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해 먹은 음식들
텔레비젼에서 전채로 베이컨 대추말이를 만드는 걸 보았던 기억이 나서, 베이컨을 산 김에 한 번 도전해 봤다. 아무 가게에서나 말린 대추를 살 수 있는지도 모르고 못 찾아서 비슷한 자두로 대체했는데, 칼로 얇게 펴서는 가운데에 구운 피칸을 넣고 그걸 베이컨에 말아 구웠다. 베이컨이 너무 두꺼워서 자두와 피칸의 맛을 압도했으므로 약간 실패작. 바닥에 깔린, 과음하고 다음 날 오후, 밤 굶으면서 토하다가 나올 것 없으면 나오는 위액 색깔의 노란 토사물 비스무리한 건 파인애플과 생강 갈은 것. 파인애플주스 같은 액체를 섞어서 보다 부드럽게 갈아서 깔아주면 베이컨과 대구를 이루는 소스가 될 수도 있을 법한 싹수를 발견했다. 아니면 파인애플주스를 끓여 농축해서 써도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너무 달아질 것 같고.
토요일 저녁으로 먹은 Fajita(발음은? 교포 아닌 한국 사람사이에서 재수없다는 얘기를 가장 빨리 듣는 방법은 영어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어휘/문법/발음/억양, 가리지 않고 아주 빠른 결과를 보장한다. 아마 30초 안에?). 불고기 양념에 재웠다가 살짝 구웠다. 살사와 사워크림 등등.
회사의 누군가가 블루베리 농장을 하는 친척을 가진 죄로 처리할 수 없는 블루베리를 넘겨서, 블루베리와 딸기, 바닐라와 딸기 아이스크림으로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셰이크를 만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저녁이 되었을 것 같은데 벌써 저녁 다 먹고 저걸 먹고는 배부름과 유지방 과다섭취에 의한 느글거림으로 밤새 고생했다.
밤에 먹다 남은 Fajita을 활용해서 만든 느타리버섯 볶음. 버섯이 어떤 건 너무 크고 또 어떤 건 너무 작아서 균일하게 익지 않아서 감점. 사진이 흐릿해 보이는 이유는 흔들려서가 아니라 김이 무럭무럭 나서…
썩기 직전에 의학이 발전해 소생할 수 있는 다음 세상을 기약하며 급속냉동에 들어간 바나나 시체 세 구를 강탈해서 만든 바나나 피칸 빵. 사람에게도 다음 세상 따위는 없는데 바나나 주제에 무슨… 역시 바나나 빵은 썩기 직전의 바나나를 써야 맛있다. 내가 뭘 만들어도 정말 맛있다는 얘기는 잘 안 하는데, 이건 정말 맛있었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탑을 다 쌓았을까…
# by bluexmas | 2009/01/14 14:20 | Taste | 트랙백 | 덧글(6)
정말 바나나 빵은 냉큼 먹고 싶다 손이 안 가는 바나나를 써야 맛나죠. 그러고보니 저도 오늘 베이킹해야 하는데(선물용), 장 보러 가기가 귀찮아요. ;;;
taste 글이 갈수록 웃겨지십;니다;;;
맛있어 보이는 사진 척 올려놓고 굳이 다채로운 토사물 비유를 드시는 건
그림의떡을 구경하는 이웃 블로거들을 위한 배려라고 치고…
바나나빵 탑도;;;
하하하;;;;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starla님: 저의 빈정거리는 본색이 새해를 맞이해서 드러난거 아닐까 몰라요. 이제 서른도 꺾여가는데 저를 감추고 살기도 지쳐서요… 하하… 토사물 비유는 너무 심했을까요? 언제나 지하철 1호선 막차 타고 나닐때 생각이 나서요. 사람 반, 토사물 반, 뭐 그랬어요. 토사물에 사람들 막 휩쓸려 다니고… 바나나빵 탑은, 뭐랄까 사진에 보기 좋게 보이려고 이것저것 하다가 망치느니 그냥 닥치는대로 하는데 더 좋아서요. 웃어주시면 저야 뭐 행복하죠^^
비공개 1님: 이 카메라가 정말 태양광 잘 받으면 예쁘게 사진 잘 나와요. 블루베리는 하나씩 따기 버겁지 않나요? 전 수박보다 작은 건 별로 따고 싶지 않던데…
liesu님: 하하, 호주는 너무 멀어서 보내드리기 그런데요^^
비공개 2님: 사실 ‘화지타’ 와 ‘퀘사딜라’ 농담은 벌써 여러번 써먹었어요, 제 글에서. 사실 발음이나 이런 건 민감해서 앞에서 고쳐주거나 이런거, 상대방이 싫어하면 안 하는게 예의죠. 저도 얼마전에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애가 그래서 뭐라고 그랬거든요, 저 그런거 싫어하니까 하지 말라구요.
영어 발음은 뭐 왕도가 없지만, 비공개님께서 하시는 것보다 좀 더 ‘오바’ 해서 하시면 어떨까 감히 제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