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맥스 2009 스페셜 홉 시음기(2)-자작 유린기

예고했던 대로, 한정판 맥스의 시음기는 계속된다. 왜? 맥주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그리고 그 두 번째는 닭고기를 이용한 중식이다. 얼마전에 올렸던 글에서도 얘기하지 않았던가,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진리라고. 중식에는 닭을 이용한 튀김요리가 많으니 그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비슷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생각했던 요리가 바로 유린기.

어릴 때부터 웬만한 한국화된 중국 음식은 거의 다 먹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거나 혹은 신기하게도 유린기를 먹어본 기억이 없다. 아니, 유린기라는 음식의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밖을 나돌아 다닐 때에도 우리나라에 이민왔던 화교가 다시 미국으로 이민가 차린 중식당에서 우리나라에서 보통 파는 것과는 또 다른 중국요리를 많이 먹었지만, 거기에서도 유린기라는 음식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뭔가 이상하다. 어쨌든, 깐풍기는 사서도 꽤 먹어봤고 만들어서도 꽤 먹어봤으니 이제는 다른 요리를 만들어 먹어볼 차례, 그래서 유린기를 잘 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촌동의 아무개 중식당에 가서 일단 먹어보았다. 가지고 있는 책에 레시피가 나와있고 또 복잡하지 않아서 어쨌든 만들면 만들 수 있겠지만, 뭔가 먹어서 맛을 알아야 비교도 하고, 또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껏해야 단 한 군데의 유린기를 먹어봤을 뿐이니 아직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어서 글은 올릴 계획이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의 유린기와 직접 먹어보았던 식당의 유린기는 좀 달랐다. 가지고 있는 레피시의 유린기는 계란과 빵가루를 입혀 튀겨 간장을 기본으로 만든  묽은 소스만 끼얹는, 거의 닭 커틀렛의 중국판인데 반해, 직접 먹어본 레시피는 겉은 아주 바삭거리고 속은 쫄깃거리다 못해 질긴 느낌의 튀김옷을 입고 있었다. 계산을 치르면서 은근슬쩍 물어보니, 감자전분으로 만든 반죽을 입혔단다. 그래서 나도 감자 전분을 사다가 미리 물에 섞은 다음 올라오는 물을 따라 버리고 가라앉은 반죽을 입혀 튀겼다.

재료

닭다리살 3개

청주/간장 1작은술씩

계란 1/2개

빵가루 100그램

식용유 2컵

소스

대파 1/4개

청/홍고추 1/2개씩

다진마늘 1작은술

물 2큰술

간장/식초/설탕 1큰술

후춧가루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만드는 법

1. 파, 마늘, 고추를 준비한다.

2. 1과 소스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어째 생강이 잘 어울릴 것 같아 다져서 살짝 섞었다. 마늘의 매운 맛을 덜어내는 것이 좋으므로 소스를 미리 만들어두는 게 좋다.

3. 닭다리를 청주와 간장으로 밑간한다고, 책에는 나와 있지만 물기가 많아질 것 같아서 소금과 후추을 썼다.

4. 닭다리살에 계란을 묻혀 빵가루를 입힌다. 그러나 감자전분으로 대체.

5. 튀긴다. 적정 온도는 170도.

6. 닭고기를 썰어 양배추 위에 깐 뒤 소스를 뿌린다.

감자 전분을 써서 튀김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감으로 닭고기가 익을 정도까지 튀겨 봤더니 식당에서 먹은 그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느낌이 제법 났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어떤 식당의 유린기에는 양배추를 깔고, 또 내가 먹었던 식당에서는 양상추를 깔던데 집에 양배추가 있어서 별다른 갈등없이 채썰어서 깔기는 했지만, 그때 먹었던 유린기의 양상추가 뜨거운 튀김에 금방 숙이 죽어 흐늘흐늘해진 것으로 미뤄볼 때, 양상추보다는 조금 더 억센 양배추가 더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조금 더 가늘게 채썰지 않은 것은 판단 착오.

튀김이 식기 전에 채썬 양배추 위에 올리고 간장으로 만든 소스를 뿌린다. 닭튀김과 맥주가 기본적으로 워낙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며칠 전에 먹은 버거와 비교해보니 고기맛이 더 풍부한 버거보다 조금 더 섬세한 편인 유린기가 한정판 맥스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동어반복이지만, 음식이 강한 맛을 지니고 있으면 그와 짝을 이루는 마실 것 역시 강한 맛을 지니고 있어야 그 맛이 죽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유린기는 깐풍기나 라조기처럼 맵고 강하다기보다 조금 더 상큼하고 가벼운 맛이어서 같은 닭튀김으로 만든 중국 음식이라고 해도 그 둘 보다는 맛의 궁합이 맥스와 잘 맞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식의 닭튀김이더라도 지나치게 양념이 많이 된 것 보다는 보통 닭튀김이나 가볍게 양념이 된 종류와 더 잘 어울릴 듯.

이걸로 두 번째 시음기는 끝. 또 다음 편으로 계속된다.

 by bluexmas | 2009/08/06 09:48 | Taste | 트랙백 | 덧글(12)

 Commented by nabiko at 2009/08/06 09:51 

아악!!..bluexmas님 옆집으로 이사라도 가야겠습니다..orz..

그나저나 튀김하면 기름을 너무 많이 쓰게 되서 집에서 하기 힘들던데…튀김 연장샷도 함 보여주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9 01:00

한 층에 두 세대씩 있는 집이라 옆집이 하나밖에 없어요. 저도 기름처리하기 귀찮아서 튀김 거의 안 해먹는데,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해요. 연장은 따로 없고 무쇠 팬에 기름 자작자작하게 붓고 튀긴답니다. 튀김기가 있으면 편할 것 같기도 해요.

 Commented by delicious feelings at 2009/08/06 10:32 

우와~~~맛있겠다……ㅡㅡ^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9 01:00

네^^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08/06 11:25 

진짜 복고풍 화교중국집에선 유린기 메뉴를 다루지 않는 데가 많은걸 보면, 90년대 이후 이촌동,강남,4대문안 호텔가 중심으로 근래에 도입된 듯 합니다. 맵거나 짜지않고,좀 ‘헬시한’타입 요리니까 말이죠^^

이촌동집도 유명하지만, 북창동 [자금성]의 유린기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9 01:01

그럼 일종의 퓨전 중국식인가봐요. 무슨 마요네즈 새우, 이런 것처럼요.

제가 80년대 초반부터 중국음식을 먹었어도 유린기 먹은 기억이 안 나거든요. 물론 전가복 같은 비싼 것도 먹어본 기억이 없기는 하지만…

그 이촌의 유린기는, 과대평가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었지만 3만원짜리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목란의 유린기도 좋다던데 자금성도 한 번 가봐야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08/06 12: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9 01:03

양배추랑 양상추랑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양상추는 금방 숨이 죽어서 풋내가 나는데, 그게 좀 마음에 안 들더라구요. 아삭아삭한 느낌도 금방 죽고… 또 양배추는 너무 억세죠, 맛도 향도… 사실 그냥 아루굴라 같은, 쓴 맛 나는 야채를 까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사실 시금치 깔면 그냥 닭고기 샐러드죠 뭐^^

 Commented by 제이 at 2009/08/06 18:06 

아아..저녁만들어야되는 이때!

왜 저는 유린기포스팅을 보았을까요!!!! 배고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용!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9 01:03

그럼 저녁으로 유린기를 만들어 드시면 어떨까요^^ 히히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8/07 15:32 

감자전분으로 만드는 쪽이 더 그럴싸한 것 같아요

이러다 bluexmas님 주변 집값 뛰겠어요 경쟁자분이 저기 또…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9 01:05

네, 제가 생각해도 계란에 빵가루는 그냥 치킨가스가 되는 것 같아서…

옆집 애기엄마가 집을 팔 생각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