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의 쵸코파이와 그의 친구 문파이

다 늦은 밤에 장을 보러 밖에 나가다가, 길에 떨어진 봉지를 보고서는 갑자기 쵸코파이가 먹고 싶어졌다. 파는 과자 종류는 안 먹은지가 너무 오래 되었고 게다가 쵸코파이는 군대에서 성당에나 갈때 먹고 난 뒤에는 입에 댄 적이 없었으니, 한 십 몇 년 쯤 됐나? 어쨌든 스스로도 이런 걸 너무나 갑자기 먹고 싶어하는 내가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땅에 떨어진 봉지를 보고 먹고 싶어지다니,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어차피 이마트 같은 할인매장에서야 큰 상자로 밖에 안 파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 편의점에서는 낱개로 살 수 있을까 싶어 들러봤는데, 거기에서도 네 개 들이 상자가 최소 단위. 하나만 먹으면 더 먹고 싶어질 것 같지 않았지만 그냥 네 개를 샀다. 먹을 때에는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 뒷맛은 무시 못하는 듯. 어떻게든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초콜렛을 담궈서 녹여 만드는 건 왠지 만들기가 좀 귀찮다.

미국에도 쵸코파이가 있다. Moon Pie라고, 생긴 걸로 지은 이름이니 어찌 보면 쵸코파이보다 더 그럴싸한 이름인데 맛은 거의 비슷하다. 종류도 쵸코파이보다는 몇 종류 더 되는 듯. 역사도 은근히 오래 되어서, 홈페이지를 찾아 보면 무려 1917년 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뭐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런 종류의, 몸에 안 좋은 음식만 만드는 남부 지방에서 유래한 것으로 내가 살던 동네에서 아주 가까운 테네시주 시골 마을에서 기원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 출신 친구들 가운데에서 자기 아빠가 이걸 너무 많이 먹어서 살찐 것 같다는 농담을 하는 애도 있었다. 어쨌든 몸에 좋지 않아도 인기는 꾸준해서, 온갖 티셔츠를 위시한 캐릭터 상품에다가 무려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가지고 있더라. 우리나라 쵸코파이는 티셔츠 만들어서 안 파나? 어쨌든, 이 문파이는 ‘one and only’ 라고 광고하면서 세상에 이런 종류의 과자를 자기네 밖에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초코파이라는 게 오랫동안 잘 팔려서 하나의 아이콘처럼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나름 놀랄듯.

 by bluexmas | 2009/08/03 23:03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08/03 23:32 

미국의 진정으로 상징적인 초코파이는 팀탐이 아닌가요?

울 초코파이는 캐릭터성이 아니라 정에 호소하니깐요 ~_~

아무튼 다른 회사는 절대 흉내낼수 없었던 오리온이 진리…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3 23:44

저도 얘기만 들어본 그 전설의 팀탐은 호주과자라고 그러더라구요. 혀가 썩는 단맛이라는데 과연 어떨지 기대가…@_@

왜 초코파이도 그 ‘정’ 자 찍은 티셔츠 만들어 팔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나저나 쵸코파이는 정말 오리온이 진리, 오랫만에 사 먹으면서도 다른 상표는 거들떠도 안 봤죠.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08/03 23:32 

요새는 좀 들어갈 거라 생각하지만..몇년 전만 해도 인기상품 오리온 초코파이에 ‘초콜릿성분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있었죠. 미국에도 저런게 있었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3 23:45

펠로우님 덧글을 보고 상자를 다시 들여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초콜렛, 아니면 카카오 버터가 아니라 코코아 가루랑 기타 향을 넣은 것 같네요. 어차피 겉에 바르려면 무엇인가와 유화제와 코코아 가루 정도면 만들 수 있겠죠. 그 무엇인가는 어떤 종류의 지방이면 될테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3 23:48

참, 저 정도의 과자는 정말 사람의 양식이구요, 미국 시골동네 주유소 같은데에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천연재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과자나 빵 종류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핵폭발이 일어나서 지구가 멸망해도 바퀴벌레와 함께 살아남아 벌레의 일용할 양식이 될 듯한…빵 하나에 600칼로리도 넘는 등 환상적인 놈들이 많죠. 미국 사람들이 비만인 게 다 그런 이유에서라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xmaskid at 2009/08/03 23:35 

woopie pie 라는것도 조금 비슷한데 초컬릿 코팅은 안되었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4 03:28

A whoopie pie (alternatively called a gob, black-and-white, or bob) is a baked good made of two round mound-shaped pieces of chocolate cake, sometimes pumpkin cake, with a sweet, creamy frosting sandwiched between them.While considered a New England phenomenon and a Pennsylvania Amish tradition,they are increasingly sold throughout the United States.According to food historians, Amish women would bake these and put them in farmers’ lunchboxes. When farmers would find these treats in their lunch, they would shout “whoopie!”

라고 나와있네요 ^^

 Commented by xmaskid at 2009/08/04 03:38

호…이게 동부에서 시작된거군요. 이거 하나 다 먹으면 한 천 칼로리정도 되기때문에 이가 썩을정도로 단 것이 먹고싶은 날에 하나 사서 반씩 먹었었는데… 맛은 있습니다…^^

 Commented by basic at 2009/08/04 01:25 

저도 길거리에 떨어진 봉지보고 먹고 싶어질 때가 많았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휴-) moon pie 말고 wagon wheels 라는 과자가 있는데. 모양이 완전 초코파이랑 똑같더라고요. (http://dealcetera.com/wp-content/uploads/2009/04/wagon_wheels.jpg -> 보신 적 있을 지도…) 그림 믿고 샀다가. 정말 심하게 달아서 완전 데였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5 01:55

(저도 휴-)

사진의 과자는 캐나다에서 나온 물건인가봐요. 미국에서는 본 적이 없어요.

그 동네에서야 사면 뭐든지 달아서 죽죠. 여기 와서 그건 좀 나은데 미친 크리스피 크림 이런 건 정말 대책이 없네요…

 Commented by PIAAA at 2009/08/04 12:45 

트랜스 포머에서도 초코파이 비슷한 모양의 과자를 대통령이 찾는 장면이 나오죠. 도로록하고 굴러가는데 반사적으로 “초코파이!!!”그랬었어요. 언젠가 초코파이의 마쉬멜로우는 휘발유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 인거같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5 01:56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건 변신하는 아이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종류의 지방이 휘발유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그런 제품들이 꽤 있는데, 정말 믿을 수 밖에 없어요…T_T

 Commented by 카이º at 2009/08/04 14:46 

미국의 초코파이는 딩동이라는 제품이라고 하네요 ㅎㅎㅎ

트랜스포머에 나왔죠~

그보다 편의점에서 박스쪽말고 사탕이나 파는 코너쪽 보시면 초코파이는

하나씩도 팔텐데요 ;ㅅ;?

요즘은 거의 파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ㄷㄷ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5 01:56

제가 갔던 편의점에서는 안 그렇던데요?

ㄷㄷ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8/04 15:23 

저도 가끔 초코파이가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낱개로 사긴 아쉽고..그렇다고 대량으로 구매하기엔 금방 질려서 어느 쪽이든 사기 애매한 제품-.-; 그나저나 문파이는 마쉬멜로우가 무려 이층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5 01:57

저것도 한층짜리, 두층짜리가 있더라니까요. 미국 비만이면 한층짜리로는 안 되니까요. 무조건 두층을먹고 비계가 늘어져야 미국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