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간식-우리통밀 통팥찐빵

언제나 일이 재미없어지면 모니터 밑에 포스트잇을 감춰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주말의 식단을 짜는 bluexmas… 지난 주 어느날 정말 뜬금없이 팥소를 넣은 찐빵이 먹고 싶어지더라구요.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텔레비젼에도 몇 번 소개된 적 있는 무교동(롯데 본점에서 을지로 입구역 지하도를 건너 삼성화재? 내지는 생명? 의 출구로 나오면 바로 있습니다)의 산하네 분식 찐빵을 저도 좋아하는지라, 서울 갈 때마다 사먹곤 했거든요. 점심으로 조금 위에 있는 북어국집에서 북어국 먹고 찐빵을 두 개 사서 하는 제가 먹고 하나는 어머니 가져다 드리고… 하여간 갑자기 그 찐빵 생각이 나서, 생각난 김에 만들어보자고 레시피를 찾아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어차피 팥소는 라틴음식 만드는데 쓰는 팥통조림으로 손쉽게 대체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빵 반죽을 위해서 얼만큼의 밀가루와 이스트가 필요한지 잘 감이 안 잡혔거든요. 하여간 십여분간 인터넷을 뒤진 끝에 찾아낸 재료와 레시피는 이렇습니다.

빵반죽

제빵용 밀가루 1 1/2컵

통밀가루 1 1/2컵

인스턴트 이스트 1 티스푼

실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의 물 1컵

설탕 2 티스푼 내지는 내키는대로

소금 1/2 티스푼

팥소

팥 통조림 1 1/2캔

설탕 1컵

먼저 팥소를 준비합니다. 통조림이 없다면 말린 팥을 사서 물에 하루밤 불려서 삶아야 하지만, 여기에서는 소금간만 약간 된 삶은 팥 통조림(그대로 밥에 넣으면 손쉽게 훌륭한 팥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을 사서 물에 한 번 헹궈 원래의 통조림에 있던 녹말물을 씻어내준 다음 남비에 담아 물을 팥이 잠길 정도로 넣고 설탕을 섞은 후 끓여줍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가끔 저어주면서 약한 불에서 조려줍니다. 조리는 과정에서 국자나 숟가락으로 팥을 적당히 으깨줍니다. 팥껍데기가 싫으신 분들은 체나 천에 받쳐서 으깨면서 껍데기를 분리하시면 되겠지만 전 워낙 통팥을 좋아하는지라 그냥 놔뒀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30분 정도 약한 불에서 조려 팥죽보다 조금 더 점도를 가진 상태가 되면 불을 끄고 식힙니다. 어차피 팥이 식으면서 남은 물기를 흡수해서 빵에 넣을 정도의 상태가 되기 때문에 너무 예민하게 준비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팥소가 식는 사이 반죽을 준비합니다. 별로 복잡한 과정은 없어서 밀가루와 소금, 설탕, 이스트를 섞어준 뒤 스탠딩 믹서에서 물을 넣고 돌려줍니다. 저속에서 3-4분, 그리고 중속에서 10-15분 정도 돌려주면 적당히 찰기가 있는 반죽이 됩니다. 언제나처럼 1차 발효를 한 시간 정도 시키고, 펀칭 후 등분해서 랩으로 덮어서(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이게 굉장히 중요하더군요) 10-15분 정도 2차 발효를 시켜줍니다.

이렇게 준비된 반죽을 밀대로 납작하고 둥글게 밀어서 팥소를 넣고 반죽을 오므려 준 다음 손에 물을 묻혀 이음매를 매끈하게 마무리해줍니다. 바로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발견했는데, 바로 팥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밑에 사진을 올리겠지만, 쪄낸 다음 반으로 쪼개보니 돈이 없어서 팥을 많이 못 산 티가 너무 많이 나더군요. 아무래도 위에 준비한 것보다 두 배는 많은 팥을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하여간 준비한 반죽으로 무식하게 큰 빵 여섯개를 만들어서 네 개는 다음을 기약하며 냉동실에 동면시키고, 두 개로 하나는 찜통에,다른 하나는 오븐에 넣는 실험을 해 봤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팥이 본의 아니게 모자라서 밀가루가 너무 많이 씹히는 문제가 있었고, 다음에는 이스트를 더 많이 넣어서 빵의 조직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약간 덜 부풀은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에 원래 통밀가루는 더 뻑뻑하기 마련이니까요. 다행스럽게도 팥과 설탕의 비율은 맞았는지, 팥소가 지나치지도 또 모자르지도 않게 달아서 먹을만 했습니다. 구운 것이나 찐 것이나 나름대로 먹는 맛이 있더라구요. 아직 네 개나 남았으니 주말마다 하나씩 먹고 떨어지면 다음에는 미친듯이 팥을 넣어서 다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by bluexmas | 2007/07/03 13:17 | Tast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intermezzo at 2007/07/03 13:27 

오~ 너무 맛있어보여요! 팥소를 그렇게 만들면 되는군요,. 라틴음식에 쓰이는 팥통조림을 사용할 생각은 못해봤는데…역시 전 경험 및 내공부족 ^^;;

그런데 전 발효빵을 만들어볼 엄두가 안나요 ㅠ.ㅠ

 Commented by 말랑 at 2007/07/03 13:29 

팥이라면 자다가도 깨는 저로서는 정말 먹음직한 포스팅입니다 ㅠㅠ

건강에도 좋고 일석이조 😀

 Commented by 笑兒 at 2007/07/03 13:36 

팥을 삶는 것이 일이기때문에..여지껏 팥들어간 것은 엄두도 못냈었는데..

흠,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팥 통조림이라.. 🙂

 Commented by 카렌 at 2007/07/03 14:00 

돈이 없어서 팥을 못 산 티 ㅠ_ㅠ

이 무슨 청년가장 같은 멘트입니까

 Commented by 잔야 at 2007/07/03 15:04 

약간 더 납작하면 미니호떡(삼립꺼였나…?) 모양도 날 것 같아요 +_+ 우와아 bluexmas님 요리 만능이신가봐요 ;ㅅ;b 한식 양식 빵(…)식 못하시는 게 없어요!

 Commented by ppink at 2007/07/03 15:50 

팥빵은 정말 뜬금없이 생각나더라구요.

미친듯이 빵집으로 달려간다는…..

팥빵, 비비빅, 팥빙수…–>완전소중합니다아~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4 11:00 

intermezzo님: 저건 구운건데, 그래도 팥이 좀 많이 들어갔어요. 팥을 경계로 바닥과 위의 두께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이시죠? 발효빵은, 수퍼마켓에 파는 fast rising yeast를 한 번에 한 봉지씩 쓴다고 생각하시면 최소한 먹을 수 있게는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정말 ‘진지하게’ 이스트를 쓰는 식빵은 여태껏 성공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발효는, 집에 오븐이 있으시다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책에 나와 있더라구요. 언제 기회가 되면 올릴께요^^

말랑님: 처음 덧글 남겨 주시는 것 같은데 반갑습니다^^ 팥밥에 무우 쇠고깃국이면 명절 최고의 밥상인데,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안 좋다고 그러더라구요. 하여간 종종 들러주세요~

笑兒님: 팥 통조림 정말 최고에요. 써보시면 이렇게 좋은걸 왜 여태 몰랐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부꾸미 같은 우리나라 떡(?)도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소아님도 처음 덧글 남겨주시는 것 같은데 반갑고 자주 들러주세요^^

카렌님: 저는 이미 청년 가장의 단계를 지나 장년가장에 도전중이라지요. 부양가족은 저 혼자…

잔야님: 저거, 실제로는 잔야님 얼굴만큼 커요! 잔야님 얼굴이 작은건가… 그리고 저 요리 만능 아니에요. 일단 튀김을 절대 안 하기 때문에 중국 음식은 아예 시도를 안 하구요, 소스를 따로 만들어야 되는 음식도 설겆이 그릇이 많이 나와서 안 한답니다.

ppink님: 오랜만에 답글 남기시는데 잘 지내셨어요?^^ 이번에 저 팥빵 만들어보고 용기를 얻어 다음에는 진짜 단팥빵을 만들어볼까 생각중이에요. 강남콩 통조림도 있으니까 강남콩 앙금빵을 만들어보던가…

 Commented at 2007/07/04 13:3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4 13:40 

저 빵 녀석이 은근히 포토제닉하더라구요. 별다른 메이크업 없이도 안색이 좋게 나와서 그래요^^ 저런 빵은 기증을 해야죠. 대여는…

 Commented at 2007/07/05 13: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7/07/05 13:08 

으하…남의 나라에서 반떠돌이로 사는 건 비슷하답니다. 단지 저는 직장인이라 명목상 수입이 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아직 정착은 못 했잖아요… 저도 이런거 하면서 좀 정착해서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있죠.

 Commented by zizi at 2009/09/07 14:47 

아.. 팥밥도 팥빵도 찹쌀부꾸미도 좋아하는데, 꿀꺽.. ㅎ.ㅎ

얼마 전에 오랜만에 빵굽다가 망해서, 그 엄한 기억이 사라질 때쯤 되면 한번 도전 해봐야겠어요. >.<;

 Commented by Claire at 2009/09/26 14:47 

색깔이 왠지 맘에 드네요 ㅎㅎ

포스팅 읽다가 산하네 분식 검색해봤는데..

여기 조만간 가봐야겠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26 22:43

산하네 분식에서는 엄청나게 큰 찐빵을 팔아요. 사실 팥하고 밀가루의 비율이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인데, 그래도 맛은 괜찮아요. 한 번 드셔보세요. 무교동 삼성화재해상건물로 나와서 교보가는 길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