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의 사건사고
지난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가장 순조운 것일지도 모르는 이번 여행, 그런 말을 입에 담기가 무섭게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있었으니, 과연 무엇이었을까 알아보기로 하자..
1. 오슬로에 남은 은행카드
어젯밤, 사진을 정리하고 짐을 다 꾸리고 나니 새벽 두 시, 그래도 나는 여섯 시에 일어나 눈뜨자마자 아침을 먹고 씻고 짐을 완전히 챙겨놓은 후 침대에 잠시 기대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 일정에서 중간중간 갈아타야할 버스나 배를 위해 현금을 더 준비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는 거의 현금을 가져오지 않고 각 도시별로 100불씩만 준비해 바꾼 다음, 필요해지면 예금구좌에서 카드로 꺼내쓰는 그런 방식으로 돈을 조달했는데, 그나마도 스웨덴을 떠나고 나서는 카드를 쓰는 것 말고는 현금이 별로 필요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어쨌든, 이래저래 돈을 좀 뽑아서 가지고 있으려고 기차시간 30분쯤을 남겨두고 호텔을 가장한 모텔에서 1분 거리인 역으로 가서 개중 가장 괜찮아보이는 현금지급기에 카드를 넣었는데, 이게 카드를 뱉어내지 않는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나는 기차 시간을 30분 남겨놓고 있는데 나의 거의 유일한 현금조달원인 현금카드가 기계에 먹혀버린 것이다. 그것도 아침 일곱시 사십 분에. 그 시간에 은행이 문을 열리는 없고, 그 여행의 환전부는 아침 일찍 떠나는 사람들의 등을 쳐먹기위해 열려있던 바, 황급히 아랫층으로 뛰어내려가 도움을 청했지만 특유의 유럽,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의 단호함으로 자기들은 열쇠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단다. 그래서 일단, 호텔을 가장한 모텔로 뛰어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들고 역으로 뛰어 돌아와 베르겐으로 향하는 기차 출발 5분 전까지 기계를 두들겼지만 녀석은 응답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카드를 날씨가 오슬오슬 떨리게 춥다는 오슬로에 남겨두고 다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결국 중간의 어느 산동네에서 기차–> 배로 갈아타는 남는 시간에 미국으로 수신자부담전화를 걸어 현금카드를 정지시켰다. 다들 카드만 받아준다면 별 걱정이 없는데, 지금 마지막 남은 $100을 노르웨이 크로너로 바꾼 것과 덴마크에서 쓰고 남은 100 덴마크 크로너가 남았다. 참고로 이 나라들은 다 화폐가 다르다. 과연 나는 살아 남을 수 있겠지?
2. 나를 재우고 싶지 않은 숙소.
그러나 베르겐으로의 일정은 나름 순조로와 모든 것이 다 연결 잘 되어 정해진 시간에 베르겐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찾기 어려운 길을 물어물어, 또 끌기 어려운 짐을 간신히 끌어 찾아간 숙소에는 문은 열려있지만 직원이 없어서 아무도 내가 어디에 묵는지 모르는 상황이… 베르겐의 숙소는 호텔이나 그걸 가장한 모텔도 아닌 아파트 같은 건데, 예약을 하면서 올 시간을 알려주었건만 그 시간이 되도록 아무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열받아서 메모를 한 장 남기고 다시 밤거리로 짐을 끌고 꾸역꾸역 나와 제일 먼저 보아두었던 호텔에 물어보지만 방이 없단다… 그래서 나이가 스물이나 될까 말까 한 아이가 짐을 맡아준다고 해서 그 호텔에 짐을 맡기고 찾은 첫 번째 호텔에서 적당히 흥정을 해 방을 구했다. 이건 잠자기가 좀 아까운 방… 해서 공짜로 되는 인터넷을 백분 활용하기 위해 이렇게 오늘의 사건사고 기록 중… 어째 너무도 순조로와 보이는 여행인데 드디어 사건사고라니 쌤통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신지, 계시다면 그 즐거움을 블로그의 주인장과 함께 비공개 덧글로 나눠주시는 건…
# by bluexmas | 2008/09/10 08:12 | Life | 트랙백 | 덧글(5)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덧글입니다.
비공개 2님: 그래서 카드 정지 시킬 때 물어봤는데 남은 이틀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공개님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죠?^^
비공개 3님: 그러게요, 여행의 낭만과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겠… 그래도 돈은 잃지 않았어요. 돈의 원천을 잃어서 괴로왔죠. 가면 새 카드가 도착되어 있을거에요 아마. 남은 기간 열심히 즐기고 있답니다.
모조님: 모조님의 글이 가장 쌤통스러운 분위긴데요?^^ 하하…