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했나? 무교동 북어국집
청계천과 삼성화재 건물 사이에 위치한 무교동 북어국집을 단골집이라고 그러면 다들 웃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잘 알려진 집이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가니까. 특히나 점심시간이면 근처 직장인들로 가득하고. 10년 쯤 전이었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 길거리를 쏘다니다가 정말 우연히 발견하고는 들어가봤는데, 음식이라고는 달랑 북어국 한 가지에 일하시는 분-형제가 꾸려나가는데 2대째인 것으로 기억…-들도 친절했고, 또 그때가 조금 한가한, 끼니때 지난 토요일 오후였는데 종업원 한 분이 식탁에 내는 새우젓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젓가락으로 일일이 새우 아닌 것들을 골라내는 모습에 감동 비슷한 걸 느껴 이후 자주 가게 되었다. 특히나 2001년 즈음에는 밤샘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마장동에서 작업을 마치고는 5호선을 타고 일부러 광화문까지 나가 아침을 먹고 돌아오는 걸 즐기기도 했다, 어떤 의식처럼.
하여간 그렇게 좋아하는 집이어서 돌아오자마자 들르겠다고 하고는 결국 어제서야 들르게 되었는데, 언제나 똑같이 친절한 분위기에 달라진 것 같지 않은 반찬, 그리고 북어국이 나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밥을 말아 몇 숫가락 먹고 나서 느끼게 되었다, 화학조미료가 꽤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고. 지난 몇 년간 음식을 해 먹으면서도 조미료는 쓴 적이 없었고, 그게 알고 보면 부모님도 조미료를 안 쓰셔서 그런 것이니까 음식에 조미료가 들어가면 금방 알아차리게 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닌데, 이해가 안되는 건 예전에 먹었을 때에는 그렇게까지 심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 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반찬(특히 오이지 무침과 물김치)은 정말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처음엔 고추가루를 많이 써서 그런건 아닐가 생각했는데, 매운맛이 가시고 나서도 매운맛으로 부터 얻는 얼얼함과는 다른 얼얼함, 그리고 혀를 플라스틱 따위로 싼 듯한 무감각함이 갈증과 함께 몇 시간 동안 가시지 않는 걸로 보아 화학조미료 아닌 다른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옛날에도 그랬든, 아니면 안 그랬는데 최근에 변했든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가면 그만이니까 사실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름 여러가지 이유로 애착을 가져왔던 집이라서 기분이 좀 그렇다. 이렇게 또 하나의 단골집이 목록에서 지워지는 것일까?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근처 직장인들로 끼니 때에는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니 한달에 한 번 갈까말까한 나 하나 정도 안 가는 게 영업에 타격은 전혀 없겠지만 왠지 아쉽고 섭섭해서…
# by bluexmas | 2009/05/21 14:15 | Taste | 트랙백 | 덧글(10)
실망이 크셨겠어요~
생각해보니 그때도 반찬이 굉장히 자극적인 맛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데 직접 음식 해 드시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