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보신이 필요해-무쇠 솥 닭 백숙
날이 너무 더워 병든 닭처럼 몸이 축축 쳐진다고 느끼면, 닭을 먹어줘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닭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닭을 먹다니 뭔가 이상하지만…
이마트에서 나도 못 먹는 인삼 따위를 먹였다는 싸가지 없는 닭을 사다가 같이 들어있는 백숙 재료를 넣고, 찹쌀을 배에 채운 뒤 무쇠솥에 넣고 끓인다. 더치 오븐 Dutch Oven 이라 불리는 이 무쇠솥은 워낙 무겁고 또 두꺼워 열 전도율이 좋으니 일단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가장 약하게 낮춰 놓아도 온도가 정말 잘 유지된다.
그렇게 두 시간쯤 끓이면 보통 냄비로는 얻기 힘든 아주 뽀얀 국물이 우러나온다. 이렇게 뽀얀거 다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뽀얀… 어쨌든 두 시간인가 세 시간쯤 끓인 뒤 일단 닭을 꺼내 뜯어 먹고, 속에 채워 넣은 밥을 먹어 봤는데, 물에 잠기지 않은 부분의 닭, 그러니까 등쪽에 들어있던 쌀이 아주 약간 덜 익어서, 남은 국물에 다시 쌀을 넣고 죽을 끓여 먹었다. 인삼 따위 까지 먹여 키운 닭이라고 그랬는데, 뭐가 특별히 다른지는 알 수 없었다. 시장에서 백마리씩 냉장고에 쌓여 있는 가운데 들고 왔던 것보다도 오히려 맛은 별로였다. 닭고기 자체의 감칠맛, 또는 고소함이 남지 않는 밍밍한 맛이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그렇게 몸보신하고 이틀동안은 병든 닭과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았다. 올 여름은 또 닭 몇 마리를 먹어줘야 지나가려나, 이제 6월의 마지막 날인데.
# by bluexmas | 2009/06/30 10:34 | Taste | 트랙백 | 덧글(16)
비공개 덧글입니다.
“더치 오븐” 20불 주고 샀는데 정말 최고에요. 비싼건 에나멜 코팅이 되어 있지만 전 그냥 감지덕지…
그러고보니 이번 여름 들어 아직 삼계탕을 한 번도 못 먹었네요. 하긴 이제 갓 하지를 지났으니까 조만간 본격 제철인 셈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