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tersweet Silence

감초엿은, 기억하기로 다른 엿들 보다 쓴 맛이 훨씬 강했고, 따라서 나는 감초엿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감초엿이라고 단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입에 간신히 물고 있을 정도의 큰 덩어리가 거의 녹아서 없어질 정도가 되어야 단맛이 그 압도하는 쓴 맛 밑자락에 은은하게 깔릴 정도였으니까. 생각해보면 침묵도 그런 느낌,  많은 사람들은 침묵을 머금고 있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그 맛이 너무 쓰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을 하고 또 한다. 그러나 그게 사람들의 허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사람들은 사실 원래 그렇지 않던가? 말을 하는 과정은 확인을 하는 과정과 다름 없다. 자신이 혼자이지 않음을 확인하는 과정. 때로 그저 사람을 바라 보고만 있거나 만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발화를 하고, 대답을 기다린다. 누군가는 때로 말을 해 놓고 상대방의 말을 기다리는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져 싫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특히 저녁이면 침묵을 한 덩어리 입에 가득 넣고 흘러 나오는 씁쓰름한 맛의 침을 삼키고 싶어진다. 그 씁쓰름한 침이 목구멍으로 꿀꺽꿀꺽 넘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 녹아 내려가는 덩어리의 끝자락에서 은은하게 깔리는 단맛을 느낄 때면  희열도 찾아온다. 그러나 한 켠으로는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냈더니 나쁜 버릇이 들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언젠가 부터 나쁜 버릇의 덩어리로 화하고 있었다.

가끔 상대방의 말에 하나하나 대꾸해 주기 버거울 때가 있다. 그건 말을 하는 상대방의 책임이 아닐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너무 오래 혼자 있어 버릇해서, 혼자 있고 또 그러므로 침묵을 지키는 데 익숙해진 순간에 말을 하는 걸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오전에도 몇 시간 차를 몰고 밖에 나가 어머니와 볼일을 보았는데, 잘 모르는 길을 그것도 비 내리는 날 운전하느라 나름 신경이 날카로운 나에게, 어머니는 끊임 없이 말을 붙였다.  그리고 그 말들의 대부분은 예전에도 하고 하고 또 했던, 그런 얘기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마, 그런 얘기는 아까도 했잖아요’ 라거나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또 언제나 침묵을 삶의 미덕으로 삼아 사랑하고 사느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 따위 블로그에 뭔가 주절주절 쓰지도 않겠지. 나는 그저 균형이 맞지 않는 시간을 오래 보냈을 뿐이다. 말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균형이 너무나도 안 맞는, 그래서 혼자 있을 때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누군가 들어주는 사람이 생기면 또 미친 듯이 말을 쏟아 내고 또 어느 순간에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는데 누군가와 어쩔 수 없이 얘기를 해야 되거나 아니면 맞장구라도 쳐 줘야 되는 상황이 되면 버거워 하는, 뭐 그런 영양가 없는 악순환의 반복. 혼자 있는 어떤 순간에는 미친 듯이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다가도 막상 그런 순간이 오면 귀찮아져서 입도 꿈쩍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거나, 아니면 그와는 완전 정 반대로 미친 듯이 말을 쏟아 내서 안 해도 될 얘기까지 다 하고는 집에 돌아와서 기분 씁쓸해 한다거나. 어쨌든 그렇게 균형이 너무 안 맞는다. 말과 침묵 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위태위태하다.

 by bluexmas | 2009/04/20 17:58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