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맥스 2009 스페셜 홉 시음기(1)-수제 갈비버거와 함께
지난 달 말, 블로그 코리아에서 주최하는 여름 한정 맥스 맥주 시음행사에 뽑혔다. 발표를 한 지가 일주일이 넘었는데 영 소식이 없어서 혹시 맥주가 다른 곳으로 샌 건 아닌가 전전긍긍했는데, 마침 어제 오전 택배로 배달되어서 바로 음식을 만들어 시음에 착수했다. 나름 여름에 어울리는 파란 색의 상자에 담긴 내용물은, 알려졌던 것처럼 355밀리리터 캔 열 두 개와 1.6 리터짜리 피쳐 하나, 그리고 전용 컵. 한 번 음식을 만들어서 시음기를 올리기에는 맥주가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세 번 정도로 나누어 시음기를 올릴 예정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인 쇠고기로 만든 양식.
기름기가 많고 단 서양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쓴 맛과 신 맛, 그리고 탄산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맥주와 좋은 짝을 이룬다. 쓴 맛, 신 맛, 그리고 탄산 이 세 가지 모두가 음식의 기름기를 씻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그러나 맥주라면 아무래도 버거가 짝이 되어야만 할 것 같아서, 맥주가 오기를 기다리며 일단 빵을 구웠다.
이 햄버거 빵은 지난 번에 베이글을 구우면서 소개했던 책에 나온 보통 식빵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언젠가 기회가 되면 레시피와 함께 소개하기로 하고…
고기를 갈아서 버거를 만든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니까, 이젠 지겨워서 웬만하면 갈아서 파는 고기를 사서 버거를 만들 생각으로 이마트에 들렀으나, 예상처럼 버거에 맞는 고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갈아서 파는 부위는 딱 한 종류인데, 그걸 사다가 뭉쳐서 구우면 버거보다는 동그랑 땡이 될 정도로 기름기가 부족하니까. 여러 부위의 스테이크를 들여다 보면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선택한 부위는 싸게 팔고 있는 찜갈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적어도 20 퍼센트는 되어야 할 지방을 가진 부위가 갈비 밖에는 없었다. 뼈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100 그램에 880원인가로 다른 부위에 비해 엄청나게 싼 가격(물론 호주산… 한우를 갈아서 버거를 만들면 과연 맛이 어떨지 T_T), 넉넉하게 사다가 살을 발라서 믹서로 간다.
기름기가 없는 부위로 버거를 만드는 옛날 레시피-일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를 보면 계란을 비롯한 여러가지 부재료를 넣으라고 나오는데, 기름기가 넉넉하게 있는 고기라면 그 자체로도 잘 뭉쳐지므로 계란을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잘못 계란을 섞으면 너무 질척거려서 뭉쳐도 모양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쨌든, 간 고기에 소금을 넉넉히 뿌려 둥글게 뭉친 다음,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들려 납작하게 만든다. 버거를 만들 때 과연 어디에 소금을 뿌려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찾아보면 다른 의견이 굉장히 많다. 그 가운데 두 가지를 놓고 항상 논쟁 비슷한 게 벌어지는데, 고기를 갈아서 거기에 직접 소금을 섞는 방법과 고기를 갈아서 패티를 만든 뒤 그 위에 소금을 뿌리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그 두 가지를 놓고 시험을 어러번 해 봤는데, 패티의 위에만 소금을 뿌리면 소금이 그 역할-고기의 맛을 끌어내는-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그 뒤로는 언제나 간 고기에 소금을 직접 섞는다. 단, 이 경우 패티를 만들어서 오래 두면 소금으로 인해 고기의 물기가 빠질 수 있으므로 만들어 바로 먹거나 냉동시켜 두는 것이 좋다.
버거에 감자튀김이 빠질 수 없으므로, 하루 전날 밤에 감자를 썰어 물에 담궈 전분을 빼두었다. 그릇에 감자를 담아 식용유를 적당히 뿌려서 7-8분 정도 전자렌지에 돌려 물기를 빼고 살짝 익힌다. 감자를 튀기는 동안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맥스 캔을 사서 마셔보니 보통 맥스보다는 첫 맛이 조금 가볍고 뒷 맛이 조금 무겁다. 여름 한정 맥주가 오면 맛을 비교해 보려고 시음행사에 뽑히고 나서 틈틈히 보통 맥스를 마셨었는데, 나는 입자가 적당히 굵지만 잘 넘어가는 느낌을 좋아했는데, 이 여름 한정판은 입자가 보통 맥스보다 조금 가볍고, 넘어 갈때는 조금 걸린다는 느낌이다. 전 세계 호프 생산량의 고작 0.1% 만을 차지한다는 뉴질랜드의 넬슨 소빈(Nelson Sauvin) 홉에서는 꽃과 과일향이 난다고 캔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세심하게 느끼기는 좀 어려웠지만 보통 맥스 보다는 조금 더 섬세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감자를 튀기고, 콜 슬로를 만든 뒤 카라멜화 한 양파를 곁들인다. 버거를 만들 때면 언제나 곁들이는 양파는 패티의 느끼함을 잘 달래주는데, 만들기도 쉽다. 약한 불에 올리브 기름과 얇게 썬 양파를 올려 한참을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마지막에 발사믹 식초를 뿌려 적당히 조려주면 된다. 기름기가 워낙 많은 갈비살로 패티를 만들었더니, 기름기가 나와서 한 번 뒤집은 다음에는 고기를 굽는다기 보다 거의 튀기는 상황이었다. 패티는 간 고기로 만들었으니만큼 적어도 중간 이상으로 익혀서 박테리아를 죽여야 된다. 사실 박테리아가 식품의 겉면에는 존재하지만 내부로 침투하기는 어려우니 만큼, 고기를 통으로 굽는 스테이크의 경우에는 겉을 뜨겁게 익혀서 겉의 박테리아를 죽이면 속은 덜 익어도 상관이 없지만 겉에 박테리아가 있는 고기를 갈면 고기가 섞이면서 박테리아도 섞일 수 있으므로 패티의 경우에는 꼭 어느 정도 이상으로 익혀야 하는 것. 그래도 버거 패티를 살짝 익혀 먹겠다는 사람들이라면 고기를 뜨거운 물에 아주 살짝 데쳐 겉면의 박테리아를 죽이고 갈아서 만들어 먹으면 된다고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아직 못 느꼈다. 고기도 넘쳐 나겠다, 욕심에 패티를 엄청나게 크게 만들었으므로 한 면당 7분씩 익힌다. 200 그램 정도의 패티라면 뜨겁게 달군 팬에 한 면당 6분 정도 익히면 적당하다.
준비하는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길어, 맥주를 안 마실 수가 없었다. 탑처럼 버거를 쌓아 한 입 베어 문다. 역시 갈비 정도는 되어야 버거가 진짜 버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고기의 맛…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피쳐를 꺼내 잔에 따라 들이킨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 선택의 폭이 너무 좁은데, 이 정도로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라면 사실 라거 보다는 에일이 더 잘 어울린다. 포도주도 음식에 따라 full body니, medium body 와 같은 말들을 쓰게 되는데 맥주도 마찬가지로, 너무 맛의 입자가 가늘고약한 라거 종류는 이런 종류의 음식에 짝을 맞추면 그 풍부하고 기름진 맛에 압도되어버려 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맥스는 라거 치고는 맛의 입자가 굵은 편이어서 기름기가 넘쳐나는 갈비버거의 풍부한 맛에도 굴하지 않고 좋은 짝을 이루었다. 그냥 마실 때에는 조금 목에 걸린다고 생각했던 느낌이 버거와 함께 하니 별 무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버거도, 맥주도 모두 만족스러운 토요일 오후의 한 끼였다. 시음기는 다음 편에 계속.
# by bluexmas | 2009/08/03 09:48 | Taste | 트랙백 | 덧글(36)
(사실 저는 커피 맛을 그렇게 잘 아시는 펠로우님이 무섭습니다만-_-;;;)
노란 겨자 생각은 정말 못 했네요. 피클이 없어서 오이지를 넣을까 했는데, 그것도 마침 떨어졌더라구요.
직접해먹는 햄버거의 맛은 어떨란지 참 궁금합니다. ^_^;;
부디 저도 좀 초대해 주세요. 굽신굽신…-_-;;;
저런거 해보려해도 저는…재주가 너무 역부족하군요 ㅎㅎㅎㅎㅎ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그냥 사먹는게 편합니다 ㅋㅋ
bluexmas님과 함께라면 맛따라 월드투어같은 거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 그나저나 맥주에 소고기 패티 햄버거라니 하악하악 ;ㅁ;ㅁ;ㅁ;ㅁㅁ;
박테리아가 찌릿찌릿(?)한 느낌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도 회사 앞 식당에서 속이 하나도 안 익은 버거를 먹은 적이 있어요. 그 느낌이 좀…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