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낮술(8b)-무쇠솥 갈비찜과 우리 음식의 사진발

사실 갈비찜에 대해서는 그다지 새롭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여러번 해 봤으니까. 역시 가장 좋은 레시피는, 갈비를 한 번 삶아서 물을 따라 버리고 분량에 맞는 양념을 만들어 반 정도를 넣고 끓이다가 나머지 반을 넣고 마저 끓이는 것이다. 지난 번에 갈비버거를 만들기 위해 넉넉하게 사 두었던 갈비의 나머지로 찜을 했는데, 다시 확인한 결론이라면 이런 종류의 고기 요리(미국식으로 따지면 스튜)는 먹기 전날 만들어 완전히 식혔다가 다시 데워서 먹는 게 더 낫다는 것. 콜라겐과 젤라틴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뭐 이런 얘기는 별 재미가 없으니 그만 두고.

사진을 찍으려다 보니, 최근 어떤 분이랑 만나서 했던 우리나라 음식과 사진발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생각했다. 우리가 식당에서 먹게 되는 우리나라 음식-찌개나 탕 종류, 말하자면 일품요리류-은 대부분 사진을 잘 안 받아서, 찍어놓고 보면 별로 아름답지 않은데 왜 그럴까- 가 주된 화제였는데, 일단 생각해 보면 그런 종류의 음식들은 원색도 아닌, 비슷비슷한 무채색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사진이 잘 안 받지 않나 생각된다.

사실 전체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음식이 사진을 안 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떡 벌어지게 사진 전통 음식상을 보면 각각의 반찬들이 서로 다른 색의 구성요소가 되어 상 전체를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기도 하니까. 그러나 문제는 음식 하나하나만을 놓고 보면 그 자체로서 완결된 피사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대부분 단색이니까. 물론 그 각각의 반찬들은 하나의 음식으로서도 완결된 존재가 될 수 없기도 하다. 끼니가  되려면 최소한 밥이 있어야지, 반찬만 먹어서 끼니를 채울 수는 없으니까.

조금 과장해서 생각해보면,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반찬과 사람은 꽤 비슷하다. 반찬도 모여야 뭐가 되고, 또 사람들도 모여야 뭐가 된다고 생각하고… 반찬은 반찬 하나로 완결된 음식이 될 수 없고, 사람은 자기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서 자꾸 무리를 짓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음식은 따로 떨어뜨려 놓으면 음식으로는 물론 하나의 피사체로도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근본적인 약점이 있는 것일까?

뭐 그래서 시커먼 갈비찜 역시 사진을 찍어 놓으면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깨라도 불러다가 도움을 좀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음식이 보다 더 세계화 되려면 먹을 때 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는 차림새에 대한 연구도 좀 이루어져야 할 듯.

무려 두 병의 술을 더 따셔 마셨는데, 음식과의 어울림에 대한 느낌은 각각의 술에 대한 글에 언급했다.

 by bluexmas | 2009/09/04 11:09 | Tast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유우롱 at 2009/09/04 11:20 

흑흑 토요일 낮술에 초대받고 싶어라 <-…안주킬러-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4 11:41

토요일 낮술은 거의 비밀결사와 같이 조직 및 운영되고 있지요…^^ 술킬러>안주킬러라서요.

 Commented at 2009/09/04 11: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4 11:43

네, 저도 파와 고추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다가 실파가 없고 또 고추가 냉장고에서 오래 묵기도 했구요.

아직 시도는 안 해봤는데, 하루 전에 삶아서 완전히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놓았다가 기름을 걷어내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기름이 너무 많이 나오죠. 제가 보는 어떤 레시피 책-미국 것-에서는 아예 뼈를 떼어내고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실험결과 기름이 2/3 가량 줄었는데, 맛은 별 차이가 없다구요. 그러나 또 갈비라는 게 뼈에 붙은 살 발라먹는 맛이니 그렇게 하기 좀 아쉽죠^^

 Commented by turtle at 2009/09/04 18:55 

담는 모양새나 양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대개 접시나 그릇 가득히 퍼 담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무채도의 단색 음식이 대부분이다보니 너무 답답하고 지루해 보이는 느낌이 있는 듯해요.

그래서 고추나 계란지단 같은 꾸밈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도 하고…

조금씩 담거나 아니면 생야채 잎사귀 같은 걸로 받침 접시를 하거나 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갈비찜 먹고 싶어지는데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5 11:35

그렇죠… 집 근처의 한정식집에 가서 만원짜리 정식을 먹었는데, 거기 차림새가 아주 좋더라구요. 조금씩 담아나오는데 색도 신경쓰고 맛도 좋고…

갈비찜은 다 좋은데 기름이 너무 많아서 그게 거슬려요. 자주 만들게 안 되더라구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9/05 14:01 

사진의 차이는 담는 그릇에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푸짐하게’ 담아야 잘 차렸다고 하니, 접시든 사발이든 여백이 거의 없지요. 뭐 다 화면으로만 본 것들입니다만 서양 요리는 상대적으로 넓은 접시에 조금씩만 담으니 뭔가 있어 보이더군요. 하지만, 역시 현실에서는 큰 그릇에 이쁘게 조금만 담으면 욕먹겠지요. 왜 담다 말았냐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5 22:44

그 말씀도 일리가 있지요. 뭐든지 푸짐하게 담아서 배부르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건 비단 우리나라의 경향만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미국에서도 온갖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은 인간이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을 먹어서는 안되는 양만큼 팔더라구요. 뭐 버거 다섯 개에 5불 이런 식이죠. 어디 가나 사람들은 질보다 양을 추구하려는 숨겨진 욕구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