼 고생하셨네요 ㅎㅎ
편의점에서 파는 스타벅스커피 정말 맛없다에 동의!
왜 왜 왜일까요.
이제는 스타벅스 자체가 싫어져요; 제 입맛엔 도토루가 제일 맛있는 듯. ㅎㅎ
근데 막상 팔려고 하는데…
문제는 회원가입 하려면 핸드폰이 필요하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