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으로 딱 -‘속도전’ 크림 비스킷
집에서 비스킷 만들기, 레시피만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만들어 보면 생각보다 결과물이 신통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그건 언제나 들어가는 버터의 온도를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가운 버터와 밀가루를 섞는 레시피는 대부분 그렇다. 뭐니뭐니해도 비스킷의 생명은,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질감인데, 집에서 비스킷을 구우면 그런 질감을 얻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물론 조금 더 따지고 들어가자면 부드러운 비스킷은 밀가루의 단백질 함량과도 연관이 있다(단백질 함량이 적을 수록 부드러운 비스킷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다목적 밀가루라도 단백질의 함량이 조금씩 다르고… 밀가루의 세계도 은근히 복잡하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버터밀크를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버터 대신 크림을 쓰는 비스킷을 만들어 보았다. 사실 꼭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 신통치 않았던 젤라토를 만드려고 크림을 샀다가 유효기간이 지나도록 다 쓸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만들었던 것이다, 실험도 해 볼 겸. 그리고 결과는 놀라웠다.
먼저 레시피.
재료(8개 분량)
2 cups unbleached all-purpose flour
2 teaspoons sugar
2 teaspoons baking powder
1/2 teaspoon salt
1 1/2 cups heavy cream
만드는 법
간단하지만 약간의 순발력이 요구된다(그러므로 ‘속도전’ 크림 비스킷). 우선, 오븐 예열-화씨 425도, 섭씨 220도-을 포함한 모든 준비를 끝내 놓아야 한다. 이 비스킷은 반죽해서, 자르자 마자 굽지 않으면 생각한 만큼 부풀어 오르지 않을것이라고, 레시피를 참고한 책에서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준비를 끝내 놓는다, 굽기 위한 판까지.
1. 밀가루와 설탕, 베이킹 파우더, 소금을 그릇에 섞어서 준비한다.
2. 1/4 컵만 남기고 크림을 1에 붓고 나무 주걱으로 젓는다. 곧 반죽이 형성되는데, 아주 짧은 시간, 그러니까 30초 정도만 반죽을 저은 다음, 그릇에서 꺼낸다.
3. 2의 과정에서 그릇에 남아 있는 마른 밀가루가 있으면, 남은 크림을 한 티스푼씩 섞어준다.
4. 3으로 남은 밀가루와 크림이 섞이면, 2에서 만든 반죽과 합친다. 책에는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지만, 직접 만들어 보니 밀가루와 크림이 잘 섞여서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 만약 밀가루가 잘 섞이지 않으면, 3의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5. 위의 결과물을 30초간 손으로 반죽한다. 이 과정이 쉽지 않다. 반죽히 굉장히 축축하고 끈적끈적하므로 정말 아주 빠른 속도로 반죽을 만져주지 않으면 손에 묻어나는 등, 곧 난장판이 된다.
6. 반죽을 잽싸게 2 센치미터 정도 두께로 편 뒤, 8등분 해서 바로 굽는다. 책에는 15분이라고 되어 있는데, 18분 정도를 구웠으나 아주 노릇노릇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20분 정도 구워도 될 것 같다. 소심해서 20분이 되기 전에 뺐는데, 다음에는 그냥 내버려 둬봐야 할 듯.
어쨌든, 그렇게 해서 비스킷을 만들었다. 맛은, 정말 생각보다 놀라웠다. 그동안 생각날 때면 연습한답시고 비스킷을 만들었다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었는데, 그건 대부분 겉만 바삭해야 될 비스킷이 속까지도 바삭해져서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비스킷은 겉은 바삭거리고, 속은 정말 잘 만든 비스킷이 그렇듯 야들야들했다. 엄청난 지방이 들어 있으므로 쓴 맛이 나도록 뽑은 차와 같이 먹었다. 레시피에는 반죽을 얼렸다가 구워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없어서 일단 반죽한대로 다 구웠는데, 다음에 만들면 적당히 냉동시켰다가 구워볼 생각이다. 크림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버터보다는 싼 것으로 알고 있으니 비스킷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라면 강력 추천하고 싶은 레시피. 오늘 같은 일요일 아침으로 딱이다.
# by bluexmas | 2009/06/14 09:53 | Taste | 트랙백 | 핑백(1) | 덧글(24)
Linked at The Note of Thir.. at 2010/07/02 09:00
… 있는 걸 그때가 되어서야 먹은 내가 너무 한심해서. 결국 딱 한 번 밖에 먹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렇게 효모를 써서 부풀린 비스킷이 생각나서 늘 쓰는 생크림 비스킷 조리법으로 실험을 해 보았다. 버터나 쇼트닝을 쓰는 조리법으로도 효모를 써서 부풀릴 수 있을텐데 정확하게 어떤 방법으로 만드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다가 요즘은 … more
저 비스킷 잘먹는데. ㅋㅋㅋ
생크림 사게 되면 한번 만들어 봐야겠어요!!
꼭 만들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저도 식재료 뭐쓰시다 살펴보다가 비트를 보고 ‘헉-‘
(사실은 바로 뒤가 세탁실인데 딱히 둘 데가 없어서 거기에 그냥 둔거랍니다)
저도 사실 성공 잘 못하는데요, 너무 안 만진 것도 아니고 또 너무 만진 것도 아닌, 반죽의 상태가 있는 것 같아요. 손으로 적당히 만져주시고 바로 잘라 구우시면 생각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으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