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술을 잔뜩 마시고 막차를 따기 위해 뛰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스물 다섯 때에도 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서른 다섯이 되어 하려면 정말 죽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게 아니라, 무엇인가에 쫓기는 그 느낌이 끔찍하게도 싫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생명체라서 기본적으로 시간에 쫓기니까, 그 위에 한 겹 더 부담을 얹는 건 참 싫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반복적으로 시계를 보게 된다. 아, 언제쯤 일어나야 되나? 어제 미리 정해놓은 마지노선은 열 한 시 이십 분, 택시가 미친 듯이 강변순환로를 달렸는데 정작 강남역 네거리에 도착하자 차가 또 미친 듯이 막혔다. 지하철 역 입구에서 내리니까 열 두 시 오 분 전, 그리고 막차는 열 두 시… 진짜 헐레벌떡 뛰어서 마지막 하나 남은 맨 뒤 가운데 자리에 앉으니 버스는 곧 출발했다. 아, 괴로워.
어떤 사람들은 ‘옛날 친구’와 ‘요즘 친구’를 따로따로 둘 수 있는 사치를 향유하고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치가 없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요즘 친구’라는게 나에게는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블랙홀에서 살다가 돌아왔으니 그 기간만큼의 인간관계가 없다시피 하니까. 물론, 우리나라에 있어봐야 일 하기는 마찬가지였을텐데, 일터에서 친구 안 만드는게 내 원칙이니까 어쨌든 요즘 친구 따위는 없었을지도. 그래서 나에겐 모두가 다 “옛날 친구” 일 뿐인데, 어제는 그런 옛날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슨 얘기든 같이 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는 ‘아 #발 왜 했지’ 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되는 사람을 만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어제는 그런 걱정 없이 즐겁게 먹고, 마시고, 얘기를 나눴다. 버스를 타러 강남역에 가는 길, 택시가 정말 나는 듯 달렸는데 술에 조금 덜 취했으면 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을 좀 즐길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 by bluexmas | 2009/07/04 08:40 | Life | 트랙백 | 덧글(2)
다만 회사생활을 하다가 보니.. 평일에는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서 즐거워도
담날 6시면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되는게 너무 싫습니다..ㅠㅠ;;
정말 직장생활 한다는건 월급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딱~ 맞는듯…..
아~ 저같은 경우는 택시타고 갈 정도가 넘는 거리로 술 먹으러 가면…
아예 사람들 아무도 집에 안보내고 다음날 아침에 집에올 생각으로 먹거나..
MT를 생각하면서 먹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