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일기(13)-최선이 아닌 최선

오늘 좀 웃기는 일이 있었는데, 그게 내가 계속해서 쓰려던 실업일기 외전과 관련된 일이라 생각난 김에 외전이나 써 볼까, 마음을 먹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에 묶이다보니 시간이 없어져서…

사실 어제는 쓰려던 걸 한 반쯤 쓰다가 술에 쩔어서 그냥 잠들어버렸다. 그 Career Statement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마무리를 하다 말고 포도주 한 병을 따서 물처럼 마셨다. 결국 마무리를 해서 다시 보내고, 몽롱해서 자다가 계속해서 메일을 확인해봤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음, 이제 좀 마음에 드신다고 생각하는건가…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오히려 더 기분이 그렇다. 포기한거 아냐?

하루 종일 왜 이것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까, 생각해보았다. 못했다고, 별로라고 얘기들을까 봐서? 사실 그런 종류의 두려움은 피상적인 것이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까, 못한다는 얘기 들을 수 있다. 모든 걸 다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두려운 건 내가 하는 최선이 알고 봤더니 최선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 못하는 건 괜찮다. 열심히 해도 결과는 나쁠 수 있다. 그럼 과정에서 배웠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내 최선이 최선이 아니기 때문에 실패했고 또 누군가가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실망해서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삶을 지탱해오던 마지막 기둥 같은게 결국 주저앉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너의 최선은, 미안하지만 최선이 아니야. 이런 얘기를 정말 가혹하게도 계속 입에 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딱 이맘때였던 것 같다.

수많은 자질구레한 것들이 한데 얽혀서 신경을 건드리는데, 그 얽힌 것들을 풀기가 쉽지는 않은 요즘이다. 실직 다이어트는 생각보다 상당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참, 회사에서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비행기 표값은 물어준다고 했다. 비지니스도 탈 수 있을라나?

 by bluexmas | 2009/02/11 17:13 | Life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9/02/12 00: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2/12 02: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2/12 16:36 

비공개 1님: 외전이 사실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회사를 떠난 마당에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어떤 직업군에 계신지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살짝 알려주시면 이 동네 분위기는 어떤가 한 번 볼께요. 사실 아틀란타가 별 나을 건 없어보이지만… 요즘 길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어요. 뭐 오시면 맛난건 좀 대접할 수 있겠지만.

비공개 2님: 그럴까요 아닐까요? 상상에 맡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