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09년 신인선수 계약/초 유망주 스테판 스트라스버그
지난 21일 금요일, 경기 시작 다섯 시간 전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에서는 미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유망주라고 일컬어지던 스테판 스트라스버그를 소개하는 기자화견이 열렸다. 꽤나 이른 시간이었지만 1불짜리 표에 홀려 그래도 몇 백명의 팬들이 야구장을 평소보다 훨씬 일찍 찾았다.
지난 8월 17일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자정부로 올해의 미국 프로야구 신인선수의 계약 가능 기간이 만료되었다. 이 계약 가능 기간 만료 시한을 앞두고 드라마가 벌어지는 것은 딱히 올해의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올해 특히 야구팬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바로 이 초 유망주 스트라스버그 때문이었다는데 그것은 딱히 그가 메이저리그 즉시 전력감, 나아가서 거의 바로 제 1선발이 가능하다는 주변의 평가와 전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원래도 별 볼일 없던, 저물어가던 팀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마치 삽으로 떠다가 워싱턴 디씨로 옮겨 놓은 듯한 워싱턴 내셔날스는, 그 별 볼일 없는 전통을 이어받아 몇 년째 삽질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절정으로 올해는 꽤나 많은 사건사고들이 터졌다. 그 가운데 가장 그들의 이름에 먹칠을 한 사건은 남미계 유망주의 나이와 계약금을 둘러싼 일종의 내부사기스캔들. 몇 년 전, 내셔널스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열 여섯 살짜리유격수 유망주인 에스말린 곤잘레스(Esmailyn Gonzalez)를 다른 팀들보다 너무 높게 부른 몸값인 백 사십 만불에 계약했는데, 다른 많은 남미계 유망주들처럼 그가 실제로는 계약 당시 네 살이 더 많은 스무 살이었으며 그렇게 나이를 속이고 다른 팀들이 산정한 계약금보다 훨씬 많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계약금을 주고 계약한 상황에 구단 내부 인력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스캔들의 내막이었다. 이로 인해 단장인 짐 보든의 보좌역으로 남미 지역을 관리하던 호세 리호가 구단으로부터 해고되었으며, 그렇지 않아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팀 운영으로 많은 비난을 받던 보든 단장 역시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가뜩이나 구리게 야구하는 것으로 망신을 사던 팀의 명성에 똥을 끼얹는 듯한 이 스캔들은 일단 일단락 지어졌다.
거기에 작년의 1차 지명 유망주였던 아론 크로우(Aaron Crow)마저 방만한 협상의 진행과 그렇게 많지 않은 협상 금액의 차이로 계약을 하지 못한 내셔널스로서는,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몇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유망주라는 스트라스버그와 계약해 팬들로 부터 아직도 팀을 제대로 운영하고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을 느꼈고, 그리하여 지명 후 계약 마감 시한까지 계약한다, 하지 못한다는 수많은 매체의 억측이 오가던 가운데, 임시 단장의 직함을 달고 팀을 운영하던 마이크 리조(Mike Rizzo)는 스캇 보라스가 은근히 매체를 통해 흘리던 마스자카 다이스케의 계약 금액이었던 오천만불대는 아니더라도 이천만불대는 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조금은 낮은, 사년 간 총액 천 오백 십만불의 메이저리그 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계약의 차이에 대해서는 글 끝에서)을 맺었다. 어쨌든 이 금액조차 신인 선수 최고의 계약금액(계약금+연봉)이었던, 시카고 컵스의 마크 프라이어(최근 샌디에고 파드레스에서도 방출되어 앞으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가 받았던 천 만불을 50% 웃도는 수준이었으니, 이를 두고 결국에는 프로야구의 신인 지명 및 계약 체계가 붕괴되었으며, 새로 선수노조와 구단측이 노동 협약을 하는 2012년에는 미국 프로농구처럼 아예 지명 순위에 따라 정해진 계약금대로 계약을 하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구단의 경우에서도 계속해서 바닥을 치며 다른 팀의 ‘보약’ 노릇을 하는 팀의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서라도 스트라스버그 같은 유망주를 놓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선수 본인과 대리인을 위해서라도 계약을 성사하는 것은 무척 중요했다. 일단 그가 고등학생일경우, 보다 더 기량을 키워 4년제, 혹은 2년제 대학(Junior College)에 진학했다가 다시 지명을 받는 전략을 써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벌써 대학교 3학년인 이 상황에서 지명 후 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학교로 다시 돌아가거나 독립리그에서 다음 지명까지 뛰는 수 밖에 없는데 학교나 독립 리그 역시 그가 놀기에는 너무 좁은 물이 되어 버렸고, 또한 그런 전략을 택한 선수들이 1년 늦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가 떨어진 기량 또는 너무 늦게 자유계약선수 조건을 갖춤으로써 재정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요즘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니 선수의 입장에서도 바로 프로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이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다(예를 들자면 현재 보스턴에서 뛰고 있는 제이슨 배리텍이나 제이디 드루 같은 경우도, 대리인인 스캇 보라스의 전략에 충실히 따라 독립리그에서 뛰다가 1년 늦게 프로 생활을 시작해서 자유계약 선수 조건을 늦게 갖춤으로써 재정적으로 많은 손해를 보았다. 특히 베리텍의 경우 자유계약 선수 조건을 갖춘 것이 서른 둘이어서 겨우 4년 계약을 맺는 데에 성공했으며, 그 자유계약기간이 끝나고 다시 자유계약선수가 된 작년 말 보스턴과 거의 계약을 맺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다가 비교적 헐값인 4백만불에 1년 계약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독립리그의 경우에도 경쟁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선수의 기량이 쇠퇴하는 경우가 많고,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리그에서 간 선수의 경우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정하는 계약 만료 시한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한 해 지명일부터 그 다음해 지명일 전날까지 계약을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구단에게 계약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이 벌어진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결국은 선수에게 손해가 가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많은 고순위 지명 선수들의 계약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눈치를 보다가 마감 시한 직전에서야 발표되곤 했는데, 그것은 어차피 사무국이 ‘권장’한 지명순위별 계약금액을 지키지 않을 바에는 발표라도 늦게 해서 다른 팀의 선수 계약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는 사무국의 치졸한 계획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런 치졸한 계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 구단은 거의 알아서 계약금을 줘가며 선수들과 계약, 마감시한이 지나고 뚜껑을 열었을 때에는 세 명을 제외한 1차 지명 선수가 구단과의 계약을 마쳤다(이 가운데 두 명은 계약을 맺지 못한채 시한을 넘겼고, 다른 한 명-캔사스 시티의 아론 크로우, 작년 내셔널스 1차 지명 선수-은 대학을 졸업했으므로 이 마감시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올해 역시 많은 선수들이 계약가능성을 이유로 전망보다 훨씬 낮은 순위에 지명되었다가 그 지명순위의 권장 계약금액의 몇 배를 뛰어넘는 금액으로 계약했으니, 보다 헛점이 적은 쪽으로 지명제도를 개선해서 이런 식으로 사무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돈을 더 많이 내려는 의지가 있는 구단이 좋은 선수를 많이 데려가는 폐단을 줄이자는 주장이 여느때보다 설득력 있게 먹히고 있다. 이 주장이 일견 타당성 있게 들리는 이유는, 계약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3라운드 정도에서 지명될 선수가 많은 계약금을 원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흘리고, 그 요구금액만큼 돈을 쓸 수 없는 구단이 그 선수의 지명을 회피, 예를 들어 5라운드 정도까지 지명되지 않고 있었다가 그 정도 금액을 맞춰줄 수 있는 구단에서 지명한 뒤 2차 지명 선수의 계약금 정도를 지불함으로써 보다 더 나은 전력보강을 이루는 경우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역시 선수 지명과 계약의 재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개선해야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렇게 선수 지명과 계약이 모두 끝난 마당에 ESPN에서 가장 신뢰하는 스카우터인 Keith Law의 전력보강을 가장 잘/못한 다섯 구단을 각각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잘한 구단
1. 아리조나
2. 미네소타
3. 보스턴-뭐 매 해 너무 지명을 잘 해서..
4. 콜로라도-계약 문제로 뒤로 밀린, 올해 최고의 좌완이라는 Tyler Maztek과 삼백 구십만불에 계약 체결
5. 샌프란시스코
못한 구단
1. 토론토-상위 지명선수 세 명과 모두 계약을 하지 못했다.
2. 뉴욕(메츠)-양키스와 달리 철저하게 사무국의 권장 계약금액에 맞춰 선수를 뽑아 별 볼일 없음
3. 텍사스
4. 탬파 베이
5. 아틀란타-매년 선수 보강을 잘해왔던 아틀란타였지만, 정말 올해의 선수 지명은 너무 실망스럽다. 계약금 문제로 전체 7번에 선수를 지명할 수 있으면서도 돈 때문에 잠재력이 별로 높지 않은 선수를 뽑은 것이 가장 큰 문제.
참고로, 올해 적어도 한 번 정도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등판하지 않을까 매체에서 전망했던 것과는 달리, 스트라스버스는 올해에는 메이저리그 등판 계획이 없고, 내년에도 시즌 개막과 동시에 25인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100%는 아니라고 한다. 팀 성적도 별로라서 딱히 전력 보강을 해야될 의미가 없고, 비교적 관리가 잘 되었다고는 해도 나름 혹사했기 때문에 무리시키지 않으려는 계획인 듯.
*메이저 리그와 마이너 리그 계약의 차이점
알려진 것처럼, 메이저 리그에는 40인과 25인 선수 명단이 있다. 40인 명단이 선수보호차원에서 존재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한 25인 명단은 경기를 위한 것. 간단히 말해 40인 선수 명단에 포함되고서도 마이너 리그에서 뛸 수도 있지만, 25인 명단에 들어있다면 그 선수는 메이저 리그에서 뛰는 선수인 것이다. 선수에게 기회를 열어주다는 차원에서, 어떤 선수가 일정 기간 40인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고 마이너 리그에 머문다면, 팀들은 그러한 선수들만을 모아 지명해서 다른 팀에게 선수를 양도하는데, 이것이 바로 ‘Rule 5 Draft’ 이다(그에 비교해서 6월에 벌어지는 일반 선수 지명은 ‘Rule 4 Draft’). 어쨌든, 이렇게 40인 명단에 포함되면 3년의 기간 동안 선수를 메이저 리그로 불러 올렸다가 팀의 필요에 따라 마이너 리그로 내려보내는, 소위 ‘옵션’ 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고졸 선수의 경우 선수가 메이저 리그 전력감으로 성장하는데에 보통 3-4년이 걸리므로 웬만해서는 메이저 리그계약을 하지 않게 되고, 이렇게 스트라스버그처럼 웬만큼 기량을 갖춘 선수일 경우에만 메이저 리그 계약을 하고 바로 40인 선수 명단에 포함시켜 보호를 하게 된다. 결국 한마디로 말해 메이저 리그 계약과 마이너 리그 계약의 차이는 선수를 40인 명단에 포함시켜 바로 옵션을 적용할 수 있는 기간을 적용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뿐이다.
*내년 선수 지명의 전망
뭐 이제 막 올해의 지명과 계약이 끝난 이 마당에 내년의 전망을 한다는 게 평년이라면 좀 웃기겠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이 내년에는 소위 말하는 ‘5-tool’ 포수라는 브라이스 하퍼(Bryce Harper)’가 다른 선수들 보다 조금 빠른 나이에 지명가능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리인은 역시 스콧 보라스인데, 계속 죽쑤는 내셔널스가 올해도 죽을 쑤면 내년엔 브라이스 하퍼를 계약해 스트라스버크-하퍼의 배터리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농담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 by bluexmas | 2009/08/26 16:12 | Sports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