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n / Be Seen

출석 점검과는 상관없는 이야기)

이런 꼬라지로 사는게 숨막히도록 지긋지긋해서 역사-누군가는 이런 걸 one night stand라고 한다던데 정말? 이런 단어 좀 입에 담았다고 거부감을 드러내던 분도 있었지, 언젠가는. 그게 무슨 내 생활신조도 아니었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게 민감하셔서-나 좀 이뤄볼까, 작년 여름 주말이면 무더운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었다. 처음 어디를 가 볼까 인터넷으로 열심히 예습을 하는데 어떤 장소의 소개 문구에 저렇게 써 있었다. 오, 그렇단 말이지? 보고 또 보여주고… 뭘 얼마나 보고 또 보여줄 수 있을지 눈 말고 몸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 예금계좌에서 나오는 푼돈 이자를 밑천 삼아 열심히 들락거려 보았는데 누가 뭘 보는지, 또 뭘 보여주는지 냉방을 틀어도 사우나 같은, 또 담배연기에 찌들어 퀘퀘한 냄새가 나는 오래된 건물에 가련하도록 술취한 인생들이 물보다 더 많은 고기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이자를 다 까먹고 원금에 손을 대어야 할 상황 정도에서 나는 인격분열을 일으켰고, 밤거리에게 작별을 고했다. 별 보잘 것 없는 동양 남자에게는 역사가 이루어질 기회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 모양… 가만, 이 나라에 뭐 꿈이나 희망이 있다면서? 사람들이 그러기를 ‘American Dream’ 이라고 일컫는? Yes we DO can, but you are not one of us, sorry.

어제 오늘, 갑자기 블로그의 조회수가 구십, 백으로 치솟았다. 그저께는 30분 인가만에 30명 정도가 갑자기 몰려들었다.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보통 40, 아무리 사람이 많이 와 봐야 60명을 넘으면 대박나는게 내 작은 블로그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오도록 만드는 글도 올린 적 없고, 언제나 정해진 수의 사람들만 온다. 그래서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렇다, 언제나 정말 거의 비슷한 수의 사람들이 온다. 밸리 같은 곳에는 글을 내어놓지 않은지가 벌써 수천년이다. 몇 주 전인가 음식 포스팅 하나를 음식 밸리에 올렸다가 3분만에 내렸다. 이제는 그런 것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으니까. 많은 사람이 와서 보면 뭐가 달라지는데? 하는 생각이 있다. 사실은 그 60명조차 누구인지도 모른다. 알 길이 없다. 일단 덧글이 안 달리니까. 물론, 이 자리를 빌어 덧글이 안 달린다고 불평하고 싶은거냐? 라고 누군가 물어볼지도 모르겠지만, 덧글 달려서 글 더 쓰고 또 안 달려서 안 쓸거면 블로그 벌써 접었을 거다. 어쨌거나 덧글은, 방구석에 앉아서 비공개 글 올리고 혼자 좋아하는게 아닌 이상에야 많을 수록 좋지만, 그게 이 짓거리를 꾸준히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원동력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맨날 애쓰는거지, 나의 의지로 이 짓거리를 하고 싶지 타인의 반응으로 하고 싶지는 않은거니까.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계속 하냐면, 블로그를 꾸려 나간지가 그래도 좀 되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꾸준히 들르는 사람들을 다 세더라도, 60이라는 숫자는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궁금한 이유는 사실 싸가지 없게도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증을 반쪽이나마도 해소하고자, 매일 오전 열 시, 그러니까 한국 시간으로 자정이 되면 나는 하던 일을 잠시 접고 화장실에서 손을 깨끗이 닦은 뒤 리퍼럴을 뒤진다. 내가 소위 ‘리퍼럴 낚시’ 라고 이름 붗인 의식. 그 리퍼럴이 진짜 내 블로그로 통하는 길임을 의미하는지는 100% 확신할 수 없지만, 가끔벼라별 블로그가 걸린다. 벌써 몇 년 전에 내 블로그엔 오시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분(정말 오시는 거 맞아요 근데?)도 가끔 있고, 뵌 기억이 없는데 나를 무려 100대 블로거에 추천하신 분-앗 정말 감사의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 건 아닐까요오T_T 제가 인사치레 같은 걸 잘 못하는 예절없는 인간이라서-도 있고, 이렇게 말하기 뭐하지만 만화 오덕 같은 분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덧글이라도 남겨서 ‘죄송하지만 좀 안 와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분들의 블로그도 있다. 만약 그 리퍼럴이 정말 그 분들이 내 블로그에 오시는 걸 의미한다면(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길이 없는 이유는 그 분들 블로그를 나는 내 리퍼럴에 걸리지 않는 이상 가지도 않고, 덧글도 안 남기는 데 방문객 수는 단 ‘1’ 이라서…). 특히 저 뭐랄까, 글 좀 쓰셔서 사람들이 뭉게뭉게 모이는, 그래서 그 분들끼리는 또 친하게 지내시는 그런 블로그들. 정말 오시는 거라면, 내 블로그가 별 보잘 것 없을텐데 왜? 라고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별로 관심이 없으므로 접는다. 오시는게 아닌데 괜히 나 혼자 지랄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럼 얼마나 쪽팔릴까 마이너 블로거 주제에 감히 메이저인 분들에게.

아, 이런 얘기를 왜 하냐면, 아까 위에서의 그 ‘Seen and Be Seen’ 으로 돌아가서. 누군가 그랬다.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블로그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보게 되더라구요. 그렇다, 블로그질을 하면 분명히 누군가 보게 된다. 그리고 그걸 생각하지 않는다면 블로그질을 하는 의미도 없을지 모른다. 혼자 비공개로 글 백만개 쓰면 되니까. 그러나 사실 나는, 처음부터 보이기 위해 쓰는 것과 쓰기 위해 쓰고 그게 보이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대체 무슨 차이가 있냐고? 알게 뭐야, 그 차이가 진짜 뭔지… 아 그래, 기억해보니까 나도 처음엔 ‘아,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따위로 다들 보세요- 라고 글을 쓰지 않았던가? 그럼 그때는 나도 보여주기 위해서 썼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실은 지금도 그런지도. 그러나 그것에 상관없이 사실 요즘은 아예 처음부터 보여주기 위해서 뭘 쓴다고 생각하면 목구멍에서 거부감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아니 뭐, 사실은 보실테면 보고 싫으면 말고, 라고 생각하고 싶다. 옛날에 그렇게 발버둥 칠때는 몰랐는데,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가운데 90%는 내가 어떻게 나를 보여주는가에 상관없이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나를 해석해서 본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 해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가 나를 봐서 제대로 생겨먹은 인간인 것 같으면 오래도록 제대로 생겨먹은 인간이고, 또 천하에 재수없는 새끼면 또 그렇다. 그러니까 결론은 어떻게 맺어야 될까? 그렇게 보고 싶은게 있던가요, 여기? 라고 하면 되는걸까? 아니, 정말 어떻게 끝을 맺어야 되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라니까.

 by bluexmas | 2009/01/25 16:16 | Life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9/01/25 16:23 

여기 가끔 들립니다. (손)

 Commented at 2009/01/25 17: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iesu at 2009/01/25 19:52 

전 거의 포스팅하실 때마다 들려요. (두번째 손)

 Commented at 2009/01/25 21: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eunky at 2009/01/26 07:35 

포스팅 즐기면서 보고 있습니다 : )

 Commented by slumber at 2009/01/26 11:13 

안녕하세요. 저도 주 방문자 중 하나에요. 기억이 희미한데 한참 전 음식밸리에 올리신(혹은 누군가의 블로그에 언급된) 글을 보고 처음 들렀던 것 같아요.

실은 고백하자면 그냥 포스팅만 몰래 보고 나가는 게 마음에 걸려 얼마전 로긴 안하고 덧글을 남겼던 ‘이웃’하고 동일 인물이에요. 블로그가 있긴 한데 논문을 쓰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가끔 혼자 소리지르는 곳이라(-.-) 부끄러워서…

저 다시 신고해요. 반가워요, bluexmas님.

 Commented by 샤인 at 2009/01/26 15:10 

저도 제 블로그를 손놓은지 오래되서 글은 정말 잘 안쓰게되긴했지만.. 그 daily 60명중 한명이예요. 가끔은 동감이가는 얘기도 많고 제가 관심이많은 요리얘기도 많아서 꾸준히 정감을 가지고 잘 보고있어요 =) 저도 다시 신고합니다^^; 좋은주말 보내셨길!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1/27 16:38 

사바욘님: 앗 잘 지내시죠?-_-;;;

비공개 1님: 감사합니다. T_T 역시 비공개님 밖에…

liesu님: 아이구 손 안 들어주셔도 되는데…

비공개 2님: 굳이 안 지우셔도 되는데… 어울리고 말고 할게 뭐 있을까요? 제가 죄송스러워요. 괜히 그렇게 분위기 몰아가는 것 같아서.

eunky님: 교수님 수술 경과는 좋으신지… 저는 돌아보면 커피나 포도주나 굵으면서도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날카로운 커피라니 다 드시려면 좀…

참, 저는 요즘 커피를 끊었어요.

slumber님: 음식밸리에 올린 글이면 적어도 1년은 되었을 것 같은데… 오래전부터 들르셨군요-_-;; 어째 이웃이라고 하시는데 어디에 사시는지 몰라서 저도 궁금했답니다. 원래 논문 쓰는게 좀 스트레스 받는 일이죠. 하여간 반갑습니다^^

샤인님: 요즘 블로그 안 하셔서 대체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긴 했어요. 아무도 신고 안 하셔도 되고 또 옛날부터 오셨는데요 뭐… 제가 다 민망하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