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낮술(4)-언제나 진리라는 치킨과 맥주
뭐든 웬만하면 만들어 먹자는 주의지만, 가끔 아무 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 어려운 음식을 시켜 먹는다. 그 대표 주자는 바로 치킨, 혹은 닭튀김. 지난 주 토요일에는 교촌을 시켜서 낮술을 마셨다. 짝 맞추어 마시는 술은 당연히 맥주… 치킨에는 맥주가 아닌 술을 곁들이는 걸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많고 많은 진리 가운데 치킨과 맥주의 궁합이 꼽히는 게 아닐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집 건너 교회, 그 다음에 약국…이라고들 했는데, 이젠 약국은 그 자리를 치킨집에 내줘야만 할 것 같다. 이마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주택가 길에는 정말 하나 두 집 건너 치킨집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다른 데에 전화를 걸기 싫어서라도 나는 언제나 교촌만을 시킨다. 그래봐야 딱 두 번째지만.
사람들이 치킨을 시키면서 하도 ‘반반 무 많이’를 외치다 보니, 이젠 그게 하나의 경구처럼 자리를 잡았는지 무교동이었나? 어느 골목을 가니까 반반 무 많이라는 이름을 가진 치킨집도 있더라. 나는 아예 무 많이 달라는 얘기조차 하기 귀찮아서 그냥 닭무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물과 식초와 설탕을 같은 비율로 섞어서 팔팔 끓여서는 깍뚝썰기해 놓은 무에 부어서 하룻밤 묵히면 된다.
일일이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호가든과 크롬바커, 그리고 레페를 마셨다. 맥주의 맛만 놓고 보면 레페가 가장 내 취향에 맞는데, 어이없게도 설탕을 따로 더해서 뒷맛이 그렇게 깔끔하지 못하다. 크롬바커는 내 취향이 전혀 아니었고, 호가든 역시 내가 좋아하는 맥주와는 거리가 멀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장 무난했다. 점심 시간쯤에 닭을 주문했는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려 도착해서는 열 두시에 문을 열고 닭을 튀기는데 이십에서 이십 오 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닭을 튀기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같은 집에서 계속 시키는데, 이번 닭은 지난 번 것보다 조금 더 튀겼는지 아주 약간 퍽퍽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닭들은 너무 토막을 작게 쳐서 튀긴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이상을 튀기면 퍽퍽해진다. 그 정도로 작은 토막이라면 조금 덜 튀겨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만은 했다.
# by bluexmas | 2009/07/25 09:28 | Taste | 트랙백 | 덧글(14)
양상추 세팅도 직접 하신거예요? 대단하세요! 저희집에서는 시키면 박스째로 들고 뜯어요 무도 손으로 집어먹고… ㅋㅋㅋ
참, 지난 주에 평양냉면 전문점 동치미에 찾아가봤는데, 괜찮더군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칠천원짜리로는 최고, 그러나 역시 우래옥류의 깊은 맛에는 조금 못 미치는… 하지만 언제라도 가서 먹을 수 있는 집이더군요 저에게는. 저는 워낙 평양냉면 취향이라서요.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던데요. 그냥 동평화시장 건물을 끼고 돌면 바로 현수막이 보이기도 하고, 샛길로 오려면 동대문운동장 공사판을 끼고 돌아 헤양 엘리시움 앞의돌담길로 쭉 들어오면 되구요. 또 가서 비빔냉면을 한 번 먹어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닭무를 그리 먹지 않아서 집 냉장고에는 차곡차곡 쌓여있습죠…
맥주 또는 콜라면 충분히 기름을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