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r in the Rear Chicken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당연히 ‘후*치킨’ 쯤 될 것 같은 이 통닭구이는, 닭의 뒷구멍으로 맥주캔을 꽂아 닭을 세운 채로 구워 팬이나 석쇠 같은데 눕혀 굽는 것보다 닭을 골고루 익게 하고, 또 맥주가 끓으면서 나오는 김이 마르기 쉬운 닭고기를 촉촉하게 보존해 준다는 여름철의 그릴을 위한 레시피이다. 텔레비젼에서 보면서, 집에서 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또 찾아 보니 오븐에서도 쓸 수 있는 레시피가 있어서 시도해 보았다.
오븐에서 덩어리로 된 동물을 굽는 레시피는 보통 두 단계를 거치는데, 낮은 온도에서 전체를 익히고 높은 온도에서 껍데기를 익히는 것이다. 찾아 보면 레시피마다 달라서 어떤 레시피는 일단 낮은 온도를 거치고 마무리를 높은 온도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레피시는 전자의 방법을 따라서 화씨 325도에서 한 시간 십 오 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익히고, 500도로 온도를 높여 30분 정도를 더 구워 껍데기를 바삭바삭하게 만들자고 야심차게 부르짖었으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껍데기가 완전히 가죽처럼 익어버려서 먹을 수 없었으므로 어떻게 보면 절반의 실패나 다름이 없었다. 돌아보면 일 년에 한 번 정도 오븐에서 닭을 구워 보는데 가게에서 구워 파는 것과 같이 바삭바삭한 껍데기는 한 번도 이뤄본 적이 없었다.
어쨌든 조리과정은,
1. 닭의 두꺼운 부분, 가슴살을 칼로 골고루 찔러 소금이 잘 스며들도록 한다. 닭 한 마리에 소금 다섯 작은 술과 옥수수 녹말가루 한 작은 술을 섞어 닭에 골고루 문질러 준 다음, 다시 냉장고에서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휴식시킨다.
2. 오븐을 화씨 325도로 예열한 다음, 닭을 꺼내 반쯤 마신 맥주 캔을 뒤로 찔러 넣어서 로스팅 팬에 앉힌다. 500밀리미터 쯤 되는 큰 캔이 있다면 닭이 그 기나긴 구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꿋꿋이 서 있을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큰 맥주캔을 쓴다. 또한 꽉 찬 맥주캔에 앉히면 맥주가 끓어 넘쳐 닭이 불 세례 대신 맥주 샤워를 맛볼 수 있으므로 반쯤 꼭 마셔준다. 닭이 원하는 건 불지옥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3. 한 시간 십 오 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굽는다. 원하는 온도는 가장 두꺼운 부분에 온도계를 찔러 넣었을 때 화씨 140도.
4. 원하는 온도에 다다를 동안, 이 레시피에서는 글레이즈를 준비하라고 권한다.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꿀 등등을 끓여 달고 신 맛의 글레이즈를 500도로 넘어 갔을 때 발라줘 껍데기에 맛을 배게 하라는 의도인 것 같은데 노력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아예 껍데기 자체를 먹을 수가 없었으므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는 넘어가도 될 것 같다.
5. 닭이 원하는 온도에 다다르면 잠시 꺼낸 뒤, 오븐의 온도를 500도로 올리고, 팬의 바닥에 물을 한 컵 반 부어준 뒤 다시 불지옥으로 닭을 들여보낸다. 이때 원하는 온도는 화씨 160도 이상. 30분 정도 구우면 된다고 나와있다. 중간 중간 글레이즈를 발라주고… 라고 얘기하고 있으나 생략.
6. 30분 정도 지나서 닭을 꺼내 은박지에 싸서 20분 정도 휴식시킨 뒤 먹는다. 속살은 너무 마르거나 질기지도 않고 적당하게 익었으나 위에서 얘기한 것 처럼 껍데기를 먹을 수 없었으므로 결과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 by bluexmas | 2009/02/23 07:12 | Tast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