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ttered, but still hanging…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처음으로 동네 레코드 가게에 돈을 줘가면서까지 만들었던 ‘짬뽕’ 테입. 지금 되돌아봐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들어줄 수 있었던 7, 80년대의 가요를 담았던 그 테입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내가 너의 손을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었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였네.’ 라는 가사로 시작되었다. 사람들 사이의 단절과 거기에서 딸려 나오는 답답함 따위를 노래하셨던 그 분은 이후 조국통일이나 개똥벌레 따위를 주제로 한, 보다 희망찬 가사를 담은 노래를 불러 더 많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셨지만 워낙 성격이 비뚤어진 나 같은 사람에게 그건 별로 마음에 안 들고…

하여간, 그 노래가 나왔던 시절의 유리는 그냥 유리라서 날카로운 파편이 생기는 것만 감수하고 그냥 깨 버리면 벽이고 뭐고 없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의 유리는 다들 너무 안전하게 잘 만들어 놓아서 그런지 깨도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망치로 깨도 조각조각 부서진 채로 그냥 매달려 있거나, 총을 쏴도 총알이 뚫은 자리만 깨지고 나머지 부분은 멀쩡해서 그렇게라도 깨고 서로 좀 손을 잡아보겠다는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기는 듯(아아 이 유리만 깨면 저 사람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유리는 유리대로 그대로 있는데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채로 붙어 있어서 사람 얼굴도 이제는 안 보이고 대체 이게…). 멀쩡한 유리 너머 보는 상대방의 모습은 그나마 멀쩡하게라도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깨진 유리는 그냥 그 자리에 조각인채 매달려서 너머의 상대방 역시 뭣처럼 보이게 만드니까 이게 정말 더 안전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옛날 노래를 일부러 찾기는 좀 귀찮고, 요즘 양키 노래들 가운데 왠지 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걸로. 가사의 의미가 완전히 통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뮤직비디오가 있던 걸로 기억되는데 찾아보니 이런 종류 밖에…

 by bluexmas | 2009/01/09 13:37 |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9/01/09 19:3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turtle at 2009/01/09 23:51 

제가 처음 만들었던 짬뽕 테입에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들어 있었지요. 제가 신청(?)한 곡들을 다 집어 넣고도 자리가 좀 비었다면서 동네 레코드 가게 주인 아저씨가 덤으로 넣어 준 곡이 그거였어요. 제가 뭔가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면 그 한 곡이 영향을 미쳤을 법도 하지만 현실은…^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1/10 15:26 

비공개님: 슬픈 가사라니까요. 그래도 그때는 가사가 정말 문학적이었어요. 시 같았는데 요즘은 뭐 맨날 양다리 걸치는 얘기나 하고 젠장…

turtle님: 옛날에 뭐 핑크 플로이드의 wall을 듣고 충격 받아 입산해서 음악을 했다 뭐 이런 얘기도 많이 들어봤는데… 레코드 가게 주인 아저씨도 그 노래 많이 좋아하셨나봐요. 워낙 명곡이니까… 절정 직전의 코러스 오버 더빙에 몇 주가 걸렸다고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