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dra

발이 달린 모든 것들은 그 자리를 떠난지 오래였다. 휴일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모두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다. 발이 달리지 않은 풀이며 나무들은 매서운 추위에도, 날카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도 떠나고 싶지만 단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발을 붙인채 머무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발이 달린 그 어떤 것들도 자리를 떠나며 그들에게 어떤 이유가 더 진실에 가까운지 묻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그 자리에 속해있지 않았으므로.

풀과 나무는 아니지만 발이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건 한 쌍의 마음이었다. 단 한 점의 바람도 피할 수 없는, 얼어붙은 벌판의 한 가운데에 두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얼핏 보면 그들은 웅크리고 있는 한 쌍의 고슴도치처럼 보였지만, 그들에게는 가시가 없었다. 사실은 말했던 것처럼 그들에겐 팔다리도 없었고, 그래서 웅크리고 있던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없는 건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서로를 볼 수 있는 눈도,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는 입도, 그 말을 입에 담는다해도 들을 수 있는 귀조차도 없었다. 그저 그들은 각각의 덩어리일 뿐이었다. 바람은 거셌고 공기는 차가웠다. 그들은 그 벌판 한 가운데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있었다. 팔다리가 없었으므로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서로 부둥켜 안을 수도 없는 덩어리들에게는, 기대는 것만이 최선의 접촉이었다. 그렇게 기대어 있는 두 덩어리의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그 벌판의 한 가운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보온을 위한 털 따위는 가져본 적이 없는, 헐벗은 덩어리일 뿐이었다. 발이 달린 것들은 자리를 떠난지 오래였지만, 그들은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봄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은, 그 얼어붙은 땅이나 덩어리들과는 상관없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체온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다.

 by bluexmas | 2008/12/25 01:09 |  | 트랙백 | 덧글(3)

 Commented at 2008/12/25 01: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모조 at 2008/12/25 02:00  

↖ 14번째 생일 축하드려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2/25 14:35 

비공개님: 그 비디오, 보니까 생각났어요. 어떻게 보면 조금 끔찍하기도 하고 또..

모조님: 아 bluexmas 죽어줘야 되는데 14년이나 살아남아 있어서 정이 안 가요…T_T 내년에는 어떻게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