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걸 스카우트 쿠키의 망령

지난 일주일 내내 이런저런 일들로 집을 비우는 사이 회사에서 메일이 한 통 왔다. 한참 걸 스카우트 쿠키를 팔던 때, 도망치는 데 실패해서 누군가의 딸로부터 두 상자인가를 샀었는데, 그 아빠가 인사담당자를 통해 나처럼 회사에서 쫓겨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 쿠키를 살 생각이 있냐고 물어 보는… 물론 자기들도 그만큼의 수요를 예상하고 사다가 파는 거니까 어떻게든 팔아야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래도 그런 일로 자기를 내보낸 회사 사람으로부터 연락은 받고 싶지 않은게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서 난 좀 황당했다. ‘안 사도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팔 수 있겠지’ 라고 사족까지 덧붙였던데 그런 사족을 덧붙일거면 그냥 알아서 처리를 하고 연락을 하지 않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그 눈치없음이랄까 배려없음에 피곤함마저 느꼈다. 물론 나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걸 스카우트 쿠키는 과자 그 자체로써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애들이 팔며 또 그 파는 애들이 사는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도 하지 않는 것에 늘 심기가 불편했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어진 상황에서조차 그 존재를 느껴야 되는 상황이 싫었다.

 by bluexmas | 2009/03/15 04:09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보리 at 2009/03/15 12:23 

헐… 대단한 사람이네요… 걸스카웃 쿠키가 그렇게까지 팔아야 하는, 대단한 것이었는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3/17 14:48 

그게 참 따지고 보면 애들 앵벌이 시키는거나 다름없잖아요. 웬만한 일에는 그런가보다 하는 요즘인데 참 그렇더군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