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Cookies for T
뭐야, 또 초콜렛칩 쿠키? 그렇다, 사실 나도 슬슬 같은 쿠키를 만드는게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선물이라도 하려들면 이 쿠키만큼 잘 나와서 선물하기에 손색없고, 또 맛도 좋은 걸 만들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에게 초콜렛칩 쿠키! 라면 정말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믿었던 동심까지도 자극하는, 그런 향수가 배어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쿠키를 시도하는 건 항상 다음으로 미뤄진고 나는 또 똑같은 쿠키를 구웠다. 주중에 바쁠까봐서 주말에 미리 반죽을 만들어 얼려 놓았었다. 똑같은 쿠키지만 사실은 만들 때마다 새로운 것을 한 가지씩 배운다. 이번엔 반죽을 냉장실에 너무 오래 넣어 두었다가 모양을 만들었더니, 구워도 원하는 만큼 퍼지지 않았다. 덕분에 어디에선가 주워온 양철 상자에 딱 들어맞기는 했지만(연말에 거래처에서 들어오는 선물-땅콩, 초콜렛, 뭐 이런 것들-의 상자를 주워놨다가 재활용했다. 상자 사러 갈 시간도 없었고).
내일은 내 옆자리에 앉은 T의 마지막 날이다. 팀이 한참 바빴을 때, T는 각종 기술적인 부분을 돕기 위한 계약직으로 회사에 들어왔다. 옛날옛적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팀은 정말 죽도록 바빴고, 이끌어가는 J가 죽어가고 있는 걸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T의 존재가 정말 반가웠는데, 그는 경험이 많아서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사람으로써 정말 최고였다. 비록 길지 않은 회사 생활에서 정말 저질인 인간들하고 많이 일해봤던 나로써는 여기에서의 표현으로 ‘He has absolutely no ego’라는 문장을 쓸 때 예로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 사람이 보여주는 이 모습이 진짜라면, 한참 회사를 다녔을 때에 정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하기가 조금 괴로웠다. 다들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건 다들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데 급급할 때 덤태기를 씌우거나 자기들 하기 싫은 일을 미루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걸,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어쨌든, 진심으로 감사하지 않으면 내가 이 바쁜 시간에 이 짓거리를 할 이유는 없겠지… 회사에서는 자기를 낮추면서 일하고, 또 집에서는 두 딸들 뒷바라지에 정말 자기 자신의 생활은 있을까 싶은 그를 보면서, 곧 프로젝트가 다시 돌아와고 또 그도 돌아와서 도와가면서 일 좀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은 찾기가 힘드니까. 특히나 회사에서는.
# by bluexmas | 2009/01/29 15:11 | Life | 트랙백 | 덧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