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기 중간 점검-운동의 재개편
웃기는 비유겠지만, 살빼기와 산불끄기는 조금 비슷하다. 식욕 혹은 식탐과 게으름의 불길을 잡는게 처음에는 쉽지 않으니까. 또 한참 적응해서 습관처럼 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홀랑 바꾸고 나면 몸이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해서 이래저래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그러나 계속해서 퍼져 나갔던 불길을 잡듯, 모든 것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나면, 즉 적응하고 나면 따르는 것을 또 그렇게 어렵지 않다.
뭐 옛날처럼 25kg을 빼야 되는 그런, 삶과 죽음이 갈리는 종류는 아니지만 지난 몇 년 간 계속해서 불어나는 몸무게를 생각해 볼 때 나름 심각해서 무려 금주까지 하면서 시작한 살빼기에서의 가장 큰 변화라면 운동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개편. 워낙 성질이 더러워 누군가한테 뭘 배우지 못하는 중생인지라 학위 따려고 학교 다닌 이후로는 대부분 책을 보고 독학을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한 운동 전체를 그냥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 보면서 알아서 프로그램 짜서 해왔었는데 이젠 너무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변화, 그것도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뭐 어차피 돈 내고 다니는 헬스클럽에 물어보면 잘 가르쳐 주는 트레이너도 있겠다, 이제는 좀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가져온 변화는,
1. 웨이트 트레이닝의 분할: 나는 사실 아직도 이렇게 분할해서 트레이닝을 하는게 나한테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밑져야 본전인데 일단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가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웨이트를 꾸준히 해왔고, 그동안 해왔던 반쪽 마라톤을 비롯한 중장거리 달리기 덕분인지 하체는 나름 근육이 발달되었다고 해서, 상체를 둘-가슴과 이두, 등과 삼두-로 나누고 거기에 하체를 더한 3분할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상체 분할 사이에는 하루를 쉬고, 두 번째 상체를 한 다음날 하체를 하는 패턴이다.
2. 복근 운동의 강화: 뭐 알고 보면 전체가 다 예전 운동에 비해 강화된 것이지만, 특히 복근 운동은 더 많이 강화했다. 솔직히 복근 운동이랍시고 했던 것들이 대부분 시늉에 가까웠기 때문에, 효과가 거의 없던 건 아닌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일단 짜주면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효과는 만점. 트레이너들 말로는 복근은 회복이 빨라서 매일 해도 된다던데, 정말 그런가? 어쨌든, 서너가지 복근 운동을 3세트 정도 매일 하고, 웨이트를 안 하는 날에는 점차 늘려갈 생각이다.
3. 유산소 운동의 재편성: 당분간은 달리기를 좀 줄이기로 했다. 이것 역시 나는 좀 의문을 가지고 있으나 일단 따라가 보기로 한 건데, 지방-생각보다 체지방률이 높게 측정되었다-을 빼려면 빠른 걷기를 하라고… 그리고 예전에는 운동의 시작에 많이 했던 유산소 운동을 운동의 중반 이후로 재편성했다. 느린 달리기와 빠른 걷기가 중심이기는 하지만, 너무 지겨우니까 줄넘기를 섞고, 자전거도 간간히 탄다.
그래서 위의 세 가지를 따르는 요즘의 운동 패턴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아무 것도 안 하고 완전히 쉰다고 가정할 때(토요일이나 일요일), 웨이트는 세 번(상체 1-하루 휴식-상체 2-하체)하고 다른 날에는 유산소 운동과 복근만 한다. 전부 드는 시간은 웨이트를 하면 두 시간, 유산소와 복근만 하면 한 시간 정도이다. 웨이트를 할 경우 질리지 않기 위해 나름 정한 패턴은, (내키면) 간단한 스트레칭-느린 달리기 10~15분-웨이트 3세트-복근-마무리 유산소 20-30분 정도 이고, 유산소와 복근만 하는 경우는 웨이트를 빼고 중간 중간 복근을 더 나눠서 넣는다.
그리고 식생활은, 특별히 조정해야 될 건 없지만 일단 술을 안 먹는 것으로 술만 먹으면 찾아오는 탄수화물 흡수 괴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게다가 운동이 잘 되면 거기에 무리를 주기 싫어서라도 도움이 안 되는 건 안 먹게 된다. 언제가 생각하는 것이지만, 단팥빵 한 개면 달리기/빠르게 걷기 한 시간과 맞먹는다. 워낙에 그런 군것질은 잘 안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쩌다 먹고 싶다가도 곧 생각이 가신다. 그렇게 쓸데 없는 음식 안 먹고 간식과 더불어 끼니 잘 챙겨 먹고 운동 전후에 단백질, 탄수화물만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몸도 뭔가 더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 운동을 재개편하면서 느낀 건 부끄럽게도, 이런 운동을 잘 하려면 정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짜는 것 따위야 나 혼자라도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운동의 자세나 이런 건 사실 책만 보고 혼자서 바로 잡기가 쉽지 않다. 여태껏 그래도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했던 웨이트 트레이닝의 많은 부분이 틀렸음을 발견하면서, 여태 엄청난 삽질을 하고 살았다는 걸 깨닫고 나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트레이너가 얘기하는 모든 것들에 100% 수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또 몇 권 빌려다 보고 있는데(개중에는 요즘 유행하는 듯한 ‘간고등어 코치’ 의 책도 있다. 몸이 정말 좋기는 좋더라, 책이 좋은 걸 따지기 이전에…-_-;;;), 지들끼리 하는 얘기가 다르고, 또 내가 운동하면서 듣는 얘기와도 다르다. 그러나 어쨌든, 일단은 따라가 볼 생각이다.
참, 그래서 그렇게 운동하면 결과를 보느냐… 고 궁금해할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결과는 보고 있다. 옛날에 25kg을 뺄 때에는 일주일에 500g을 목표로 잡고 운동을 했는데, 요즘은 250g 이 더 현실적이라고 해서, 그걸 목표로 잡아 놓았고 그 정도의 결과는 계속해서 보고 있다. 몇 달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5kg 정도는 빠진 것 같으니 그 기간을 한 달이라고 보면 얻는 결과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 목표는 몸짱이나 근육맨이 아니다. 살 안 찌는 거지 T_T 내 몸도 근육 운동을 열심히 하면 신진대사량이 높은 몸으로 바뀔지, 참 궁금하다.
사족이기는 하지만, 운동 없이 음식 조절이나 아니면 한 가지 음식만으로 하는 살빼기는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진대사량을 낮춰서 이루는 체중감량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효과가 없으니까.
# by bluexmas | 2009/06/01 09:28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