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의 사치 저녁-갈비찜
사실 요즘 음식을 거의 해 먹지 않았다. 다른 생각이 많아서 집중해서 만들 수도 없고, 또 도시락을 쌀 이유가 없어졌으니 그만큼 음식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래서 장도 거의 보지 않고 사실 그다지 많이 먹지도 않게 되었다. 직장도 없는 놈이 무슨 밥을 먹냐! 는 너무 자학의 강도가 심한 농담이라 구석탱이에 쳐박아 놓고 쓰지 않지만, 활동이 없으니 식욕이 전만큼 못한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오랫만에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었다(뭐 장작불이라도 피웠나…?). 갈비찜은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누가 갈비찜을 싫어하랴? 일단 고기값이 너무 비싸서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것을…), 은근히 만들기 쉽지 않은 음식이라 연습 삼아서라도 생각날 때마다 만들게 된다. 적어도 한 두달에 한 번씩은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한 번 씩은 만들어 본 것 같은데, 언제나 결과는 마음에 쏙 들지 않아왔다. 어쨌거나 오랫동안 약한 불에 끓이면 고기가 물러지니까 그건 어렵지 않은데, 그와 동시에 물러진 고기에 간이 잘 배도록 만드는 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번에 쓴 방법은, 일단 우리나라 식으로 찬물에 담궈 핏물을 적당히 뺀 갈비를 끓은 물에 반 정도 익도록 삶은 다음 하룻밤을 식혀 국물의 기름기를 걷어내고 그 물에 간장 양념을 섞어 갈비를 삶다가 화씨 250도의 오븐에 솥째 넣어 서너시간을 익히고, 다시 먹기 전에 가스불에 올려 마무리를…아, 갈비찜 하나 하는데 무슨 공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냐…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불에 올려 놓고는 신경을 그다지 쓰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만든 갈비찜은, 예전에 만들었던 것들 보다는 고기에 간이 잘 배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엇인가 약간 모자른 느낌에 갈비 자체에 기름기가 적어서 그런지 연하게 잘 물렀으나 뭔가 푸석한… 그래도 실직자니까, 투정부리지 않고 열심히 맛있게 먹었다. 이런 음식은 하루 정도 놓아두면 더 맛있는데, 내일은 또 어떤 맛일지.
# by bluexmas | 2009/02/08 14:23 | Taste | 트랙백 | 덧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