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일기(?)-집을 내놓다
오늘이 며칠째더라? 세어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귀찮으므로 그냥 글이나 써야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집을 내어놓았다. 말로 쓰면 이렇게 간단한데 그 과정이라는 건 참, 해보니까 아,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뭐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나도 이게 일종의 지독한 편견이고, 따라서 관련 업종에 있는 사람이 이런 글을 읽으면 기분 나쁠 것이라는 것 역시 잘 아는데 개인적으로는 영업관련 직종 종사자들과 얽히기를 싫어한다. 말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닳고 닳은 느낌이어서 저렇게 말하고도 난 기술이 좋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사람처럼 보이겠지, 라고 생각하는 게 보인다. 특히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나 부동산 영업… 몇 번쯤 차를 바꿔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시기를 놓쳐 흐지부지 되어버린 상황 역시, 돈도 돈이지만 차 파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나처럼 동양인이라면 영어고 뭐고 질질 쌀 줄 알고 처음부터 무시하려 드는 종자들이 있기 때문에 애초에 마음을 좀 먹고 상대할 준비를 해야만 한다. 요즘은 하루에 영어를 열마디도 안 하고 살기 때문에 말하는 상태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 신경이 쓰였다.
거기에다가 청소 역시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나 혼자 사람처럼 살겠다고 청소하는 차원과는 또 달리, 누군가 보여주기 위해 하는 청소에는 더 많은 스트레스가 딸려온다. 게다가 팔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공간을 속속들이 남에게 보여주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집이 이젠 보금자리에서 골칫덩이가 되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여자 중개인은 집을 돌아보고는 몇 마디 잔소리를 던지고 갔는데 내 성질이 더러워서 그런지 다 집을 팔기 위해서 하는 잔소리라고 해도 뭔가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계속해서 이런 상황을 겪어가면서 아, 나는 더 지독한 불평쟁이로 매일매일 거듭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이사를 한 회사의 J에게 메일을 보내서, 세간살이를 처분하려는데 혹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얘기했다. 아예 돈을 안 받을 수는 없지만 그냥 줄 수 있는 것들도 있고 하니까, 사진을 보고 가격을 얘기해서, 너무 많이 불렀다 싶으면 깎겠다고 덧붙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제때에 뭐든지 처분할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이득일 것 같다. 단지 돈 몇 푼을 버는 것만이 이득은 아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인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식욕은 좋아서 살이 찌고 있는 요즘이다. 나, 행복한가봐.
# by bluexmas | 2009/03/08 15:59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