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Context / One Night Stand
Out of Context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라이벌 관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알 것이 뻔한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사이의 관계이다. 두 팀의 선수들은 인터뷰를 하면, 상대팀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기 일쑤인데, 예를 들어, 보스턴 선수에게 ‘자유 계약 선수가 된다면 뉴욕에서 뛸 생각도 있냐’ 라고 물어보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겠다. 뭐 이런 종류의 질문에 그 의중을 뻔히 아는 누군가는 능글능글,’에 뭐 나의 미래는 언제나 보스턴과 함께 하지 않겠어?’ 라고 대답하고 은근슬쩍 넘어가기도 하나, 또 눈치 보는 걸 싫어하거나, 젊어서 혈기 왕성한 누군가는 ‘응 뭐, 보스턴이랑 재계약 못하면 나를 원하는 다른 데에서 뛸 수 있는거 아냐? 뉴욕일 수도 있고, 뭐 다른 팀일 수도 있고…’ 라고도 대답할 수 있겠지. 그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자기네 매체를 팔아먹을 수 있는 기자라는 사람은 다음날 헤드라인을 대문짝만하게 달겠지, ‘****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보스턴을 깨고 싶다고’ 라고. 물론 그 헤드라인에 혹한 사람들이 분노하며 신문을 사서 펼쳐 보면, 어떤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인터뷰가 그대로 실리기도 하지만, 아예 헤드라인에 발맞추기 위해 적당히 ‘copy & paste’ 가 된 인터뷰가 실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게 곧 그 동네의 화제가 되고, 그게 너무 커지면 인터뷰의 당사자가 다시 해명의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 그거야, 야구를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이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야구를 이해하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 아니냐고. 이 팀에서 뛰는게 아무리 의미가 있어도 나를 원하지 않으면 다른 팀에서 뛸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라이벌인 뉴욕에서도 뛸 수 있는거 아니냐고… 그러면서 흔히 사람들이 쓰는 표현이 바로 ‘out of context.’ 전체적인 맥락을 두루 보면 그런 얘기가 아닌데, 그 맥락에서 따내어서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인 것처럼 드러내 놓으면 본래의 의미와는 다소, 혹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그런 상황.
거두절미하고 이런 얘기를 했다. “아니, 내가 뭐 원 나잇 스탠드를 할 것도 아니고…” 그럼 그 얘기를 들은 상대방은 “아, 네에…” 라고 대답하고,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일이 생기자 자신의 공간에 “아니 여자앞에서 원 나잇 스탠드라는 얘기를 담는 인간은…” 이라는 얘기를 쓰는거지. 그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그 ‘원 나잇 스탠드’ 라는 말이 품은 의미상, 남자가 여자에게 그것을 위한 제의라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그런 글을 읽고 그 글이 누군가를 겨냥해 쓴 글이라는 걸 읽는 사람들이 알아채고 못 채고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중요한 건, 바로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그렇다고 말했다는 것. 진짜 그런 것에 대해 비난해서 진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인정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정말 ‘out of context’ 해서 그런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소지의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해서 결국 ‘out of context’ 할 수 밖에 없었을까를 이해하려고 하기 이전에 화가 날 뿐… 그래서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도 결국 이렇게 삭혀 버리지 못하고 글을 쓰게 되는 것이지. 혹시라도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쓴다면 좀 나아질까 해서. 하긴 뭐, 누군가는 진짜 원 나잇 스탠드 하시고 침대에 누워 자는 상대방 여자 사진도 찍어 떡허니 올리던데, 이건 너무 쪼잔한 것 아닐까 생각도 해 보지만, 다른 공격은 모두 참을 수 있어도 사람의 intergrity에 관한 공격은 참을 수 없는 법, 이런저런 상황에서 책임이 크다는 것은 아무도 일깨워 주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까지 휩쓸려 들어갈만큼 죄를 지은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바, 억겁의 세월을 삭히는데 실패하느라 낭비해버리고 드디어 이런 글을 쓰게 되는구나, 쪼잔한 중생은.
하긴, 그렇게 따지면 그게 전부도 아냐. 그런 얘기도 했었지 아마? “아니, 남들 다 하지 말라고 해도, 본인이 정말 쓰리썸 원하면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라고? 왜 그런 얘기를 했더라? 맞다, 원하는게 있다면 계속 고민만 하지 말고 한 번 행동에 옮겨 보라는 의미로 했던가? 만약에 저 위의 ‘원 나잇 스탠드’를 ‘쓰리썸’ 으로 교체했다면 ‘아니 여자 앞에서 쓰리썸이라는 얘기를 담는 인간은…” 이 되고, 그럼 졸지에 원 나잇 스탠드보다 더한 쓰리썸을… 아아, 생각하기도 두렵구나. 일 대일은 그나마 젊지도 않지만 중년의 혈기로 어떻게 넘어간다 쳐도, 스리썸이라면 완전 변태가 되는거잖아. 그럼 어쩌면 감사해야 될지도 모르겠네. 그냥 거기까지만 ‘Out of Context’ 해주셨으니까.
아, 며칠내내 평화로운 음식 얘기만 죽어라 올리다가 또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얘기를 떡허니 써버렸으니, 지금 자고 일어나면 대체 몇 명의 링크가 끊길까… 걱정을 시작하니 잠이 올까 모르겠다. 사람이 재산인데, 링크가 재산인데… T_T
# by bluexmas | 2009/07/15 02:17 | Life | 트랙백 | 덧글(6)
글내용은 심각한데 마지막줄이 압권이군요. 전 안 끊었음 >_<
전 링크확인 아주 가끔만 하는데 항상 절대 변화가 없어서 마음을 놓고(?) 살아요.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아서 얼른 나가서 밀린 우편물들 모두 부치고 왔어요.
받으시라고 내일 연락갈 것 같네요.
벌써 생각해 놓은게 있어요. 섭섭하지 않으시도록…
처음에 말씀하신 주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에 비견하면 좋을것 같아요.
일본 전자제품은 당연히 쓰고 일본 여행은 누구나 한번씩 가고 그렇게 일음이나 일드를 좋아하면서 정작 독도문제나 일장기가 새겨진 옷을 보면 죽일듯이 달려들잖아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 좋을텐데, 너무 힘을 빼는것 같아요.
저런식의 와전은 우리나라찌라시에도 너무 많아서 참…이젠 낚시성 제목은 어련히 클릭도 않게되는 ㅎㅎㅎ
대화중에도 그런경우가 많죠.
인간적으로 말도 안돼지.
뭐, 그럼 내가 사람도 아니란 소리냐?
이를테면,이라는건데 말꼬리 잡는덴 도리가 없슴다..
꽉 막힌건지, 대화의 본질을 이해못하는건지 모르겠시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