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기운이 감도는 거리

언제나 그 거리에는 사람이 많았으니, 사람이 많은 것 자체에 특별히 놀랄 이유는 없었는데 뭐랄까, 거리의 그 많은 사람들과 그 많은 술집들과 그 시끄러운 음악과 그 모든 것들이 한데 뒤섞여 하나의 덩어리진 안개처럼 짙게 깔린 그 거리의 분위기는 모두가 내일쯤 종말이 찾아온다는 걸 아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나만 빼고. 아늑한 구석이라고는 그 오래 전부터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남아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헛된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런 거리를 걷기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by bluexmas | 2009/06/04 00:34 |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