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한 송년 만찬(?)
물론 조촐한 만찬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지만, 음식은 조촐해도 한 해를 보내는 마음만은 만찬 같으면 되는것 아닌가 싶어서…
생각해 보니 조개관자 안 먹어본지가 오래 되어서, 냉동된 관자를 한 봉지 샀다. 보통 가게에서 파는 새우나 관자는 100%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냉동되었던 걸 녹여서 팔기 때문에, 알고 나면 굳이 녹은 걸 사다 놓고 저걸 다 먹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냉동된 걸 사다가 필요한 만큼 꺼내서 녹여 쓰면 되니까. 미리 수요를 예측해서 꺼내놓는게 좀 귀찮기는 하지만.
어쨌든, 전채로 가볍게 먹으려고 네 개를 녹혀서, 뜨겁게 달군 팬에 위 아래를 지졌다. 팬이 더 뜨거웠어야 지져도 때깔이 좋은데 어째 좀 팬이 덜 뜨거웠던 모양… GQ 12월호에 ‘시애틀 올해의 음식도시’ 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밑에 조그맣게 나온 조개관자 샐러드를 보고 따라 만들어 보려고 하얀콩도 사왔는데, 어이없던 건 통조림 콩 가운데 그 어떤 것도 화학첨가제-방부제, 발색제 등등…-가 안 든게 없어서… 시간만 있었으면 말린 콩을 사다가 불렸을텐데, 그건 좀 어렵고 해서 10분 만에 만든 샐러드. 참고한 사진은 풀쪼가리는 거의 없고 콩이 전부였는데 어울리지 않는 풀쪼가리를 사들고 들어와서… 프로세코와 그럭저럭 잘 어울렸다.
그 다음 메뉴는 진짜 아무런 족보가 없는 것. Duck Confit(오리 다리를 오리기름에 익힌…)가 코스트코에서 팔리는 걸 보고 호기심에 집어들어서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생각나는대로 뭔가를 만들어서는 먹다 남은 팬케잌에 올렸다. 애초에 생각했던 건 오리를 구워서 중국풍 양념으로 무치거나 볶은 다음에 블리니(blini, 러시아 팬케잌 그러니까 Cream Fraiche와 캐비아와 함께…)를 구워 그 위에 얹는 것이었는데 이 시점에서 벌써 프로세코 한 병을 다 비웠던 터라 비몽사몽… 그래서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파채를 썰어 라임즙에 오리와 함께 버무린 다음 대강대강… 지방이 많은 오리 다리라서 냉장고를 찾아 석류알을 몇 개 올리는 걸로 산을 좀 더해 마무리. 뭘 같이 마셨나 사진도 올려야 되는데 귀찮아서 말로 대신하면, 처음 생각은 Pepper Note가 끝에 남는 Shiraz 같은 걸 생각했으나 반 상자 살 때 추천받은 스페인 녀석으로 대신했는데, 역시 만만치 않은 Pepper Note 덕분에 아주 잘 어울렸다.
# by bluexmas | 2009/01/04 15:43 | Taste | 트랙백 | 덧글(6)
올해도 bluexmas님의 멋진 요리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저 얼마전에 크레페집에 갔었는데…크레페 안에 잘게 찢은 오리고리를 넣어주더라구요. 그리고는 크레페를 사각으로 접어서 내오던데, 좀 괴식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켰는데 맛있었어요! +.+
로이엔탈님: 그렇죠? 정말 만들어 먹기도 너무 쉬워요. 팬만 뜨겁게 달구면 알아서 음식이 되는 재료라고나 할까요?
intermezzo님: 저도 잘 몰랐는데, duck confit랑 크레이프는 굉장히 클래식한 조합인가봐요. 저도 텔레비젼에서 몇 번 봤거든요. 오리는 닭이랑 근육의 성질이 달라서 그런지 맛도 다른 것 같아요. 닭다리면 그 맛이 안 났을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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