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에 가서 모리나가를
모든 교육이 스파르타식으로 이루어져서 아버지에게 ‘300’ 따위에서 볼 수 있는 스파르타식 복근을 향한 집착이라도 있는 줄 알았던 어린 시절, 한자 교육 역시 스파르타식으로 이루어졌다. 출근하시기 전에 그날의 범위를 천자문 책에서 찝어주시면, 퇴근하고 돌아오실 때 까지 그걸 공책에 정해진 회수만큼 쓰는 것. 그리고 아버지는 언제나 정시 퇴근이셨다. 그래서 난, 배에 만들어야 될 복근을 머리에 만들게 되었다.
어쨌든, 나무 목(木)자를 배우고 나니 그걸 두 번 겹쳐 쓰면 수풀 림(林)이 되고, 또 하나를 겹쳐 쓰면 수풀 삼(森)자가 된다는 걸 알아버렸는데, 나는 어린 마음에 왜 하나쯤 더 더해서 나무 목이 네 번 겹치는 한자는 없는지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큰 나무를 받치고 있는 아래 두 나무가 불쌍해 보였나? 두 개랑 세 개도 쌓고 겹쳤는데 뭐 네 개 못하겠어?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고. 어쨌든 참 형태를 따서 만든 말이라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말을 더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굳이 뭐 이런 시시껄렁한 얘기를 쓰냐면, 어디에선가 주워 들은 일본 가기 이벤트 응모를 하려고… 배너만 하나 딸랑 올려 놓으면 좀 그러니까 뭔가를 곁들여서 쓰고 싶었는데, 아오모리(靑森)이라는 동네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얼마나 푸른 숲이길래… 재작년에 삿포로와 하코다테는 갔다 왔으니, 아오모리도 한 번(이라고 쓰면서 우물쭈물 응모한다!)… 뭐 이런 게 아니더라도 그 동네는 꼭 다시 가보고 싶다. 다음 번에는 기차를 타고. 밤기차는 언제나 쫓기는 기분이어서 타기 싫지만 그 동네는 밤기차가 있다면 타고 여행하고 싶더라.
어쨌든, 아오모리에 가게 되면 상관 있든 없든 모리나가 카라멜을 꼭 사서 먹어봐야지. ‘아오모리에 가서 모리나라 카라멜을 먹었어요’ 라고 말하면 왠지 재미있을 것 같잖아. 특히 팥 카라멜, 그거 너무 맛있던데.
# by bluexmas | 2009/07/18 22:39 | Life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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