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 잡담-개인사의 회고
거의 십 년쯤 전, 나는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2년 가까이 자취를 했다. 근처에 있는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가격에 조금 더 넓은 집을 찾다보니 거기까지 나가게 된 것.
하려는 얘기는 내 자취 경험이 아니고, 요즘 텔레비젼 어디엔가 나왔다는 곱창에 관련된 것이다.
내가 살던 집은 용산에서 청량리 쪽으로 가는 중앙선 철로에서 두 블럭 정도 떨어진 곳이었는데, 그 철로 앞에 곱창 도매점이 꽤 있었다. 그래서 오다가다 곱창 손질하는 걸 많이 보았는데, 사실 무엇으로 곱창을 씼는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곱창은 식재료가 아니라 피복재료처럼 다뤄지고 있었다. 전자부품이나 과일 등등을 담는,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은 곱창이 켜켜로 쌓여 있었고, 언제나 상자는 넘칠것만 같았다.
늘 그런 걸 보던 어느 날이었나, 근처 구멍가게에서 라면인가를 사 가지고 돌아오는데,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저녁 때, 곱창 가게 하나가 문을 연 채로 있었고, 남자 하나가 그렇게 상자에 가득 담긴 곱창을 씼고 있었는데, 가게에 화장실이 없는지 어쩐지, 곱창을 씼다 말고 바로 옆에 있는 수채구멍에다가 볼일을 보더라. 그리고는 또 바로 옆에 있는 곱창을 계속 씼고.
곱창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원래 잘 안 먹기도 하지만, 마장동에서 산 이후로는 곱창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 나는 곱창을 근래에 먹은 적이 없고, 사진은 모두 다른 블로거들이 먹으면서 찍은 것들이라 가져올 수가 없어서,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50페이지 너머에 있는, 많이 쓰이는 듯한 사진을 가져왔다. 출처는 여기.
# by bluexmas | 2009/06/12 17:13 | Taste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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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볼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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