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민들레 대포

오늘 좀 답답했다. 어제 꼭 밖에 나가고 싶었는데 비가 정말 너무 많이 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또 오늘은 에어콘 달러 온다는데 대체 언제 온다고 얘기를 안 해주고(내일 온다고 얘기한 줄 착각하고 있었더라)… 그래서 이번 주는 내내 집에만 쳐박혀 있다가 밤 아홉 시 넘어서 장을 보러 가서는 물이랑 여러가지를 낑낑대고 들고 오다가 도로변에서 손수레가 쏟아지는 참극을 연출… 그냥 본가 가서 차 가지고 나올 걸 그랬나, 괜히 사서 고생을…?

하여간, 연예인 99%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한 번쯤 얼굴은 더 보는 누군가가 모델인 것으로 알고 있는(물론 틀릴지도 모르는), 그 회사 술을 사가지고 왔다. 재료가 쌀과 민들레, 뿐이라서 계속 한 번 마셔보고 싶었다. 포도주랑 도수도 같고 해서… 그래도 단 맛이 많이 나는데 민들레도 없이 그냥 쌀 술만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우리나라 술은 전체적으로 너무 달다. 이건 그래도 나쁘지 않지만 난 단 맛이 많이 나는 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역시 살짝 취하면 행복해진다. 고구마 찌는 냄새가 방으로 밀려 들어온다. 설겆이를 해야 된다. 잔이 없어서 정체 불명의 스타벅스 시음잔에 따라서 마신다. 스타벅스와 민들레 대포, 잘 어울린다. 사진이 비뚤어졌다. 조금 더 느슨하게 살고 싶다. 보다 더 많은 걸 끌어안고서. 내 포용력의 팔은 너무나도 짧다. 인내심의 그것은 아예 한 짝 밖에 없다.

 by bluexmas | 2009/07/11 02:31 | Life | 트랙백 | 덧글(11)

 Commented at 2009/07/11 02:5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1 23:10

으아, 수박까지 사가지고 오셨다니 정말 힘드셨겠네요. 저도 언제나 그래도 아주 옛날에 자취할때도 잠실의 롯데마트 같은데서 미친 듯이 사가가지고서는 2호선 타고 낑낑거리면서 가지고 오고… 완전 사서 고생이죠 뭐^^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9/07/11 09:06 

민들레 대포 괜찮죠…..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1 23:10

괜찮던데 제 입맛에는 좀 달더라구요.

 Commented by 몬스터 at 2009/07/11 10:44 

민들레 대포, 사랑해줄만해요. -ㅅ-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1 23:10

네, 달지만 그럭저럭 사랑해줄만…

 Commented by guss at 2009/07/11 11:48 

병도 참 이쁘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1 23:10

그러게요, 병이 예뻐서 사실은 한 번 마셔볼까 했던 거거든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7/12 00:47 

민들레와 박격포를 생각한 저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많은것 같습니다. 맛은 상상이 잘 안가네요. 민들레 맛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3 00:40

저도 민들레와 자주포를 생각했으니, 포 규모 면에서 더 큰 박격포를 생각한 저의 정서에 문제가 더 많은 것이겠죠?^^ 그냥 은은한 향이 느껴지고, 그 뒤에 쌀의 여운이 살짝 무겁게 남는데, 문제는 너무 달다는 것이네요. 우리나라 민속주들 아무래도 제 입맛에는 너무 단 것 같습니다. 달면 음식이랑 부딫히므로 좀 문제죠.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7/13 00:50

저는 그냥 그 유명한 특수부대 100인지라 아는게 ‘X포’ 밖에 없어서 그랬습니다. 정서에 문제 있는 사람들끼리 언제 한 잔… 그런데 단맛이든 뭐든 지나치게 강한건 다른 뭔가를 지우려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누룩이 강하다든지, 주정이 남몰래 섞여 있다든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