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좀 그만하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추천블로그 목록을 열어본다. 언제나 거의 같은 사람들의 블로그가 참 대견스럽게도 ‘추천’ 되어 있다. 이번엔 뭐가 달라졌을까, 찬찬히 볼 필요도 없다. 언제나 거의 같으니까.

대체 이 이글루스 어린이들이 무슨 체계로 블로그가 추천되도록 만들었는지는 알 바 아니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싫어하는 블로그들만 골라서 추천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멋지다. 한참을 쳐다보지 않아서 쌓인 추천 블로그 목록을 보면, 한때는 인간으로써는 그래도 좋아할 건덕지가 남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모든게 가식이라고 생각해서 싫어진 사람의 블로그가 처음에 떡허니 나와 있다. 그도 나에게 실망했을거라 생각하지만, 나 역시 그에게 실망했다.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가식으로 땀을 흘리면 땀냄새를 처리하기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나라보다 더 더운 동네에 살고 있다면… 사실은 실망이 원인이었다, 단지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 뿐.

또 그 다음 페이지에는 얼마나 남에게 충고할 수 있는 삶을 살았는지 나야 알 바 아니지만, 아예 통채로 남의 얘기를 듣고 조언 비스무리한 걸 해 주는 블로그도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밸리를 통해 그 블로그를 가서 보게 되면, 자기가 뭐랍시고 조언을 하는 사람도 사람이지만, 그 사람에게 그렇게 열과 성을 들여 뭔가 물어보는 사람들이 참으로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런 대답을 들어서 실마리를 찾을 문제였으면 애초에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 사람들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아서 그런지, 삶에서도 드라마가 펼쳐지기를 원하는 것 같다. 뭐 골치 아픈 일 생겼는데, 이런 걸 이렇게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뭔가 좀 쿨해보이지 않을까? 답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데 그걸 왜 제 삼자에게 구하려는 걸까? 아주 가끔-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 정도?-은 보면서 비웃으려고 가는데, 그것도 지쳐서 이젠 안 간다. 들여다 보기에 내 정력이 아깝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그 밖에 내가 음식에 관련된 글을 올린다고, 또 그런 블로그들이 몇몇 추천되어 있던데 난 사발면 따위 먹고 글 안 쓴다. 아예 사발면을 먹지도 않는데 어떻게 사발면에 관련된 글을 쓰나? 개인적으로는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 건 몸에 저지르는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명체로, 따라서 고귀하다. 사람들은 자기를 괴롭히는 외부요인을 말하면서 알고 보면 그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자신을 해치는 인스턴트 식품 따위를 꾸역꾸역 입에 쳐 넣는다. 아니 뭐, 누가 그런 걸 먹는 것도 알 바 아니고, ‘리뷰’ 따위를 올리는 것 역시 알 바 아니지만, 아니 또 그 노력을 존중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나의 삶에 공통점 같은 것이 있을거라고 제발 좀 주제 넘게 넘겨짚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나는 쓸데없이 사람과 얽히는 데에 결벽증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나고, 그들은 그들이다. 내가 꼭 추천 따위 받아야 다른 사람들 블로그에 갈 수 있는 바보도 아닌데, 대체 이런 체계는 누구를 위해서 만드는걸까? 게다가 더 웃긴 것은, 그것도 소위 좀 나간다는 사람들 블로그만 뜨지, 내가 즐겨 가는, 뭐 이 동네 용어로 ‘이웃’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블로그는 추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추천 블로그 따위가 더 싫다. 사람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것은 성격 나쁜 내 허물이라고 쳐도, 이런 곳에서조차 사람들을 체에다 걸러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체로 거른 결과를 주입까지 하려 든다면.

어쨌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추천 블로그 목록 따위를 지운다. 호기심을 가질만한 블로그가 가끔 나타나지만, 가지 않는다. 추천 따위를 받아서라면 갈만한 블로그도 가지 않겠다. 제발 추천 좀 그만 해라, 지겹다.

 by bluexmas | 2009/06/28 09:16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6/28 13:21 

급진 자연식주의자이시군요. 결국, 이 모든 것이 주인장님을 셰프의 길로 인도하시는 신의 위대하고 거룩하고 거역 불가능한 뜻이…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8 23:04

아아, 아니에요. 전 걷고 싶은 길이 있어서 요식업계의 길은 사양하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6/29 02:07

왠지 속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9 23:59

아이 그럴리가요… 전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째 그게 거짓말 같군요-_-;;;;)

 Commented by liesu at 2009/06/28 14:08 

라면 물 올려 놓고 기다리는 중인데, 왠지 뜨끔한.^^;;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8 23:05

아아 아니에요… 저도 라면은 가끔 먹는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요.

 Commented at 2009/06/29 07: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30 00:00

네, 전 편의점 음식 많이 먹으면 미각 상실된다는데 오백원 걸라구요. 뭐 인기라는게 초등학교때나 성인이 되어서나 다 똑같죠. 알고 보면 다 덧없는 것을…

그 상담 블로그는 얘기하는 사람이 더 변태같아요. 얘기듣는 사람보다.

 Commented by 킬링타이머 at 2009/07/19 18:56 

저도 기염을 토했던적이 있는데 ㅎㅎㅎㅎ 어떻게 된게 추천블로그는 극악하게도 다른 성향의 것들을 엄선해서 바뀌지도 않더군요.

같은 문제로 전혀 다른 의견을 보이는 블로그를 추천한건가…

이거 사우자는건지 ㅎ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20 00:59

말씀하신김에 또 추천블로그 싹 지우러 가야 되겠네요. 어째 단 한 번도 추천 블로그를 가본 적이 없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