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는 무슨 얼어죽을
누군가 그랬다, 자기한테 충고한답시고 누군가가 “듣기 기분 나쁘겠지만…” 이라고 운을 떼면 자기는 “기분 나쁜 얘기라면 아예 꺼내지를 마세요” 라고 말해서 입을 막아버린다고.
그러니까 내 나이가 서른 다섯, 대학 신입생이 띠동갑보다도 세 살 어린 셈이니까 뭐 좀 인생 살아본 것처럼 ‘에 내가 대학시절에는 이랬는데 니들은 이렇게 해야 되지 않겠어?’ 라고 충고라도 던져볼 수 있는 나이가 된걸까? 주변에 나이 어린 사람들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충고 따위는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일단 충고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누군가의 허물을 지적하는 것 같아서 싫고, 나 자신도 모자라서 돌아보기 바쁜데다가 돌아보면 자꾸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한테 뭐라고 말하기 힘들고, 또 원래 나이 어린 사람들 보면 부족해보이기 마련이다. 왜? 어리니까. 그 어린 나이만큼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하니까.
하여간 그래서 단 한 사람 한테도 충고라는 딱지를 붙여서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데 며칠 전에 어떤 분께서는 무려 이십대 전체에게 충고하는 글을 올리셨더라구. 나는 일단 그 내용이 어떤가를 말하기 이전-말하고 싶지도 않아, 읽어봤는데 재미도 없어-에 한 사람,열 사람, 왕십리 대학에 다니는 이십대, 어제 던킨도너츠에서 맛없는 머핀 따위를 먹고 그게 진짜 머핀인양 블로그에 떡허니 흔들린사진을 올린 이십대, 도봉구에 사는 이십대, 남자 이십대…도 아닌 이십대 전체에게 충고를 하신 분의 뭐랄까, 무모함 같은 것에 존경을 표하고 싶어졌다. 왜 찌질한 블로그를 쓰나, 신문에 광고를 내거나 사설에 실으면 더 약발이 먹힐 것을.
뭐 그런 기분이 있다. 누군가를 싸잡아서 ‘아 ###한 사람들 재수없다니까’ 라고 말하고 나면 ###에 속하면서도 재수없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텐데 그 사람까지 매도한 것 같아서 찝찝한 기분.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나 참 궁금했다.
아, 물론 그 글을 보고 발끈해서 또 한마디 열심히 하신 이십대도 간간이 보이는 것 같던데, 이 글은 이십대 편들어주려고 쓰는 것도아니다. 솔직히 난 이십대 모른다. 마주쳐 본 적도, 얘기해 본 적도 별로 없고 또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리고 뭐 그 글에서 이십대에 대해 묘사한 사항들이 다 맞든 틀리든 난 관심없고 알바도 아니다. 그냥 그런게 싫다. 싸잡아서 매도하는 것도 싫고, 나이 어린사람들이라고 하고 싶은 말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싫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히 충고같은 걸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싫다. 물론 뜬금없이 성경을 인용해서 ‘에 뭐 죄 없는 자 돌로 치라고 그랬잖아’ 와 같은 얘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그런종류의 얘기를 그런 식으로 집단 전체에게 할 수 있는 사람이나 상황이 과연 이따위 시덥잖은 블로그에 풀어놓을 수 있는 정도로 하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그냥 그런 사고방식이 궁금할 따름이다. 그래서 궁금한거다. 오늘 아침에 담배꽁초는 쓰레기통에 버리셨나요? 아, 담배 끊으셨다구요? 잘 하셨어요…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바꾸고 싶은 악한 욕구가 있다. 특히 자신의 힘이 미치는 범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유혹은 떨쳐내기 힘들다. 왜 그걸 모르시나, 그렇게 나이 드셨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충고 따위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삶이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그러니까 열심히 살아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아는 것만해도 백만가지는 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가장 쉬운 방법만을 택한다, 왜?
# by bluexmas | 2009/02/13 09:47 | Lif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