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뽕잎을 먹고 하얀 비단실을 뿜어내는 것만으로도 누에의 삶이 충분히 의미있고 또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왕이면 같은 뽕잎을 먹고 색색의 실이나 황금실을 뿜어낼 수 있으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색색의 실은 괜찮지만 황금실이면 배를 갈라서 황금을 꺼내려 드는 사람이 있을 것 같으니까 황금실은 별로 좋지 않겠구나-_-;;;; 뭐 옛날에 거위 배를 갈라보았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갈라도 피가 나지 않는 누에 정도라면 작은 칼을 들고 앉아서 금은 커녕 빛나는 것 glitter이라도 찾을 때까지 누에 배를 갈라 볼 인간도 있지 않을까 싶다.

 by bluexmas | 2009/08/14 23:28 |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zizi at 2009/08/14 23:32 

왓, 짧지만 재미있는 얘기네요!

누에가 뽑아내는 색색의 실, 황금실이라~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8 00:56

음, 누에 배만 안 가르면 행복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T_T 세상 사람들은 너무 욕심이 많아서…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8/15 00:57 

그러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나오면 거대한 솥에 던져 넣고 번데기로 변신시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문득, 지금의 20대가 누에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가 나오든 안나오든 쥐어짜냄을 당하고 있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8 00:56

심지어는 생누에도 그냥 끓여서 먹지 않나요? 전 집단으로서의 세대에 대한 낙인찍기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터라 뭐가 그렇게 문제인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거지 같은 인간은 어느 세대에나 존재하지 않던가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8/18 01:37

20대를 나무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이리저리 채이고 눌려서 실을 뽑히고 있어 불쌍하다는 뜻이었는데, 제가 잘 전달을 못한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9 04:05

앗, 저 역시 이십대를 나무라는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사회가 성원에게 영향을 주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그야말로 상식에 어긋난 일 아닐까요?

 Commented by worldizen at 2009/08/15 03:39 

어렸을 때 중국설화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확히 같은 이야기였어요. 누에를 쳐서 온 집안이 생계를 잇는 가난한 집의 막내아들이었던가, 돈을 빨리 벌고싶다는 급한 마음에 누에의 배를 다 갈라놓고 그 집은 모두 망해버렸다는 ..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8 00:57

앗, 슬픈 얘긴데 누에 가루도 요즘 약효가 좋다는 얘기가 많아서요.

(저희 아버지께서 관련 업종에 종사를 하셔서요…T_T 누에와 뽕잎의 약효에 대해서는 프로만큼 저도 잘 알고 살아요 T_T)

 Commented by deathe at 2009/08/15 12:29 

월디즌/중국설화 하니까 저는 ‘말가죽이 주인집 딸을 꽁꽁휘감아 싸버린 후 누에로 변했다.’ 라는 중국이야기가 생각나는데 어렸을때 보고 말가죽에 휩싸여 질식해가는 기분을 너무 감정이입해서 상상하니까 토할것같았던 기억이 나요. 요재지이를 만화로 그린 책이었는데 너무 엽기적이었어요.

누에는 그러고보면 국산곤충치고는(?) 애벌레가 제법 큰 편이죠. 몸통도 허여멀겋고 인간한테 양식당하면서 뽕잎을 안주면 왠지 알아서 살아가기 힘들것만 같은 연약하고 불쌍한 느낌이예요. (옥색에 무진장 큰 산누에나방은 좋답니다. 야생이고 위풍당당. 비단고치를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8 00:59

저는 제 삶 내내 누에와 번데기를 가까이 하고 살아서 그래도 좀 아는데, 누에는 참 고운 곤충이에요. 그냥 순하기 짝이 없어서 먹고 실만 만들다가 고치를 자아내고 번데기가 되어도, 그 단계에서 실을 위해 죽거나, 살더라도 나방이 되어서 알을 낳고 바로 죽어버리죠. 전 어릴 때에 그 고치를 가져가다가 나방이 될 때까지 키웠던 적도 있어요. 정말 알 낳고 바로 죽던데, 좀 슬프더라구요.

(아버지 연구실에서 누에를 손에 올려 놓기도 하고… 그 촉감 역시 참 곱죠. 고와서 좀 슬픈 느낌도 나는 곤충이라는 생각이에요 T_T)

 Commented by 점장님 at 2009/08/15 19:08 

황금은 아니지만 금색 실을 뽑아내는 누에가 있더라구요. 정말~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18 01:00

오오, 그런가요? 아버지께 여쭤봐야겠어요.

(아버지는 근 30년 동안 누에하나만 연구하시다가 은퇴하신 분이거든요…T_T 요즘 대화가 좀 뜸해서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