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자작 팻 타이
가끔 별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을 기억 못하는 음식을 충동적으로 만들어 볼 때가 있는데, 그러면 꼭 맛이 무엇인가 엉거주춤해진다. 어제 만들어 먹은 팻 타이도 그렇다. 사실 나는 태국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물론 태국에는 가본 적이 없고, 미국에서 어쩌다가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음식 등등을 먹곤 했는데, 보면 미국 사람들은 태국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태국 음식이라는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들이 한 음식에 모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맛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다른 맛에 죽는 경우가 없다. 음식 하나를 시키면 단맛, 짠맛, 찝찔한 맛, 매운 맛 뭐 이런 맛들이 서로 질세라 끝을 날카롭게 세우고 먹는 사람의 입으로 돌진하는 느낌이다. 끝이 둥글둥글한 맛이란 없다. 그럼 지는 거니까.
어쨌든, 예전에 텔레비젼에서도 본 바 있어서 대충 뭐가 들어가는지는 아는데, 재료는 다음과 같다. 가지고 있는 파스타/국수 요리책이 동양 국수요리도 함께 다루고 있어 팻 타이도 나와 있더라.
쌀국수 굵은 것
식용유
새우 마늘
계란
액젓(이것만을 위해 태국 젓갈 사기 싫어서 그냥 까나리 액젓으로 대체)
설탕
숙주나물
파
땅콩
잘게 부순 말린 고추(고추가루가 아닌, 좀 더 거친 입자로 부순 말린 고추지만 뭐 없으면 고추가루로 대체 가능할 듯)
실란트로
라임(물론 레몬으로 대체 가능, 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조금 더 꼼꼼하게 찾아 보면 재료들을 거의 다 제대로 된 것으로 구할 수 있을텐데, 귀찮아서 상당수 대체품으로 교체했다. 그러나 실란트로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은 옥의 티, 냉장고에 남아 있던 썩어가는 바질 잎을 썼지만 바질과 실란트로는 너무 다른 허브니까 일단 거기에서 점수가 깎였고, 조리 과정에서도 여러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어쨌든, 조리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국수를 준비한다. 보통 쌀국수는 쓰기 전에 10분 정도 물에 불리면 된다고들 하던데, 굵은 쌀국수는 미리 삶아두는 것도 괜찮다. 끓는 물에 4분 정도 삶아 건져서 붙지 않도록 기름을 발라둔다. 그래도 너무 잘 붙더라. 또한, 파스타처럼 소금을 넉넉히 넣은 물에
삶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생각보다 간이 잘 배는 면이 아니었다.
2. 볶음 팬을 아주, 아주 뜨겁게 달군다. 지금 보고 있는 책에서는 너무 뜨거워서 팬에서 2-3 센치 미터 정도 거리에 손을 댔을 때, 3초 이상 손을 그대로 둘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러려면 적어도 5분은 팬을 달궈 연기가 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볶거나 구울 때, 팬을 너무 안 뜨겁게 달구거나, 너무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넣어 열 효율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에 신경을 쓰는게 좋다.
3. 넣는 재료와 그 재료를 넣고 볶는 속도는 다음과 같다
새우(30초)
마늘(30초)
미리 풀어둔 계란(15초, 그 후 볶음 주걱으로 풀어준다)
젓갈과 설탕
쌀국수, 그리고 쌀국수에 양념이 잘 배도록 골고루 섞으며 볶는다.
숙주를 적당히 넣고 볶는다. 필요하면 소금 간을 한다.
4. 접시에 담아 땅콩, 파, 부순 고추, 실란트로, 그리고 생숙주를 약간 얹는다. 라임이나 레몬즙을 뿌린다.
5. 먹는다.
대충 이런 레시피였는데,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계란을 넣는 시기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이, 단백질인 계란은 오래 조리할 수록 뻣뻣해져서 식감이 떨어지는데, 굳이 이걸 볶음의 초기 단계에 넣어야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조리할 때는, 일단 다 볶은 뒤 면을 접시에 담았다가, 뜨거운 팬에 계란을 넣고 잠시 익힌 뒤 면을 다시 넣어 버무려볼 생각이다. 새우 역시, 너무 볶으면 맛이 없다. 아무래도 재료를 볶는 순서를 조금 고쳐봐야 할 듯. 어쨌든, 옛날에 먹어본 팻타이의 맛과 솔직히 아주 비슷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뜨겁게 갓 볶은 국수는 맛있었다.
# by bluexmas | 2009/07/07 11:50 | Taste | 트랙백 | 덧글(15)
비공개 덧글입니다.
능력자당 ㅠㅠ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