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우와 봉희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같은 반에 철우랑 봉희라는 애들이 있었는데, 철우 얘의 성격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부잣집 외동이라 그랬나?워낙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서 대체 뭘로 시비가 붙었는지 모르겠는데, 둘이 싸우다가 철우가 봉희를 때린거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담임은 없었던 옆반 여선생 김씨가 지나가고 있다가 싸우는 걸 보고는 둘을 뜯어 말리고, 담임도 아니었는데 철우의 손바닥을 때리고는 복도에 하루 종일 세워 놓았다. 물론 나중에 우리 반 담임에게 얘기가 다 들어갔겠지. 참고로 철우네 집은 학교 근처에서 큰 수퍼마켓을 해서 돈도 꽤 많고, 그래서 엄마가 학교에 들락날락 꽤 많이도 했었다. 그런 이 엄마가 아들이 맞았다는데, 기분이 좋을리 있나? 어떻게 이 별 볼일 없는 여선생을 엿먹일까 하다가, 머리를 좀 짜내서는 교직원 전체를 집으로 초대해서 회식을 한거라. 뭐 수퍼마켓을 하는 동네 유지니 좋은 재료 이것저것 써서 음식을 떡 벌어지게 차려 놓고서는 선생들을 먹이니 곧 분위기는 당연히 좋아지는 것. 그렇게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철우 엄마 일어나서는 ‘선생님들 저희 아이가 좀 부족해서 가끔 말썽을 부리는데, 애들이 다 그러니까 좀 너그러히 봐 주셨으면 해요. 그런다고 친구들 다 보는 앞에서 망신을 대놓고 주면 아이 자존심은 뭐가 됩니까? 아이 자존심 상하면 인성 발달에도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해요, 그렇죠 김선생니임?’ 철우를 때린 김선생을 쳐다보니 다들 먹고 마셔서 기분 좋아진 선생들은 분위기 쫙 타면서 ‘아무렴 맞고요, 맞고 말고요’를 연신 내뱉을 수 밖에. 그러다가 결국 점잖은 교장 선생님 말고 악역은 도맡아 하는 교감 선생님이 일어나서는, ‘이봐 김선생, 철우랑 엄마한테 사과해, 어린애한테 교육자가 그러면 안 되지. 아무리 잘못이 있어도 틀린 방법으로 고치려고 하면 당신도 틀린거야’ 라고 말했고 졸지에 김선생은 새가 되었다는, 내 학창시절의 슬픈 이야아기.

 by bluexmas | 2009/06/20 00:33 |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at 2009/06/20 00: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0 12:13

그렇지요, 후후후.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6/21 01:34 

Money talks…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21 19:07

Yes, it does. Sometimes too loud and obnox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