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2)
당연히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야근이 일찍 끝나서 여덟시쯤인가 집에 들어와서는 잘 때까지 개표방송을 틀어놓다시피 했다. 참 우리나라 정치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무관심한 사람이 아무리 살고 있어도 그렇지 남의 나라 정치엔 무슨 관심을 그렇게… 하여간 수자가 올라가는 걸 계속 보고 있었고, 결과를 보고 또 나중에 연설하는 것까지도 보고 나서야 잠을 청했다.
아침 출근길에 집에 전화를 걸어서도 그랬고, M선배와 일하다 말고 잠시 쉬면서도 그랬다. 정치인이니까 어느 정도의 가식도 있을 것이고 또 나는 정책의 방향이 어떤지 아는 바도 전혀 없지만, 그냥 사람을 보고 또 연설하는 것을 보고 나서 아, 저 사람 정치하는 사람으로써 믿어보고 싶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우리나라에서 몇 명이나 본 적이 있냐고. 그냥 일개(물론 일개는 아니겠지만 대통령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국회의원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는데 하물며 대통령은… 결국 M선배와 내가 합의를 보았던 내용은 그랬다. 이제 이 나라에서도 살만큼 살아서 어떤지도 대강 알고 또 그래서 부러운 구석도 하나 없지만, 어제 연설하는 걸 텔레비젼에서 보면서 저런 인상을 주는 사람이 지도자로 나올 수 있는 현실이 부럽더라고.
흑인 인구 비율도 높기는 하지만 장난 아니게 보수적인 이 동네, 어제 계속해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몸 담고 있던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부 흑인들인데 나중에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되자 다 같이 손을 잡고 기도를 하던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바마를 흑인으로 보지 않는다. 물론, 인종적인 특성이 흑인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정치인일 뿐이지 ‘흑인’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식되었으면 이렇게 표 얻어서 대통령 못 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흑인들이 대체 뭘 어떻게 생각하던지 간에 이 선거의 결과를 어떤 인종의 특성에 의한 그것으로 자의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래봐야 뭐 내 나라도 아니니 할 말은 없지만. 어디에서 들었는지 M선배는 오바마의 성공이 옛날 흑인 지도자들이 써먹었던, 흑인들의 정서 밑바닥에 깔린 피해의식을 부정적인 에너지로 끌어내어 정치적으로 쓰려던 전략을 쓰지 않았음에 바탕했다고 얘기했다. 들어보니 꽤나 그럴 듯한…
어쨌든 2부에 걸친 본의 아닌 정치 관련 글은 이제 끝. 다시 글 730개 쓸 때까지 정치의 ‘정’ 자도 내 블로그에서 써 먹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참, 마지막으로 어디에 굴러다니는 기사를 보니 같은 하바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신 홍 아무개 형님이 가능한 인맥으로 언급되었던데 참…
# by bluexmas | 2008/11/06 13:19 | Life | 트랙백 | 덧글(4)
단지 흑인 이라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면
이전에도 흑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었겠네요. 대단한 사람 같아요.
예쁘게 정치해서 인정 받고 사랑받고 미국도 바르게 자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