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두 가지
작금의 무너진 경제 상황으로는 파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집의 세를 놓게 되었다. 손해를 최소화해서 적어도 당분간 돈은 나가지 않게 되었다. 좀 사람처럼 살아보겠다고 집을 샀는데, 그게 이런 암덩어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떠밀려 쫓겨나듯 떠나라면 아무 것도 남기지 말고 훌훌 떠날 수라도 있어야 사람 마음이 편할텐데, 돈 먹는 암덩어리가 된 집을 놓고 떠나니 그 찝찝한 기분이야 정말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난 내 집을 사랑했는데, 음식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먹게 된 것도 그 집의 넓디넓은 부엌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 집을 사면서 꾸었던 헛된 꿈 따위가 곧 아주 가볍게 박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집에서 사는 2년 반 동안 난 참 행복했었다. 혼자 덩그러니 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블로그를 포함해서 참 많은 것을 하도록 만들어준 공간이었는데, 회사에서 잘리고 나라를 떠나게 되면서 팔지를 못하니 순수한 암덩어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은 코미디에 가까운 개인 재난의 정수였다. 무능한 첫 번째 에이전트는 결국 나를 위해 우편물 몇 번 보내주는 엄청나게 큰 도움을 준 뒤 나에게 잘렸고, 친구를 통해 찾은 에이전트가 소개해준 그 동네 부동산계의 거물 한국인 에이전트가 집을 맡은지 약 이 주일만에 일단 암덩어리는 당분간 활동 중지 상태로 내 머릿 속 깊은 곳에 봉인되었다. 이 암덩어리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맛을 잃은 나날이 며칠이었던가… 어쨌든 당분간은 생돈 나가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돈을 얹어가면서 집을 없애버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말 전전긍긍했다. 부은 돈 싹 다 잃고 생돈을 더 얹어서 집을 판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될리 없잖아…
당분간은 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겠다. 꼴에 집 세 주는 집주인이 되어버렸구만.
2. 블로그 코리아에서 하이트랑 손잡고 주최하는 맥스 여름 한정판 맥주 리뷰에 당첨되었다. 받는 건 캔맥주 열 두 개와 1.5리터 페트병 하나, 그리고 전용 컵. 리뷰 잘 쓰면 아이팟이나 상품권도 준단다. 공짜맥주라니 즐겁구나. 잘 안 먹는 초콜렛보다 훨씬 낫다! 집세 받는 집주인으로 등극한 기쁨을 공짜 맥주로 축하해야 되겠다. 아, 맥주맛 달겠네, 달겠어…
# by bluexmas | 2009/07/24 21:57 | Life | 트랙백 | 덧글(14)
우예~ 공짜맥주! 부러워요!
집은 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
저는 늘 얹혀사는 일생이라 집주인의 고뇌를 짐작조차 하지못하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