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시길래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본다. ‘##(친구나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나는 $$하고 %%한 사람이라고…’ 물론, $$와 %%는 거의 언제나 좋은 점이다. 물론, 나쁜 점이면 굳이 글을 써서 얘기할 만큼 기분이 좋을리 없을테고, 말하는 사람도 굳이 나쁜 점을 끄집어서 얘기하지는 않겠지. 게다가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서로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줄만한 상황까지 가 봤을리도 없으니 솔직히 서로를 안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대략 세 가지가 궁금해지는데, 첫 번째는 과연 저런 얘기를 올리는 저의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일부라고 믿는 부분의 자랑? 그리고 두 번째는, 저런 사람들은 정말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또 그거에 대해서 신경을 쓰나?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스스로를 알고 그렇게 아는 자기 자신에게 잘못된 구석이 있을때, 그걸 인정할까?
요즘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살지만, 그래도 한 구석으로 참 마음이 편한 건 뒤틀렸다거나 비뚤어졌거나 혹은 이상하다는 얘기를 듣는 종류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에 가지는 기대에 발맞춰주려면 세상에서 가장 성격이 이상한 파탄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물론 그렇게 될 생각은 꿈에도 없고, 그런 얘기를 듣고 기분이 나쁠지언정 그게 정말 나라는 사람이 어떤가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방어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정하기에 더럽고 불편한 구석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절대 고칠 수 없는 나의 나쁜 점을 바라보거나 인정하는 것은 그렇게 해보지 않았지만 밤송이를 삼키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정말 어떤 부분은, 얼마나 나쁜지 스스로 너무 잘 알아도 절대 고칠 수 없으니까. 그건 내가 나지만, 나라는 사람의 인격형성이 내가 나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했던 시절부터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고 나서부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까지의 시간을 곰곰히 되돌아보면, 때로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내가 이런 사람이 되었겠군, 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거의 대부분 다 기억하고, 그건 나를 힘들게 만든다. 잊어서 좋은 기억이면 차라리 잊는 게 훨씬 나은데, 나는 그런 부분의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고, 그건 어떤 면에서 불행이다.
어쨌든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더럽고 불편한 구석까지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 때에는 누가 나에게 무엇을 좋다고 말해도, 내가 생각하기에 그게 내가 가진 장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잘 못 받아들이는 단점도 있기는 하다. 혹자는 이런 생각으로 사는 사람에게 자뻑이라고 덧글을 달고 싶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내가 아닌 나를 나라고 믿고 살거나, 나이 몇 살 먹도록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거나 아예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 애써 눈 감고 그걸 외면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뭐 그것도 아니면 서로서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추켜 세워주기만을 위한 관계를 유지해서, 그 안에서 듣는 별로 영양가 없는 칭찬에 들뜬 기분으로 사는 것 보다도.
# by bluexmas | 2009/08/23 00:06 | Life | 트랙백 | 덧글(6)
나이가 들수록 그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게 자꾸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기는 한데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인연인것 같습니다 ㅎㅎ
칭찬이랍시고 엉뚱한 소리 해대는 사람 보면 믿음이 안가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