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김치만두

사실 만두같은 건 사먹는게 만드는 시간을 생각해봤을때 현명한 짓인데,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만들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럴때 유혹을 뿌리치고 만들지 말아야 주말 저녁이 편안한데, 기술연마를 위해 만들어봤다. 한 달쯤 전엔가 배추 한 포기, 무우 한 개로 막김치를 담궜었는데,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아서 반을 담그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놨더니 한 달이 지나서 익은 정도가 만두나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고 싶은 정도였다. 이왕 기술연마를 위해 만들어보는 거라면 고기도 덩어리를 사다가 직접 갈고 만두피도 밀가루를 직접 반죽해서 만들어보자는 쓸데없는 생각에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만만치 않은 시간을 만두 만들기에 할애해봤지만 우려대로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다들 너무 못생기고 볼품도 없어서 올리지 말까 생각도 했으나 뭐…

1. 만두속: 쇠고기 양지머리와 돼지고기 목살을 갈아서 두부 한 모, 파, 마늘, 생강 등등과 섞고 김치를 다져 넣었다. 처음 만두를 만들었을때 속이 너무 퍽퍽해서 이번엔 기름기가 적당히 있는 부위의 고기를 사서 쓰고 두부도 물기를 짜내지 않았는데 그래도 퍽퍽했다. 게다가 소금이랑 간장을 넉넉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쪄서 먹으니 싱거웠다.

2. 만두피: 파는 만두피엔 밀가루와 물, 소금 이외의 뭔가가 항상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 뭔가가 뭔지는 몰라도 집에서 만드는 만두피는 파는 것처럼 얇으면서도 찢어지지 않거나 만두속에서 나오는 물기에 터지지 않게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믹서에 연결해서 쓰는 파스타 롤러가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힘들이지 않고도 얇게 만들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이상으로 펴니까 탄력이 없어서 곧 찢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표백하지 않은 밀가루(파는 밀가루 대부분이 표백되었을 듯…)를 썼더니 색도 누런게 별로 볼품이 없었다. 여러모로 눈으로는 별로 먹고 싶어지지 않을 것 같은 만두.

그래서 결론인즉슨, 역시 만두는 그냥 먹고 싶을때 가끔 사먹는게 낫다는… 만두 하나가 거의 애들 주먹만해서 스무갠가 만들어서는 여섯개 먹고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지도 못했다. 껍데기도 너무 두꺼워서 밀가루로도 만만치 않게 배를 채웠다는.

 by bluexmas | 2008/11/10 10:38 | Life | 트랙백 | 덧글(6)

 Commented by Eiren at 2008/11/10 10:47 

6. 만두피(밀가루4컵+물1컵+계란1개+소금1작은술+식용유1큰술=>잘 반죽해서 냉장실에서 하루 숙성한것)

참, 만두피 얇게 미는 팁하나 추가할까요?

비법은 반죽에 들어가는 식용유에 있답니다.

소량의 식용유를 넣어 냉장실에 하루 숙성한 반죽이요.

이걸 일단 손으로 적당히 넓직하게 편다음 밀대로 밀지요.

적당히 밀어지면 번가루를 넉넉히 얹어서 반으로 접어요. 이 상태로 다시 밉니다.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합니다.

식용유때문에 잘 들러붙지 않아요.

–>총 4겹이 되지요. 이걸 원 상태로 펴줍니다. 이렇게 하면 파는것처럼 얇은 만두피가 탄생한답니다.

자주 가는 요리 사이트에서 언젠가 읽고 스크랩해놓았던 만두 만드는 법 중에서 복사해왔어요^^;;; 어느분이 올리신 글이었는지는 잊어버렸네요-_-;

만두속 만드실 적에 계란은 넣으셨나요? 보통 하나나 두 개쯤 넣는 레시피가 많던데, 그러면 덜 퍽퍽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starla at 2008/11/10 11:08 

아니, 만두피까지 만드시다니…

저로선 상상할 수 없는 지경…

물론 가격대비 사먹는 게 훨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에서 쪄놓은 만두 맛있어 보여요. 전 만두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요. 역시 뭘 만들어보면, 밖에서 파는 것에 얼마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담백한 맛이 더 좋아요!

 Commented by zizi at 2008/11/10 12:01 

와, 집에서 만든 만두 정말 맛있죠. 설날에 친척들 모였을 때 다같이 앉아 찌고 먹으면서 내리 빚곤 했는데.. 명절 때 아니면 귀찮아서 그냥 파는 만두피를 사다가 만들게 되더라구요.

하여간 정말 부지런하셔요. 만두 모양도 동그라니 예쁘게 잘 만드셨는걸요. 무표백 밀가루라 몸에도 좋겠네요!

 Commented by turtle at 2008/11/10 13:12 

와, 정말 대단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김치 만두가 먹고 싶어서 김치 만두 김치 만두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제대로 직격탄 맞고 갑니다. ㅠㅠ

 Commented by 1984 at 2008/11/10 23:35 

저도 3번째로 와, 정말 굉장!

안 그래도 집에 와서 출출한 게 만두가 먹고 싶었는데 샘 나는데요. 만두는 바깥 만두가 편리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맛은 푸근한 게 집 만두가 최고에요. 저희 고모도 윗분 설명처럼 식용유를 넣으시더라구요. 어디서 듣기로는 슈퍼에서 파는 만두피에는 찹쌀가루가 들어간다고도 들었는데 사실인 지는 모르겠음.

그나저나 저보담도 만두 빚으시는 실력이 출중하심. 부러워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1/11 14:42 

Eiren님: 식용유나 그게 아니라도 뭔가 섞는 레시피를 보긴 했는데, 그냥 밀가루,소금, 물만 섞어서 만들어보고 싶더라구요. 다음엔 세몰리나를 좀 섞어볼까도 생각중인데 정말 당분간은 안 만드려구요. 계란도 넣는 레피시가 많은데 어머니는 넣지 않으셨던 것 같아서…

starla님: 그냥 만용을 부려본 것이겠죠. 지난번에 샀던 얇고 질긴 중국산에 들은 첨가물들 생각이 났거든요. 가끔 밖에서 먹으면 음식에 든 조미료 때문에 혀가 깔깔한 경우도 있더라구요. 부득이하게 굴소스에는 조미료가 들어가 있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조미료를 안 쓰고 있어요. 아예 사다 놓지도 않구요.

zizi님: 외가쪽이 북쪽에 뿌리를 두고들 계셔서 만두는 그쪽에서 나온 것 같아요. 일부러 잘 만들어진 두 개가 잡히도록 사진을 찍어서 그렇지 사실은 다들 너무 못생겼답니다-_-;;;

turtle님: 그러나 맛은 별로 없어서 turtle님께 대접하기는 좀 그럴 것 같아요. 저라도 만들어 먹었으니 turtle님께서 대리만족을 느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1984님: 만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데 미국에 와서는 정말 너무 못 먹고 있어서 홧김에 만든 울분만두라고나 할까요. 수퍼마켓에서 파는 만두피에는 찹쌀가루는 잘 몰라도 방부제는 들어가 있던데요^^ 그리고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사진 맨 앞의 두 개만 제대로 된 만두고 나머지는 다들 찌그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