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삽겹살 꽃빵 샌드위치
뉴욕 맨하탄의 음식점들 가운데 작년에 가장 많이 주목을 받았다고 들은 Momofuku는, 이름은 일본풍이지만 주방장이 David Chang이라고 한국계인듯, 아주 정확하게 뭔가 근본인지 알 수 없는 성향의 음식들을 내어놓는 가운데 김치찌개나 보쌈 같은 거의 한국의 그것과 비슷한 음식도 만드는 모양이다. 하여간, 지난 주엔가 No Reservation에 이 음식점이 소개되었는데, 중국 밀가루 빵-흔히 우리가 ‘꽃빵’ 이라고 일컫는, 그러나 이 빵이 늘 꽃처럼 생긴 것은 아니니까-에 구운 삼겹살이 끼워져 나오는 걸 보고 흉내라도 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냉동실에 놀고 있는 흑돼지 삼겹살(정확하게 말하면 Berkshire Pork라고… 구글 찾아보니까 까만 건 마찬가지인 듯)도 있고 해서…
레시피 따위는 구경한 적이 없지만, 빵은 찌면 되고, 삼겹살을 구운 다음 테리야키나 기타 간장을 기본으로 해서 적당히 단맛도 나고 신맛도 나는 소스를 곁들이면 될 것 같아서, 일단 삼겹살을 구웠다. 해동시킨 삼겹살에 소금, 후추, 양파와 마늘가루, 카다맘, 중국 오향가루, 생강가루 등등으로 주물러서 하루 정도를 냉장실에서 더 재워둔 뒤, 무쇠 프라이팬에 겉을 지진 다음 화씨 250도의 약한 불 토스터 오븐에서 두 시간 정도를 천천히 구웠다. 이렇게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구워야 고기의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데 한 몫 하는데, 삽겹살은 지방이 많아서 너무 오래 구우면 흐물흐물해져서 씹는 맛이 없어지므로, 가끔 확인을 해주는 게 좋다(같은 이치로 삼겹살 수육을 압력솥에서 너우 오래 익히면 나중엔 지방이 완전히 곤죽처럼 녹아버려서 오히려 맛이 없어진다). 오븐에 넣기 전에 겉을 지져줬으므로 은박지에 싸서 겉이 더 이상 마르는 것을 막았다. 사진발 잘 받는 삼겹살의 자태.
삼겹살과 파는 언제나 궁합이 잘 맞으니까, 파의 흰 뿌리 부분을 채쳐서 얼음물에 담가 매운맛을 빼고, 날 생강도 채 썰어 살짝 곁들였다. 소스는, 테리야키 소스를 만들까 생각하다가 지난 주에 갈비찜을 해 먹고 남은 국물이 적당히 짜면서도 또 달게 농축된 채로 냉장고에 남아 있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소스로 썼다. 빵은 찜기에 받쳐서 15분 정도 찌면 되고… 고기는 오븐에서 익으니까 잔손도 많이 안 가고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음식. 진짜 중국풍으로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간장이랑 설탕 등등에 굴소스 뭐 이런 걸 섞어 소스를 만들면 될 것 같고, 생강과 파를 좀 많이 넣은 우리나라 양념 간장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예 삼겹살 자체를 우리나라 고추장 양념 따위에 재워놓아도 될 것 같고. 파인애플 살사를 곁들여 봤는데 파인애플이 정말 너무 시기만 해서 잘 어울리지 않았다.
기름기 많은 음식엔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면 딱이니까, 주말을 위해 사 두었던 Titan India Pale Ale을 곁들였다. 그냥 Pale Ale이나 줄여서 IPA라고 불리는 India Pale Ale을 요즘 많이 마시는데, 얘는 예전에 마셨던 다른 종류들 보다 끝에 남는 호프의 향이 굉장히 짧아서 Pale Ale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에 워낙 기름기가 많으니 IPA가 가지고 있는 Citrus의 느낌을 조금 강화시켜 주기 위해서 라임을 한 조각 곁들여도 괜찮았을 듯.
India Pale Ale은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 삼았던 시절, Pale Ale을 가져다가 그 동네의 기후 등등에 맞게 향을 조금 더 강화시켜서 만든 것이라고 들었는데 마시다 보면 그냥 Pale Ale이 IPA보다 훨씬 호프랄지 기타 재료들의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고… 아직까지는 차이를 잘 모르겠다.
# by bluexmas | 2009/02/16 13:37 | Tast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