꿔바로와 칭따오의 찰떡 궁합 (1), 삼팔교자관

계속되는 성지순례… 칭따오 한 병에 삼 천원이라는 얘기에 솔깃해서, 삼팔교자관을 최근 두 번 찾아갔었다. 꿔바로에 칭따오라니 왠지 너무 행복한 조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보니 맥주가 사 천원이 되어 있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음식 맛은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처음 시켰던 물만두. 만두 종류를 먹을 때 만두피나 속 자체의 질이나 맛도 중요하지만, 간장을 찍지 않았을 때에 전반적으로 간이 맞느냐 안 맞느냐의 여부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외로 만두속에 간을 열심히 안 해서 전체적으로 심심한 맛의 만두를 많이 먹어보았기 때문이다(그 대표적인 경우가 브루클린의 한국인 여자 주방장이 운영하는 식당 Good Fork의 만두. Food Network 같은 데에 소개도 될 정도의 집이어서 일부러 어렵게 찾아가 먹어 보았더니 만두 속에 전혀 간이 안 되어 있다시피 했다. 결과적으로 실망… 관련글은 언젠가 시간이 되면 제대로 쓰기로 하고, 일단 통과). 또 간장은 간장의 향을 함께 하기 위해 찍는 것이지 간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간장 속의 산이 지방의 느끼함도 덜어줄 수 있고.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맛있는 만두였다. 이름도 교자관이니 식당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두 번 모두 균일한 맛.

그리고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꿔바로. 이런 종류의 튀김으로 나오는 음식을 시켰는데 고기는 질기고 튀김옷은 부드러운데다가 밀가루를 잘 안 입혀서 튀겼는지 한 입 베어 물으면 고기가 쑥, 옷을 홀랑 벗고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정도만 아니면 튀김은 용서하는 편인데, 뭐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없었다. 튀김 상태 좋고, 그 튀김 옷 입은 고기 나쁘지 않았는데 케찹의 싸구려 단맛이 그 모든 맛이 다 지나고 난 다음 남아 좀 거슬렸다. 두 번째 갔을 때에는 케찹을 안 넣을 수 없냐고 물어봤는데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소스를 미리 만들어 놓아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첫 번째 갔을 때에는 뭘 더 시켜먹을까 고민하다가 라조기(라쯔지)를 시켰는데, 무식한 본인이 라쯔지가 라조기라는 걸 미리 생각할 수 있었다면 안 시켰을 것 같다. 일단 매운 음식을 그렇게 즐겨 먹지 않는 본인의 입맛에는 미친 듯이 매운 닭튀김이었는데, 닭을 너무 작게 조각내서 또 좀 바짝 튀겨서 굳이 매운 맛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결국 다 못 먹고 싸와서는 팬에 데울 때에 소금을 넉넉하게 쳤더니 매운맛이 조금 사그러들어 맛의 균형이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닭은 너무 작게 토막쳐졌고 튀김은 너무 바짝 튀겨졌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먹겠다면 말리지는 않아도, 굳이 먹어보라고 추천할 것 같지는 않다.

두 번째 갔을 때에는 다른 사람과 가서 똑같이 만두와 꿔바로를 먹고, 뭘 먹을까 고민을 했더니 가지 볶음을 추천해주셨는데, 경장유슬이 있는 걸 보고 옛날 생각이 나 시켜 보았다. 지금은 맛이 변해서 회복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고향 수원의 단골 중국집, 대체 몇 년 동안 단골이었나 생각도 잘 나지 않지만, 언제나 외식이라면 그 집에 갔었던 터라 나중에는 그 당시에 그런 지방 중국집에서는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었던 음식들도 먹게 되었고, 경장유슬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기억하기로 그때 먹은 경장유슬은 단맛(혹은 조미료 맛)이 적은, 오히려 쓴 맛이 더 나는 춘장으로 물기 없게 볶은 돼지고기를 밑에 깔린 파와 섞어 꽃빵에 싸 먹는 것이었는데, 다른 건 그렇더라도 이 경장유슬에서는 일단 춘장에서 단맛(혹은 조미료 맛)이 많이 났고, 무엇보다 어떻게 볶았는지 물기가 흥건했다. 말린두부 저민 것에 싸 먹으면 손바닥으로 탁자로 짜장국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으니까. 옛날에 먹던 경장유슬과 비교하지 않고 그냥 음식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평이한 수준.

그리고 두 번 모두 덤으로 주셨던 디저트. 찹쌀 반죽으로 만든 것이라 짐작되는데… 튀김에다가 달고 또 끈적끈적하니 맛있지만,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생각하면 무서운 녀석이었다.

누군가가 가리봉 시장에서 중국 음식을 먹었다니까 치안이 안 좋다는 얘기를 하던데, 그런 것들이 신경 쓰일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비슷한 맥락에서 식사와 맥주로 1차를 하고 그 다음으로 갈 곳이 그렇게 눈에 안 띄는 것도 약간 문제(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화장실 가기가 좀 불편하고, 칭따오는 천 원이 올랐으며(그래도 여전히 싸다고 생각… 가격의 비밀은 가정용?),약간 미지근했다. 담배 한 번 입에 안 물어 봤겠냐만 웬만해서는 밥 먹는 자리에서 담배 연기를 싫어하므로, 금연 딱지가 붙어 있으면서도 흡연인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걸 다 뭉뜽그려서 생각해 보았을 때, 추천받았던 가지볶음 먹으러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더 가볼 것 같다. 그러나 그 다음에 어디를 가야될지 모르는 건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리고, 꿔바로와 칭따오의 찰떡 궁합은 비단 삼팔교자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 곧 다른 식당들에서의 조합도…

 by bluexmas | 2009/06/12 09:53 | Taste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카이º at 2009/06/12 17:02 

저 포두부에 싸먹는거 굉장히 좋아요 ㅠㅠ 두부가 쫄깃쫄깃하니 ;ㅅ;

디저트는 처음보는데 독특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2 17:28

그러게요, 두부가 굉장히 쫄깃쫄깃하더라구요. 꽃빵에 싸 먹는 것과든 또 다르죠. 디저트는 그냥 찹쌀가루 반죽 튀겨서 맛탕같이 만든 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at 2009/06/12 17:0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6/12 17:30

성지순례를 하려면 부지런해야 하기도 하지만, 가야할 성지가 있어야 하고, 또 먼저 가 보신 성자도 있어야만 하죠^^ 아시다시피 오산에 사니까요, 자주는 아니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서울에 가게 되구요, 몇 없는 친구들 만나거나 하면 미리 찾아봐서 저런 곳에서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먹어보는거죠. 제가 저런 집들을 찾아서 가보는 건, 사실 어쩌다가 밖에서 먹는데 어이없는 곳에서 어이없는 음식 먹지 않기 위해서지, 근본적으로 외식하는 식도락을 즐기는 건 아니니까요. 업으로 삼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체질상 외식을 자주 할 수 있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외식을 하니까 먹고 글은 쓰겠지요. 지금도 두 군데 대기 중에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