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맥스 2009 스페셜 홉 시음기(4)-맥주 디저트, 그리고 종합
오늘 자정이 시음기를 올리는 마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뭐 맞추거나 못 맞추거나 계획대로 하나를 더 추가해서 올리기로 했다. 마지막은 세끼를 맥주와 함께 먹었으니, 맥주를 이용한 디저트가 왠지 잘 어울릴 듯.
라거가 아니고 보다 진한 흑맥주 종류라면, 계란과 우유를 섞어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레시피도 가지고 있지만, 라거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유제품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아서, 간단하게 그래니타를 만들었다. 그래니타는 이탈리아의 빙과류로 아이스크림의 원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까? 만드는 방법도 쉬워서 쥬스든 뭐든 만들고 싶은 액체를 넙적한 그릇에 넣고, 30분에 한 번 정도 생기는 얼음을 포크로 잘게 부숴주면 된다. 그래서 딱딱한 덩어리 얼음이 아닌, 작은 얼음 결정들의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서너시간 얼렸으나, 아무래도 알코올이 들어있다보니 아주 딱딱하게 얼지는 않는다.
맥주만으로 만들면 심심할 것 같아서, 홉의 향을 보강해줄 겸 레몬즙을 섞었다. 좋은 홉에서는 레몬의 향취가 느껴지니까, 뭐 전세계 0.1% 밖에 나지 않는다는 희귀한 홉으로 만든 맥주정도라면… 디저트라는 것이 그 전까지 먹었던 음식의 맛을 적당히 지워주는 역할을 하지만, 굳이 달거나 자극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설탕은 섞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이 맥주 역시 우리나라의 맥주 뒷맛이 그렇듯이 조금 단 편인데 맥주의 원재료는 표기해도 되지 않는 것인지 맥주와 물, 홉 등의 기본 재료 말고 또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 맥주는 열심히 찾아봐도 원재료 표기는 하지 않는 듯.
어쨌든, 세 종류의 다른 고기로 다른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굳이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을 찾자면 두 번째로 만들었던 유린기를 꼽을 수 있겠다. 버거는 쇠고기의 깊은 맛이, 돼지 목살 구이는 고기의 풍미도 그렇지만 매운 고추장 양념이 맥주를 뚫고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여름이니까, 유린기의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양념을 강하게 하지 않은 닭튀김과 함께라면 꼐절에 어울리는, 아주 딱 맞는 맛의 궁합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점이 있다면 나쁜점도 있는 법, 지적하자면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끝에 도는 단맛은 우리나라 맥주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순수한 맥주의 맛을 즐기는 데에는 감점요인이다. 개인적으로 맥주는 쓴 술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쓴 맛의 강도가 어떤가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리는 것이지, 그 쓴맛을 단맛으로 덮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 역시, 우리나라 맥주의 근본적인 단점인데 4.5도는 너무 약하다. 맥주는 기본적으로 5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알콜의 도수가 낮으면 청량감을 느끼기 이전에 술로서 힘이 없다는 느낌이 들고, 그렇게 힘이 느껴지지 않으면 맥주와 함께 먹게 되는 음식들과 입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민족은 강한 사람들 아닌가? 다들 술도 잘 마시는데 맥주도 좀 강해졌으면 좋겠다. 4.5도에서 5도로 올리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주도 계속 낮춰서 소주 같지 않은 술로 만드는 것과는 좀 거리를 두었으면 좋겠다.
이것으로 총 4부에 걸친 시음기는 끝. 그래도 맥주가 아직 조금 더 남아서 기쁘다^^
# by bluexmas | 2009/08/09 23:58 | Taste | 트랙백 | 덧글(11)
맥주한잔이 하고싶은 밤인데 내일 회사를 가야한다니 정말 미칠거같습니다 ;ㅁ;
비공개 덧글입니다.
사실 음식과 술의 궁합을 맞춰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으니까요. 음식도 딱 기분 좋을만큼만, 술도 딱 기분 좋은 만큼만 먹고 마시는 게 좋더라구요. 그 선을 넘어서면 맛을 몰라서… 그래도 아직 맥주가좀 남아서 종종 한 잔씩 마셔야죠^^
bluexmas님이 ^^를 쓰시니까 기쁨의 감정이 왜 이리 와닿죠 흐흐..
사실^^ 저도^^ 알고^^ 보면^^ ^^을 굉장히^^ 잘^^ 쓰는^^ 편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