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비만의 또 다른 이름
일주일에 한 번씩 입는 청바지가 지난 주에는 넉넉하게 맞았는데 이번 주에는 꼭 낀다면 과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까? 그런 일이 지난 금요일 아침에 벌어졌다. 셔츠와 타이를 수 천년간 고집하던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사원들의 창조성을 고취하기 위해 복장 규율을 대폭 완화, 주말에는 무려 청바지도 입도록 허락을 했고 나는 신나서 매주 금요일이면 반드시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는데, 빨지도 않았으니 줄어들었을리도 없는 바지가 무려 일주일 사이에 꽉 끼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내 몸에서 벌어진 것이다. 나는 정말 망연자실… 아침을 가져가야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너무 늦어서 완전 과속으로 달려 회사를 향하면서 나는 정말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뭐 이것도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몸무게는 내가 운동을 죽어라고 해서 하루에 천 칼로리를 소모하든, 단식을 해서 쫄쫄 굶든 계속해서 늘어나니까. 그러나 그렇게 늘어나는 것도 꼭 이런 식으로 허물을 벗듯이 늘어난다.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는게 아니라 어느 한 순간에 허물을 벗으면서 부피가 커지듯 딱, 하고 늘어난다. 그러나 나는 껍데기를 남기지는 않는게 차이라면 차이랄까. 언제나 이런 식으로 집을 비워서 내 본래의 생활패턴과 멀어진 생활을 일주일 넘어 하면 그로부터 한 달 쯤 지난 뒤에 이런 식의 부작용이 찾아온다. 이번엔 아닌가 싶었는데 영낙없는게 누가 저주받은 육체 아니랄까봐서… 사실 이런 정도의 몸무게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보통 다이어트라는 것이 아주 엄한 규칙을 만들어 자신을 괴롭히면서 결과를 얻는 것인데, 어느 정도 결과를 얻고 나면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규칙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완화하니까.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4년 전 이맘때에는 우유조차 안 마시고 두유도 대체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름은 꽤나 엄한 규칙이라고 이끌어가는 시늉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원래 지켜야만 하는 것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운동… 역시 지난 몇 달간을 돌아보면 느슨했던 것도 사실이다. 역시 어쩔 수 없는 자기 반성의 시간. 이런 것도 너무 버거우니까 다음 세상에 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으면 아예 150킬로 나가는 미식축구 선수나 안 먹어도 살 안찌는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어야 될 것 같다.
이 갑작스러운 체중증가의 사태와는 별개로 주말에 옷 정리를 대폭 했다. 아니, 사실 옷 정리는 언제나 되어 있어서 예전에 입었으나 지금은 커서 못 입는 옷들을 기증하기 위해서 추려 놓았었는데, 그러느니 회사에 맞을만한 애들한테 주려고 남겨 놓았더니 애들이 집이 너무 멀어서 안 가겠다고… 해서 이제서야 그냥 기증을 하려고 모아놓은 것들을 다 꺼내놓은 것이다. 다 꺼내놓았더니 종류도 그렇지만 치수가 XXL 부터 S까지 다양하게 있어서 그냥 이 옷들을 가지고 옷가게를 차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빨리 전부 처치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비만트라우마가 막 출동하려고 하던 참에 그 옷가지들을 보고 어두웠던 옛날을 떠올릴 수는 없으니까…
# by bluexmas | 2008/10/22 13:54 | Life | 트랙백 | 덧글(6)
예전에 입었으나 지금은 커서 못 입는 옷이 생겨보는 게 소원입니다.
그래서 진작부터 멀리하고 있답니다. (ㅜ_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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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zi님: 내일 아침에 청바지 또 입을 건데 어떨지 잠이 안 와요 두려워서…-_-;;; 역시 몸뻬바지가 그런 면에선 최곤데, 이번 헬로윈에는 몸뻬바지를 입고 출근할까봐요. 윗도리로는 군대 깔깔이를.
j님: 에이… 블로그에서 다 봤어요. 펑퍼짐한 거랑 지구와 달 만큼 머시던데요?^^ 미국 사람들은 더 웃긴게 200킬로그램 나가도 얼굴은 완전히 주먹만해서 상당히 그로데스크합니다요.
비공개 1님: 아이구, 다 컸는데 울긴요… 뭐 충격 먹었다는 얘기죠^^
비공개 2님: 저는 여자 몸무게 50킬로이하도 너무 말랐다고 생각하고 남자 70킬로 이하 역시 옷 맵시가 안 날 정도로 말랐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몸무게 나가기 정말 어렵더라구요.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에요. 학교 많이 바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