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부록
이젠 생각보다 영원처럼 길게 느껴지고 있는 이 여행의 마지막 사흘은 부록과도 같은 것이다. 계획된 ‘관광’ 일정은 사실 베르겐에서 끝나는 것이고, 이틀동안은 덴마크의 어떤 도시와 또 어떤 섬에서 하루씩을 보낸 뒤, 코펜하겐에서 하루밤을 더 자고 일요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니까.
하여간 첫 번째 부록에 기차를 세 시간 반이나 타고 왔는데, 특별히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별로 감흥이 없는 동네에다가 엽서를 사고 기차편을 알아보기 위해 들른 곳에서 접한 그저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 그런 생각을 한층 강화시켰다. 차라리 헬싱키나 코펜하겐에서 하루를 더 보내는게 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행이라는게 그런거니까, 자기가 가서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니까… 처음 받았던 느낌이 여행 내내 지속되어서, 예상과는 달리 코펜하겐이 다녔던 도시들 가운데 가장 좋았다는 생각이고, 따라서 마지막 하루를 더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주 딱히 이제는 집에 가야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그도 그럴 것이 가봐야 뻔하니까+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이 뭔지 너무 잘 아니까), 한 달의 반이 넘는 시간동안 싸돌아다니는 것도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다. 마음과는 달리 몸은 이제 집에 가야 될 때가 되지 않았냐고 투정을 부리고 있으니까. 돌아가는 곳이 내 나라가 아니다보니 치뤄야하는 이런저런 절차들 생각에 약간 귀찮아진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부엌바닥을 못 치우고 온게 드디어 생각나기 시작했다. 돌아가면 밥부터 해 먹고 싶어질텐데.
# by bluexmas | 2008/09/12 09:06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