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분에 대한 기억
이모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나 지났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직도 날씨가 추웠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으니 그 다음 해 1, 2월 쯤이었던 것 같다. 외가 식구들이 그때는 벌써 은퇴하신 추기경님을 뵈러 간다고 했다. 돌아가신 이모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셨지만 외가 식구들은 전부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신자였었고, 이모부는 팔십 몇 년인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때 특집기사를 쓰셨다고 했다. 그 모든 걸 뭉뚱그려도 정확하게 추기경님을 뵐 수 있는 정당성이 갖춰졌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이몬가 할머니가 아시는 분이 추기경님의 식복사-식사 수발 등등을 들어드리는… 용어가 맞나? 냉담한지가 너무 오래라서-를 하셔서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결국은 뵙게 된 것이다.
동성고등학교 뒤편인가에 있는 신학교에 그분의 숙소가 있었는데, 기억에 작은 미사 같은 걸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거기에서 정식미사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돌아가신 이모부를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접견실, 아니면 사무실 같은 공간에서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리가 파할 무렵, 추기경님은 식구들 모두에게 자신의 휘장이 껍데기에 새겨진 묵주를 나눠주셨다. 그렇게 천주교 신자로써 높으신 분을 뵙는 자리는 끝이 났다.
그게 적어도 8년 전쯤 일인데, 그 때도 좀 어눌하셨으니 선종하셨다는 얘기를 듣고도 아주 놀라지는 않았다. 뭐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써서 남겨놓고 싶어졌다
# by bluexmas | 2009/02/18 20:33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