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 샤브샤브: 두 번째 방문은 실망
어제 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음식을 먹고 맛이 없다는 얘기를 쓰는 건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점을 묘사하기가 때로는 장점을 묘사하는 것보다 쉬우니까. 그러나 가끔 들어올지도 모르는 태클을 감안하면 맛없다는 얘기를 쓰는게 귀찮아질때가 있다. 때로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점의 음식을 나쁘다고 말하는 걸 잘 못 받아들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건 때로 음식을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음식을 비난하는 것을 자신을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입맛에 맞냐, 맞지 않느냐의 여부를 얘기하는데, 그건 절반만 정답이다. 절대적인 맛이 있고 없고를 얘기하기 이전에, 나쁘게 조리된 음식은 맛이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조리를 나쁘게 하는 방법은 때로 좋게 하는 방법보다도 많고, 이뤄내기도 쉽다. 조금만 주의를 안 기울이면 되니까.
각설하고, 맛 없었던 음식 얘기를 하는 김에 하나 더 쓰자. 이 집은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은 집이라 쓰기가 더 귀찮다. 바로 서울대 입구 역 근처에 자리잡은 성민샤브샤브…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게 내키기 않는 건 나 역시 처음 갔을 때 이 집 음식을 맛있게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아는 분들과 한가한 점심시간에 찾아갔는데, 결과는 영 실망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마저 구리다.
첫 번째는 ‘동파돼지고기’ 였으나 귀찮아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한 접시에 만 이천원이라는 가격에서 알 수 있듯, 이 음식은 통조림 돼지고기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솔직히 얼마였든지간에 그렇게 먹어야 할 음식은 아니었고, 따라서 실망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까. 들쩍지근한 조미료의 맛. 기대를 할 사람이라면 시키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먹을만한 음식도 많고, 동파육이 먹고 싶다면 돈 좀 내고 제대로 된 걸 먹거나. 이 음식은 우리가 아는 그 동파육의 저렴한 대체판으로 자격 미달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냉채. 정체가 뭔가 궁금했는데 말린 두부를 채썰어서 역시 채 썰은 생배추와 고추가루, 식초 등으로 무친 것. 이건 맛있었다. 두부의 꼬들꼬들함과 배추의 아삭아삭함도 잘 어울렸고, 간도 잘 맞았다. 칠 천원이면 가격도 괜찮으니 전채 겸 맥주 안주로 시키면 제격일 듯.
그리고 세 번째는 진짜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쇠고기 튀김 볶음인가 그랬다. 채 썰은 쇠고기를 튀긴뒤 매운 양념으로 볶은 것. 튀겼으니까 쇠고기가 거의 바삭거리다시피 물기가 없는 것이야 뭐 이해한다 치더라도, 간이 지나치게 짰다. 그러니까 그냥 짠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볶음밥도 한 번 시켜봤다. 주방에서 음식하시는 분이 전자렌지에 새우살을 해동하는 걸 보았기 때문에 새우가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평범 무난에서 약간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위의 쇠고기 볶음은 짰는데, 얘기는 지나치게 싱거웠다. 아마 둘을 섞어서 먹으면 간도 맞고 맛있었을 듯.
그리고 사진에는 없는데, 물만두도 시켜 먹었다. 그 전에 먹었을 때에도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것보다도 더 못했다. 어째 전보다 대강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 건 왜였을까? 역시 간이 별로 맞지 않았고, 입에 넣는 순간 그 전의 것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해서 성민의 두 번째 방문은 실망스러웠다. 얼마나 실망스러웠냐…면, 뭐 음식 값이 비싸지는 않으니 주변에 산다면야 어쩌다가 한 번 정도, 오늘은 음식의 상태가 괜찮기를… 이라고 바라면서 가서 맥주 몇 병 마시고 음식 먹으러 가겠지만 근처에 살지 않으니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을 정도의 실망이었다. 물론 음식이라는게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기복이나 편차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많은 시간에 찾아가면 한가하므로 만드는 사람도 신경을 써서 음식이 평소보다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는 사람이 그야말로 하나도 없어서 음식 만드시는 분이 식당으로 나와서 담배 피우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만든 음식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담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역시 개인적으로는 음식 만드는 사람이 손님들 눈에 띄는데-이를테면 가게 바로 앞 같은 곳-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싫어한다. 하물며 식당 안에서 손님이 옆에 밥을 먹고 있는데? 하여간, 더 자주 가는 사람들이 이 집 음식에 대해서 더 잘 알겠지만, 문 연지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다는 걸 생각해 보았을때 벌써 질이 떨어진다면 믿음을 주기 힘들다. 그냥 내가 갔던 이 순간에만 좀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걸 다시 확인하러 또 일부러 찾아갈 것 같지는 않다.
# by bluexmas | 2009/07/23 09:13 | Taste | 트랙백 | 덧글(12)
제 경험이지만, 관악구 근방에선 싼 가격 음식은 괜찮은 반면, 만원 넘어가는 음식은 맛없을 때가 많더군요~
밑에 덧글 남겨주신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걸 보니, 이 집이 요즘 음식을 허술하게 하거나, 사람이 오는 속도를 받쳐주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그래서 장사 오래 할까요?
뭐 제가 걱정할 거리는 아니지만…
(죄송하시기는요 뭐. 덧글 주고 받는 거 저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