꿔바로와 맥주의 찰떡 궁합 (2) – 성민 샤브샤브
계속되는 성지순례, 이번에는 어디에 있는지 말 안 해도 모두 아는 성민 샤브샤브. 그러므로 긴 말 필요없이 바로 먹은 음식 얘기.
역시나 첫 타자는 꿔바로. 이제 꽤 먹어 보았기 때문에 이걸 먹기 위해 먹는다기 보다는, 맛의 비교를 위해 먹어본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번에 A 식당의 튀김이 이랬고, 고기가 저랬고, 또 소스가 그랬다면, 이 식당은 또 어떤가… 일단 성민의 꿔바로는 소스에 삼팔 교자관처럼 싼 뒷맛이 남는 케찹이 들어 있지 않아서 좋았으나, 만만치 않은 식초, 혹은 빙초산의 강한 향이 코로 파고 들어 약간 놀랐다(이 점은 내가 성자처럼 추앙하는 녹 아무개님께서도 얘기하셨던 듯). 그것만 빼놓으면 전체적으로는 보통이나 조금 이상. 튀김의 상태는 삼팔 교자관 보다 좋다는 느낌이었고, 고기 자체는 약간 못했다. 사각사각한 녹색 피망은 단지 장식만은 아니었다.
꿔바로와 같이 나온 물만두. 역시 보통 이상이었는데, 전체적인 간이 아주 약간 싱거웠다. 역시 삼팔이 아주아주 약간 더 나았다는 느낌.
그리고 양꼬치를 기본 음식으로 파는 집에서 안 먹어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양고기를 안 먹어본지 근 10년이 다 되었음에도 시켜보았다. 지난 10년 동안 양고기를 먹지 않았던 건,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이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양고기에서는 또 그 고기 특유의 냄새가 난다. 쇠고기에서, 또 돼지고기에서도 그 특유의 냄새가 있는 것처럼. 단지, 그 정도는 고기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나는 정육점에서 흔히 파는 고기 아니면 그렇게 열심히 찾아 먹는 사람이 아니라서, 예전에 먹은 양고기들도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다니면서 스테이크 따위를 먹을 때 얻어 먹었을 뿐이었는데 양고기나 염소젖 치즈 등등에서 목구멍으로 넘기고 마지막에 나는 그 특유의 냄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쪽 냄새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각설하고, 양꼬치를 주문하면 건너편 가게에서 구워 가져다 주시는데, 일인분씩도 주문을 받아 주신다. 취향이 직접 굽는 쪽이 아니라서 그냥 구워다 주시는 게 더 좋은데, 그렇게 양고기 먹은지가 오래 되었고, 또 양꼬치 자체도 처음인지라 비교는 어렵지만, 음식 또는 고기 자체로써 괜찮았다. 일단 식감은, 기름이 적당히 섞여 있지만 중간보다 조금 더 씹어야 되는, 간단히 얘기해서 쫄깃쫄깃하다고 느껴지는 정도였는데 그래도 질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기의 맛 자체도 괜찮았고, 양고기 자체 냄새 역시, 익히 알고 있는 양고기 냄새보다 오히려 적게 난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아마도 그건 꼬치를 굽는 탄이나 연료 냄새가 고기 냄새 자체를 누그거나 덮어 써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 특유의 냄새가 오히려 양 냄새보다 훨씬 강했으니까. 오히려 그 냄새 때문에 다 먹을때 쯤에는 아주 조금 거슬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만족했다. 양고기나 꼬치를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에게라도 별 거부감이 없으니 먹으라고 권해줄 수 있을 정도.
그 정도 까지 먹고, 탄수화물을 먹고 싶어서 볶음밥을 시킬까 했는데, 음식 날라 주시는 여자 분께서 볶음 국수를 추천해주셔서 그걸 먹어보았다. 볶음밥은 그냥 중국집 볶음밥이랑 똑같다고 하시길래. 사실 그걸 먹고 싶었던 것이기는 했지만…
그래서 나온 볶음 국수는, 며칠 전에도 어떤 분이 사진을 올리신 것 같은데, 샤브샤브에 들어가는 칼국수를 야채와 아주 약간의 중국 소시지(이걸 랍청이라고 하던가?)를 넣고 볶은 뒤 굴소스로 추정되는 양념을 넣은 뒤, 튀기듯 부친, 그래서 흰자의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노른자는 속이 아직도 흐를 정도인 계란을 얹은 것이었다. 일단 국수는,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샤브샤브에 들어가는 생면 칼국수였는데, 좋게 말하면 씹는 맛이 아주 좋고, 나쁘게 말하면 이런 볶음 면으로 쓰기에는 조금 두꺼운 정도? 납작하고 두꺼운 면이다 보니, 볶았을 때 재료와 한데 그 맛이 어우러지는 느낌이 조금 모자랐다. 달리 말하자면, 면 자체로는 괜찮으나 특정 조리 방법의 조합-여기에서는 볶음- 과는 딱 짝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만약 우리나라가 아니고 중국 본토나, 혹은 미국만 되었어도 먹은 것보다 훨씬 더 기름이 많이 들어가 반짝반짝할 정도의 볶음 국수였을텐데, 너무 느끼하면 우리 입맛에 안 맞을 거라는 고려가 있었는지, 전체적으로는 중국음식스럽지 않게 개운(?)하다고 할 정도의 맛이었다. 야채가 많이 들어 있어서 또 그런 느낌이 한층 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간은 조금 싱거운 정도, 그러므로 소금 딱 몇 알갱이 정도면 간이 아주 잘 맞았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체적인 인상은 아쉽지만, 추천해 주신 만큼의 특별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무난한 맛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한끼 식사로써는 별 부담이나 거부감이 없을 듯.
그리고 맥주 얘기는, 금주 기간이므로 생략. 금주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가끔 수달처럼 맥주 바다에 누워 배 위에 꿔바로 접시를 놓고 먹으면서 맥주 바닷물을 그냥 들이키는 꿈을 꾼다…
나는 아직도 이런 식당들을 둘러싼 중국 음식점의 경쟁이나 운영 경향에 대해 잘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자세한 언급은 안하려고 하지만, 종래의 배달하는 ‘중국집’이나 조금 더 고급스러운, 요리 위주의 ‘중식당’ 사이에 성민이나 삼팔 교자관과 같은 집이 잘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음식의 수준이 식사는 물론 술안주로써도 훌륭한데, 분위기나 칭따오를 비롯한 술값에 별로 부담이 없으니 끼니로 딱 짜장면 한 그릇만 먹어야겠다, 라는 정도의 생각을 하고 동네 중국집에 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러모로 볼 때 이런 집에 가서 여러가지 음식을 시켜 술과 함께 배부르게 먹는게 낫지 않을까? 가격도 가격이지만 요리의 양이 아주 많지 않다보니, 주문에도 별 부담이 없는 점에서 이, 삼만원 대의 요리를 시켜야 하는 중식당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런 중식당들이 같은 술이라도 더 비싸게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끔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중국 퓨전 주점’ 이런 식으로 간판을 걸어 놓고 아무런 개성없는 ‘가짜’ 중국식 술안주를 성민 같은 집들보다 더 비싼 가격에 술과 함께 파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런 억지로 미끈한 분위기에서 별 맛 없는 중국 음식을 먹느니, 이런 집에서 먹고 마시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진짜’ 중식당 들이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을지, 음식을 즐기면서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이런 집들은 서울에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살았던 수원에도 꽤 있었고, 오산에도 시장 같은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들이 몇 있었다. 심지어 역 앞에는 한자로 된 간판을 붙여놓고 분식스러운 한식을 파는 집도 있다. 메뉴에 손만두가 있던데 곧 도전해 볼 생각이다). 물론, 진짜 중국에서 먹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음식도 본토의 맛과는 아무래도 약간 다를 수 있을거라 생각은 하지만.
아, 서비스와 공간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일하시는 여자 분은 편하고 친절하셨는데, 양꼬치의 양념이 이쪽 식당에서는 하나 밖에 없어서 탁자마다 돌려가면서 쓰고 있어서,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두 개만 되어도 훨씬 나을텐데). 금연 딱지가 붙어있었는지 아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담배를 피우는 분위기니까 음식 먹을때 옆에서 담배 냄새 풍기는게 싫으신 분들은 참고하셔야 할 것 같고, 신발을 신고 나가서 옆에 있는 건물의 화장실은 그렇게 상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후각이나 시각 모두. 그 동네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 일부러 갈 일이 없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밥 먹고 술 마시려면 그렇게 일부러 찾아갈 정도는 된다.
*사진: m
# by bluexmas | 2009/06/16 08:07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